혼잣말

by 고양이



글을 쓸 때 나는 물음표를 자주 쓴다.

문장 끝에 작은 갈고리 같은 기호를 달아 놓는다.


왜 그랬을까.

그때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어떤 장면은 왜 그렇게 오래 남는 걸까.


문장을 쓰다 보면 질문이 생긴다. 질문은 문장을 조금 더 멀리 데려간다. 종이 위에서는 묻는 일이 어렵지 않다. 질문은 종종 다음 문장을 부르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과 마주 앉으면 질문을 잘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말을 한다.


“햇빛이 꽤 따뜻하네.”

“바람이 시원해. “


이 말들은 질문처럼 생기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보려고 하지 않고

그저 지금 보이는 장면을 가볍게 건네는 정도.

가끔은 산책을 하다가도 말이 나온다.


“나무가 벌써 푸르네.”


같이 걷는 사람이 “그러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아무 말 없이 계속 걸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괜찮다.

그 말은 원래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말이었으니.


집에 혼자 있을 때도 그런 말은 많다.


“오늘 햇빛 좋네.”

“커피 향 괜찮다.”

“이 시간 참 조용하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져 있지 않았다.

말은 잠깐 방 안에 머물다가 사라진다.

커튼에 걸렸다가 풀리기도 하고, 컵 가장자리에서 식어 버리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와의 대화도 거의 그런 식이었다.


“오늘 머리 잘 어울린다.”

“이 골목 조용해서 좋다.”

“여기 냄새 좋다.”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런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묻지 않는다.

그냥 한 번 밖으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말이다.

질문이 아니기에 대답에, 대답을 준비할 필요도 없다.


어떤 말들은 목적이 있다.

설명을 듣기 위해, 이유를 알기 위해, 답을 얻기 위해.

하지만 어떤 말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잠깐 세상에 나왔다가 사라지기 위해 존재한다.


대답이 없어도 괜찮은 말들.

나는 아마 그런 말을 더 자주 하는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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