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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무리 Apr 12. 2020

코로나 이후의 세계

코로나19 기록하기 - 한낱 직장인이지만



다음 주면 괜찮겠지, 앞으로 2주가 고비야, 전 국민이 시한부 일상이 된 지 세 달째. 이제는 코로나 시국이 끝나도 원래의 일상이 아닌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뉴 노멀(New Normal)'을 이야기하며 언택트 사회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거창한 용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나 역시, 일상의 감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지하철 고장으로 출근길 평소보다 이십 분 넘게 열차를 기다렸다. 세 대 정도가 지나갔을 시간이 누적되다 보니 갑자기 늘어난 인파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꼈다. 나는 평소 공항철도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왜 이렇게 답답한가 하니,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들어오는 사람도 없는, 나라가 고립된 지 수주가 넘어 다른 서울 지하철보다도 훨씬 한산한 출근길에 오른 지 두 달째 되었을 무렵이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이 정도 인파는 코로나 이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출퇴근하는 사람에 대형 캐리어를 끌고 입출국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발 디딜 틈 없었던 게 일상이었다.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는 있지만, 금방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문득 두려웠다. 어딜 가도 적당히 한산한 서울, 차가 막히지 않는 도로, 깨끗한 하늘 같은 '특수한' 상황만큼은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2분기에 접어든 2020년, 회사에서도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일상의 감각이 달라지고 있다. 1분기에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 이러다 1년 동안 할 일을 하반기에 몰아서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뿐이었는데. 1분기가 다 가고 4월, 2분기가 오니 불안을 넘어 이제 정말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문득 이런 고민을 항상 나보다 먼저 또 같이 해주었던 선배가 떠올랐다. 지금은 다른 곳에 계시지만, 이 분과 함께 일했던 3년여의 시간 덕분에 '고민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직장 생활의 큰 행운이었다.


덕분에 유발 하라리 같은 위대한 학자도 예측하기 어려운 코로나 이후의 세계를 생각한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처음으로 경험하는 변화 앞에서 한낱 직장인의 한 사람인 내가 하는 고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비관이나 절망을 경계하게 된다.


늘 비판적 낙관을 강조했던 선배 덕분에, '벤치마킹' 사례도, '레퍼런스'도 없는 그야말로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업문화 담당자로서 장기전이 될지도 모를 지금의 상황에서 이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일하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


아직 그 답은 알 수 없지만, 스스로 이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지난 10년 간의 직장 생활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주어진 일을 하며 마모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며 고민하는 힘이 길러졌다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로한 일요일 밤 그래도 '한낱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긍정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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