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시, 반쯤 산문 1
화장대 위 바디오일과 립밤,
아들이 여자친구에게서 받은 선물.
아들과 여자친구는 이미 헤어져,
쓰다만 오일과 립밤 덩그마니 남아 외롭다.
내 화장대로 가져와
살뜰히 내가 쓴다.
샤워 후 바른 오일에 푸석한 피부가 촉촉해진다.
손에 묻혀 바른 립밤에 까칠했던 입술이 부드러워진다.
나라도 정성껏 바르면 둘의 지난 사랑이
윤기 나는 추억이 되어 아프지 않을까
여자친구도 안쓰럽고 아들도 안쓰럽다.
한때는 사랑하는 마음 담아둘 수 없어
넘치는 마음을 선물로 주고받았었겠지.
손을 호호 불어도 시린 손이 따뜻해지지 않는 날이면
서로에게 고왔던 그 마음이 가여워져 혼자 눈을 깜박거린다.
싱크대 찬장 속 꽃잎차 두 봉지.
하나는 외국가 있는 막내시누이가 주고
또 하나는 남편이 선물 받아 가져왔다.
차를 즐기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꽃잎차 한두 잔 향기롭게 우려 마시다
시나브로 나도 잊어버렸다.
찬장 구석에 절반이나 남은 꽃잎차 두 봉지,
골목길 내다 버린 봉다리 같이 외롭다.
집게를 풀면 '기다렸어요' 꽃내음 섞인 녹차향,
먹먹해진 마음이 물기 젖은 찻잎처럼 달라붙는다.
금세 잊어버린 내 마음이 미안해진다.
내 무심했던 친절까지 생각나 후회된다.
어디서 택시를 타야 되냐 물었던 머리 하얀 할머니,
저기라고 손으로만 알려주지 말고
어디 가시냐고 같이 가서 태워드릴걸.
발을 동동 굴러도 시린 발이 따뜻해지지 않는 날이면
오래 담아두지 못한 그 고운 마음이,
채우다만 그날의 친절이 가련해져 혼자 눈을 깜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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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