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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Apr 16. 2020

AC(After Corona) 시대 직장인의 깨달음

코로나19 기록하기 - 전환점



요즘 코로나 19 이전을 BC(Before Corona), 이후를 AC(After Corona)로 부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코로나는 이제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적 기점이 되고 있다. 이미 BC의 세상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AC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 주위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면 오늘의 확진자수를 확인하고 빨리 끝나야 되는데, 한숨을 쉬는 것이 데일리 루틴이 되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는 구내식당 TV 뉴스 화면 속 ‘폐업’, ‘소상공인 울상’, ‘매출 급감’ 같은 단어를 보며 요즘은 그나마 월급이라도 나오는 직장인이 제일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 머슴살이의 지겨움은 잠시 넣어둔다. 그러다 ‘급여 반납’, ‘무급휴직’, ‘구조조정’ 같은 단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머슴 입장에서 주인집 곳간 걱정은 아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


최근에 항공사에 다니는 친구가 최대 5개월까지 의무적으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직접 비행을 나가는 파일럿이나 승무원들은 이미 시행 중이었기 때문에 올 게 왔구나 하는 반응이긴 했지만 우울해하는 친구에게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고작 한다는 말이 이 참에 좀 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되고 코로나 잦아들면 제주도 한 달 살기 어때? 하는 철없는 소리였다.


친구는 그토록 쉬고 싶었으니 휴직이 무조건 싫은 건 아닌데 이러다 회사 망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친구의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국적 항공사다. 에이, 설마 했지만 친구의 불안이 이해가 되는 AC(After Corona)의 세상이다.




이틀 전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 ‘생활 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라면서, “생활 방역은 코로나19 이전 삶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는 상당 기간, 어쩌면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원히라니. 차라리 역술인이나 무속인의 예언이었기를 바랐다. 그 예언은 보란 듯이 빗나가기를. 그런데 한 나라의 국무총리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석상에서 한 말이다. ‘영원히’ 다음에는 ‘사랑해’ 라던지, ‘함께 해’ 같은 로맨틱한 말이 어울리는데. BC(Before Corona)의 세상으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다니.


당분간 AC(After Corona) 세상의 직장인들은 좀 더 버티고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머슴살이의 지겨움이라는 말이 사치일만큼 회사 밖은 더 혹독하게 춥고, 스스로도 이미 동물적 감각으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아도 월급이 나오는 삶이 주는 안락함을 여느 때보다 체감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일이 줄고, 계획했던 일을 못하는 상황의 불안도 있지만 그 상황과 무관하게 똑같이 월급이 나오는 회사에 감사할 지경이다.


우리 회사는 평생 못 할 줄 알았던 재택근무도 장려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여 휴가도 장려하고 있다. 회사에서 휴가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6월까지 휴가를 쓰면 절반의 연차를 되돌려주는 신박한 제도를 시행한 덕분에 팀원들이 돌아가며 휴가를 쓰고 있다. 오늘이 내 차례라 휴가를 쓰게 되었는데, 어디 여행도 못 가는 답답함은 이제 좀 적응이 되었나 보다. 그저 건강히 지내고 있는 것,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었다. 지금도 너무 큰 고생을 감당하고 있는 의료진이나 공무원분들을 보면, 휴가를 장려하는데 여행도 못 가네 하는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도 말아야 한다.




휴가인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마켓 컬리에서 온 아침을 먹고, 글 쓰고, 책 보고, 산책하는 하루를 보냈는데 그야말로 내가 꿈꾸던 프리랜서의 삶이었다. 아, 머슴 생활 접고 이렇게 살 수 있겠는 걸? 하면서 의식의 흐름대로 평소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켰다. 이 날 출연한 김미경 강사님이 30대에는 절대 퇴사하지 말라 신다. 30대에는 잘못된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는 띵언까지.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지만 자신감 또한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이쯤 되면 짜여진 각본 아닌가 싶게 시의적절한 유튜브 채널 클릭 아닌가. 불확실성이 높은 30대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AC(After Corona)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김미경 강사님은 어디 가서 몇 년 뭐 해서 성공할 생각 말고 일상을 잘 살라고 하셨다. 실제로 강사님은 매일매일 EBS로 영어 공부를 하고, 직장에서 수백 명의 개발자를 만나는 나는 단 한 번도 마음먹어보지 못한 ‘개발 언어 배우기’에 도전 중이다.




BC(Before Corona)의 세상이건 AC(After Corona)의 세상이건,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일상을 잘 사는 일이라는 깨달음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전 세계 누구도 가보지 않은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 어떻게 살지, 여느 때보다 고민하게 되는 요즘은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원래 BC와 AC의 구분은 ‘Christ’, 구원자 예수의 탄생이 기준이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잘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예수도 ‘이웃을 사랑하라’는 평범한 가르침으로 세상을 구원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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