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올해 딱 100세가 되신 철학자 김형석 선생님을 포함, 평균 나이 72세 총 16명의 인터뷰를 담은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정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라 할 만한 멋진 어른들의 이야기를 쉼 없이 읽었는데, 모든 이야기 속의 인생과 삶의 태도가 인상 깊었고 존경스러웠지만, 가장 흥미롭게 읽은 것은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의 이야기였다.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도 아닌 변호사가 운칠기삼이나 운의 이치에 대해 연구한 것이 흥미로웠다. 그 연구가 변호사로서 온갖 송사를 담당하며 만난 자신의 클라이언트 데이터(소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 또한.
이 연구의 결론이 궁금한 이유는 당연히 '운 좋은 사람'은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인지, 어떤 기질을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영향이 있는 것인지 너무나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호기심의 기저에는 당연히 매주 열댓 명씩 로또 당첨자가 나오는 세상에서 나 역시 될 수만 있다면 '운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니시나카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의 객관적인 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 좋은 사람을 이렇게 정의했다.
운 좋은 사람은 덕을 쌓은 사람이다.
덕을 쌓은 사람은 곧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니, 개인이 자기 운을 개선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당연히 운 좋은 사람을 가까이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단순하고 명료하다. 유레카.
아무리 봉사와 헌신을 해도 교만하고 생색을 내면 미움을 사게 되고, 조직에 운을 쌓으려면 유능한 사람보다 믿음이 가는 사람을 채용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니시나카 변호사가 말하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운 좋은 사람'의 특징이었다.
유레카! 를 외치기 전까지 사실 감이 잘 안 왔던 세속적인 나는 운 좋은 사람이라니 로또 당첨 두 번 정도 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니시나카 변호사가 말하는 운 좋은 사람의 특징은 이러했다.
슈퍼마켓에서 식품을 살 때 유통기한이 임박한 것을 사는 사람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쌓여 슈퍼마켓이 손해를 보면 결국 서비스가 나빠지고 소비자들도 손해를 볼 테니, 기왕이면 나부터 먼저 해결해 주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택시를 타면 항상 "거스름돈은 됐어요"라고 하는 사람.
덕을 쌓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보살처럼 참는 일일까, 아니면 수행이라도 해야 하나 감이 안 왔던 나에겐 다시 한번 유레카였다. 작지만 나도 바로 실천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기처럼 퍼질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운은 하늘의 귀여움을 받는 것이라는 귀엽고 멋진! 답변과, 나의 운은 타인의 운과 연결되어 있다는 니시나카 변호사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번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참고로 오늘 편의점에서 커피 우유를 사며 유통기한이 4일까지인 것과, 5일까지인 것 중에서 4일까지인 것을 집어 들었다. (예전 같았음 당연히 5일까지 인 것을 집었을 것이다.) 덕을 쌓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편의점을 나오는데 '나눔 로또 판매점'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운 좋은 사람은 로또 당첨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긴 했지만 잠시 로또가 당첨되는 상상을 해 보았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하늘의 귀여움을 받는 일 같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하늘에서,
유통기한이 5일까지인 커피 우유를 만지작 거리다, 진지한 망설임 끝에 바로 옆의 하루 빠른 4일까지인 우유로 바꿔 드는 나의 모습을 본다면 조금 귀엽네, 라는 생각을 해줄 것 같다. 하늘의 귀여움은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로또 당첨의 행운은 하늘의 일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하늘의 귀여움을 받는 작은 일부터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