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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Dec 16. 2019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입사 10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회사 생활 10년만 해야지, 결심한 건 2년 전쯤이었다. 마치 10주년이 되는 날 제출할 사직서를 품에 넣고 출근하는 사람처럼, 마치 글쓰기가 나를 퇴사의 길로 인도해 줄 것처럼, 기한이 정해진 사람처럼 퇴근 후에는 맹렬히 글을 썼다. 그렇게 7개월 간 쓴 글을 아래,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엮었다.




주입식 교육과 시키는 업무에 최적화된 대한민국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홀로 맹렬히 하고 나니 별안간 조금 허무했다. 마감을 했으나 아무도 다음 일을 시키는 사람이 없었고, 이제 좀 쉬자 마음먹었으나 그 마음이 2주를 넘기지 못했다.


회사 생활 10년만 해야지, 라는 결심이 얼마나 막연하고 추상적인지를 알면서도, 어쩌면 나는 입사 10주년에 찾아 올 로또 같은 드라마틱한 꿈을 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면 입사 10주년이 되는 날 브런치에, <입사 10주년, 정말 퇴사합니다> 같은 제목의 글을 쓰는 날이 오는 것.


그러나 입사 10주년을 딱 일주일 앞둔 오늘 - 심지어 우리 회사는 사직 의사를 통보하고 최소 한 달의 인수인계 기간이 규정인 관계로 - 오늘 당장 사직서를 내도 다음 주 입사 10주년에 딱 맞춰 '정말 퇴사'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티는 직장인의 위엄과 위험'에 대한 글을 쓰며 내가 조금씩 바라게 되었던 것은, 이 '버티는 일'을 조금은 긍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긍정하는 일이기도 했다. 직장 생활이 그저 나를 회사에 갈아 넣는 소모되고 마모되는 일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 하루에도 수십 번 기쁨과 슬픔, 괜찮음과 괜찮지 않음, 위엄과 위험을 오고 가지만 이 '오고 감'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도나 주기 같은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도성을 갖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자기 긍정'과 '자기 주도성'을 위해서는 버티는 직장인에게도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일상 루틴'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주어진 루틴을 견디는 삶이 아니라, 내가 만든 루틴을 스스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내 인생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 매니저(PM)라니, 지난 10년 간 회사에서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서 맡았던 내 업무분장이자 역할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인생을 제대로 맡아볼 결심을 하지 못했다. 일정 관리가 생명인 PM이 10년째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막연한 고민으로 고뇌하고 인내해 온 것이다. 사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입사 10주년을 기점으로 이제, 나를 괴롭혀온 막막한 고민, ‘회사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은 그만 두기로 했다.


내가 PM이니까, 내가 정하면 되니까.


PM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이니, 내일 그만두는 것이 위험하다면, 프로젝트 기간 연장도 나의 선택이다. 준비를 하고 내가 원하는 가장 최적의 때 그만두면 된다. 답은 나에게 있으니 이제 그만 물어보아도 된다.


막연한 물음 대신 하나씩 일정표를 채워 나가며, 잘 버틸 수 있는 나의 중심과 나의 리듬을 찾자. 그리고 건강한 나만의 일상 루틴을 만들어 보자.






** 입사 10주년을 일주일 앞두고 새로운 매거진에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일상 탈출이 아니라, 일상 루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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