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폭'의 뿅망치를 내려주세요

'팩폭'이 필요한 순간

by 버들아씨

'팩트'라는 말은 날카롭고, '폭력'이라는 말은 더 무서운데,

'팩트폭력'으로 두 단어가 붙여지니 오히려 덜 무서워진다.

이것이 '팩폭'으로 더 줄여지면,

뼈 있는 농담정도로만 느껴지는 게,

들어도 나는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다.



우리말샘*에선 위와 같이 단순 명료하게 '팩폭'에 대해 말씀하신다.

'팩트폭력'은 상대에게 '사실로 반박하는 행위'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

소위 '뼈 때리는 말'을 한다는 것일 테다.


자칫 한 끗 차이로 '언어폭력'이 될 수도 있는 이 단어가 어찌 '유쾌' 할 수 있을까.

그저 말하는 사람이 나쁜 의도로 그리한 것이 아님을 내가 알고, 또 그것이 상처까지는 되지 않아

'맞는 말이네'

하며 웃어넘겼기 때문이다.


다음은 얼마 전 있었던 소소한 '팩폭'순간으로, 생각하면 자꾸 웃음이 나와 적어본다.


# 유쾌한 '팩폭' 1 :

우리 동네 '순금당'사장님

집 근처 15분 거리엔 작은 시장이 있고, 시장을 둘러싸고 시계수리점을 겸한 금은방이 세 곳 있다.

나는 그중 '순금당'을 가끔 간다. 특별히 알고 다니는 귀금속 가게가 없는지라, 어느 날 불쑥 들어가 본 곳이 '순금당'이다.

사장님은 푸근한 인상에 조용하신 분이다.

시계줄도 줄이고 약도 넣었는데, 6천 원을 부르셨다. 어랏! 너무 저렴한데. 일전 대형마트 시계수리점에 갔을 때는 만원을 불렀었다.

저렴한 비용에 그만 신뢰가 생겨 앞으로도 이곳에 와야지 생각하였다.

그리고 평소 갖고 싶던 시계를 인터넷으로 구입한 후, 역시 시계줄을 줄이기 위해 두 번째 방문하였다. 사장님은 내 왼편 손목에 시계를 채워보시곤 잘 맞게 줄여주셨고, 나는 만족하여 귀가하였다.

시계전문가로서 손목두께에 알맞게 맞춰주신 것인데, 나는 손목에 착 붙어 있는 시계가 점점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운 날이면 손목에 땀이 차는 것 같았다.

시계줄이 저절로 휘휘 돌만큼 아주 헐렁하게 길이를 내면 더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시장 근처 병원을 다녀오는 길에 '순금당'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시계줄을 한 칸 더 늘렸으면 해서요"


말수가 거의 없는 사장님인데, 그날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웃음을 참는 듯 나오시면서


"시계줄을 늘릴 게 아니라
살을 빼셔야지요"


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뿅망치 같은 것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면서 '이게 바로 '팩폭'인가' 하였던 것이다.


'그게 아니라요. 시계줄이 손목에 붙는 느낌이 싫어서 그냥 늘리려는 거예요.'

할까 하다가


날로 후덕해지고 있는 나를 자각하는 중이기도 하고,

감기몸살로 병원 다녀오던 차라 말할 힘도 없고, 딱히 틀린 말씀도 아니어서,

"맞네요. 살을 빼면 되는데"


하면서 같이 웃었다.


# 유쾌한 '팩폭' 2 : 우리 집 '여자 순금당'

이번 주로 브런치를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아침일기를 쓰는 것을 알게 된 언니가 '차라리 브런치에 글을 써보면 어떻니?' 권하였었다.

나는 공개적인 글쓰기가 부담스럽고,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에 매이는 것이 싫어 관심두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월, 바쁜 것과는 별개로 삶의 무료함이 지겨워진 나는, 불쑥 브런치작가를 신청하였다. 한 번에 작가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브런치작가였던 언니의 코칭 덕분이었다.

언니는 '내 덕분에 단번에 브런치작가가 되었으니 그 공을 알라'하며 생색을 내었다.

밥 한 끼 대접으로 그 공을 상쇄하려였으나 '밥 한 끼'로 언니에 대한 고마움이 퉁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브런치에 한 편 두 편 글을 올리면서, '라이킷'과 '구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나는 브런치세상의 좋은 글들을 부지런히 '라이킷'하고, 감탄과 부러움으로 브런치를 '구독'하였다.

처음 글을 올렸을 때 변변찮은 내 글에 '라이킷'과 '구독'을 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며, 새로운 작가님들의 브런치도 열심히 '라이킷'하고 '구독' 하였다.

내가 라이킷이나 구독을 누르면 작가님들도 보답하듯 내 글에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하였다.

그러나 구독까지 받지는 못할 때면

'내 글이 구독할 만큼은 안되나 보다'

하며 금세 의기소침해지곤 했다.

순금당 사장님의 웃음'팩폭'이 있던 그날은 감기몸살로 몸이 쳐지다 보니 마음도 같이 처졌는지


"라이킷 하면서 구독도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푸념이 큰 소리로 나온 모양이다.


내 침대 곁을 지나던 딸이 엄마의 철없는 그 소리가 듣기 힘들었는지


"구독자수 그만 들여다보고,
글이나 열심히 쓰셔~~~!!"

하는 것이다.

뼈 때리는 '팩폭' 두 번째였다.


"너, 꼭 여자 순금당 사장님 같이 말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찔끔하였다. 조회와 라이킷 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고마운 일인데 말이다. 구독받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데,

'내가 잠시 미쳤었구나.' 반성하였다.



가끔 '팩폭'의 뿅망치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내게 '팩폭'의 뿅망치를 내려주세요.


근데, '콩'하고, '가끔씩'만요.

뿅망치도 세게 맞으면 아프고, 자주 맞으면 멍드니까요.

오늘의 일기. 끝.




* 국립국어원에서 만들고 국민들에게 개방된 한국어 사전...... 중략...... 일상에서의 언어를 개방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신어, 속어 등 다양한 어휘를 담고 있는 사전

** 다음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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