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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Jan 01. 2024

80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2023년을 마무리하며.. 기록하는 2024년!



어제 2023년 마지막날, 주민등록증 재발급과 운전면허증 사진(하.. 갈 길이 먼 내 인생) 때문에 동네 사진관에 갔다. 문을 열자마자 엄습해 오는 레트로한 기운.. 아 사진도 레트로 하게 나오면 안 되는데!


사진관에 붙어 있는 무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 3월 이 ‘마을’의 풍경(이때 땅을 샀어야..)



최소 50년은 됐을 것 같은 의자에 앉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본 것 같은 카메라(아시죠.. 초원사진관?) 앞에서 할아버지 사장님의 지시에 따라 미소를 짓다 보니 촬영이 끝났다.



할아버지 포토샵 할 줄 아시려나? 그냥 쌩 사진 주시는 거 아니겠지? 불안감 속에서 쭈뼛쭈뼛 서있는데, 사장님 나에게 어떤 사진이 맘에 드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작업 스타트 하셔서 엇, 잠시만요! 하고 사진 보는데 아묻따 고르신 사진이 제일 나아서 머쓱.. 그냥 조용히 있어야지 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데 할아버지 포토샵 하는 마우스 클릭 소리 최소 페이커… 그렇게 나는 내 평생 찍은 증명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작두 같이 생긴 칼(아시죠?)로 출력된 사진을 곱게 잘라서 봉투에 담아 누룽지 사탕 한 개(화룡점정)와 함께 손에 쥐어 주시던, 여든 살이라고 하셔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할아버지 사장님의 눈을 보는데 직업인을 넘어 장인을 마주하는 느낌.


2023년 한 해를 돌이켜보며 정말 일만 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사진을 기다리며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는데 나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오래 꾸준히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고 글을 쓰던 3년 전 즈음의 내가 떠올랐다. 그 마음은 변한 게 없는데, 지난 한 해 기록하는 일을 아예 내려놓고 정신없이 보냈던 시간들도 다 필요한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올 한 해는 기록하는 일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반갑게 만나고 싶다.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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