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필요한 때
지난해 12월, 새해 소원을 빌기 위해 올랐던 마니산 정상의 모습.
'나 혼자 산다' 새해편에서 전현무 님이 한라산 12시간 신행하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아 웃다가 문득 마니산 갔던 날이 떠올랐다.
전현무 님도 그러한 듯했는데, 산을 오르며 제일 힘든 것은 다 온 것 같은데 아직 여기야? 하며 지금의 내 위치를 계속 확인하는 일이다. 왜 그리 안내판이 많은지. (물론 벌써 여기까지 왔어? 가 된다면 힘들지 않겠지만)
안 보면 될 것을 계속 어디까지 왔는지 내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거의 다 온 듯싶을 때는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꼭 물어본다. 얼마나 더 가면 돼요? 하고. 하루면 끝나는 등산도 이런데 누구에게나 초행길인 인생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왔는지,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루 종일 포탈 인기 뉴스에 뜬 전현무 님의 한라산을 정통으로 맞은 피로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남일 같지 않아서,
가끔은 안내판 못 본 척, 귀 닫고 그저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제야 눈에 들오는 한라산의 눈부신 절경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