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베이비 드라이버(Baby Driver, 2017)
영화 속에서 패션은 비단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옷이나 액세서리뿐은 아니다.
'패셔너블한 영화'로 검색해 보면 정작 패션과는 거의 상관없이 영화들이 나오기 일쑤이다. 미장센이라고도 불리는 영화적인 공간 장치부터 배경 음악이나, 조명 및 자동차와 같은 비교적 큰 소품의 적절한 쓰임으로도 충분히 패셔너블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 <그라인드하우스, 2007> 등 키치 한 매력의 호러 영화에 재능 있는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6번째 장편 상업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2017>은 그런 의미로 패셔너블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실수(?)로 유명한 갱인 박사(케빈스페이시 분)의 자동차를 훔치는 바람에 은행강도단의 일원이 된 주인공 베이비(안셀엘고트 분)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본인 역시 그 사고로 인해 생긴 이명 때문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 천부적인 운전 실력으로 박사에게 진 모든 빛을 청산하고, 피자 배달을 하면서 근처 식당의 웨이트리스인 데보라(릴리제임스 분)와 풋풋한 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던 와 중 박사의 부름에 거절할 수 없는 강도짓에 휘말린 베이비는 달링(에이사곤잘레스 분), 버디(존햄 분), 뱃츠(제이미폭스 분)와 일(?)에 착수하게 된다. 일이 꼬여버린 상황에서 베이비는 사랑하는 연인 데보라를 위해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시종일관 울려대는 너무나도 유명한 락, 힙합, 발라드, 재즈 넘버에 미친 듯한 베이비의 운전 실력만 보고 있어도 당장 차에 시동을 걸고 싶을 만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영화이다. 시대적인 배경과 상관없이 레트로풍의 패션과 자동차, 그리고 아이팟 같은 소품이 향수를 자극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1993년 개봉한 토니 스콧 감독의 <트루로맨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물론이고, 빈티지한 무드와 어딘지 모를 복고풍의 대사들도 <트루로맨스>와 비슷하다. 마지막 드라이브 장면과 공중전화박스 장면은 <트루로맨스>를 대놓고 오마주 하고 있다. 아마 감독인 에드가 라이트도 <트루로맨스>의 열렬한 팬임에 틀림없다.
*본 시리즈의 8편 <트루로맨스> 편 참조
https://brunch.co.kr/@constantine819/45
영화 속의 수많은 패션 요소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베이비가 상황에 따라 플레이하는 음악들과 그 비트와 싱크로율 100%을 자랑하는 연출이다. 찬찬히 뜯어보지 않아도 정박에 들어가는 모든 슛과 편집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브레이크는 드럼, 엑셀레이터는 기타 소리와 맞춘다던지, 도주하는 동선 역시 안무와 비슷하게 배경이 되는 음악에 맞는 움직임으로 보여주는 등 연출에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사운드의 겹침 효과를 통해 더욱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었다.
운전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탓에 각기 다른 여러 가지 모델의 자동차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첫 번째 나온 레드컬러의 자동차는 스바루의 임프레쟈 WRX라는 모델로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레드컬러를 선택함으로 더욱더 생동감 있고 도파민 터지는 장면을 연출했으며, 차량의 모델 역시 베이비의 출중한 운전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줄 수 있는 모델로, 가볍고 다부진 체격에 수평대항 복서엔진을 가지고 있어 밸런스 있게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하게 만든 양산 차이다. 강력한 레드컬러의 자동차와는 달리 주인공 베이비의 의상은 화이트셔츠에 스타디움재킷 차림으로 다소 평범하고 단조로워 보인다. 대비를 통해 더욱 캐릭터의 이중적인 성향에 대해 표현하고자 한 듯한 느낌이다.
데보라와 도주를 펼치는 와중 길에서 훔친 차는 닷지의 챌린저라는 모델로 머스탱, 카마로와 함께 미국의 머슬카의 상징으로 꼽는다. 세 모델 중에서 가장 큰 체격을 소유하고 있으며, 7.2L의 V8터보 엔진을 가지고 있어 힘도 무지막지하다. 특히 직선가속능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빠르고 강해 보이는 차임과 동시에 유연하지 못하고 선을 넘는 등 다소 오버스런 씬에 주인공들의 감정을 잘 녹여낼 수 있었던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그 밖에 캐딜락의 드빌이나 CTS-V,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쉐보레의 임팔라도 각 상황에 맞는 등장으로 영화에 활력을 더 한다.
주인공 베이비는 영화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며, 줄이 있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햇빛을 가리는 용도의 선글라스와 음악을 들려주는 유선이어폰마저 어느새 패셔너블하게 느껴질 때면 이 영화와 음악에 완전히 몸을 맡기게 된 것이라 하겠다.
주인공을 비록 한 인물들의 착장은 패션을 위한 것보다는 '동작'을 돕거나, 관객으로 하여금 동작의 모습을 깔끔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택한 듯하다. 아마도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는 강도단(?)들의 활동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간결한 동작을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한 의상인 것 같다.
반면 여자 주인공인 데보라의 의상을 플레어 한 스커트나 원피스 등으로 활동성보다는 이상적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이 역시 베이비에게 데보라가 포지셔닝하는 위치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방구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그 외 조연으로 나온 버디와 달링은 둘 다 검은색의 슈트와 드레스를 입음으로 전문성(?)을 보다 강조하였으며,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달링의 볼드한 메이크업을 통해 매혹적인 악녀의 이미지를 단 몇 번의 등장으로 확실히 각인시킨다.
현실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이나 절도가 용납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면 절대로 행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이지만 영화 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러한 범죄 영화를 통해 모두에게 내재된 어떤 금지된 욕망을 대리해소할 수 있으며,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해갈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대리만족에 관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