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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Jul 11. 2021

저출산과 소비자 선택

적정 출산율 목표를 설정해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한국은 OECD국가 중 출산율이 최하위에 속한다고 한다. 저출산대책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적정한 출산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아니 그보다도 저출산 자체가 나쁜 것일까? 인구밀도로 따지면 km2 당 500명을 넘어 적어도 인구 1000만 이상 국가 중에는 뱅글라데시에 이어 2위인데(타이완을 국가로 보면 3위) 경지면적 기준으로는 km2 당 3000명으로 최고 수준이다. 그러니 국토 면적을 감안한다면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가정을 아이 출산 장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면 정부가 목표 출산율을 정해 놓고 달성하려는 것은 인권 침해적 발상일 수도 있다. 출산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이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각 가정이 선택한 최적 출산이 국민들의 행복을 극대화하는데 부족한 수준이라든가 혹은 출산이 타인에게까지 이익이 되는 이타적 활동(경제학적 의미로 거래를 통해 어떤 이익을 받아 내지 못하지만 타인에게 이익을 주는 소위 “외부 경제”를 가져오는 활동 – 우리 집에 이웃에서도 조망이 가능한 넓은 정원을 만들어 이웃에 정원 뷰와 맑은 공기를 선물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에 해당될 지도 모르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출산율이 그런 부분에 대한 치열한 연구를 기초로 한 것인지 의문이다.

다양한 연구들이 적정 출산율을 산출해내고 있고, 1인당 소비 생활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계 출산율(여성 1인이 가임기간중 낳는 아이 수의 평균)을 계산한 소비자 관점에서의 연구도 있기는 하지만 각 가정, 궁극적으로는 임신 여성이 선택해야 할 출산을 얼마가 적정하다고 주장하며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단지 연금 자원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는 생각 정도라면 저출산 대책보다는 어떻게 하면 연금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가를 먼저 연구하는게 순서이고 혹 장래 사회에 인력 부족을 문제로 생각한다면 정보화, 기계화로 노동 절약적 산업구조로 발전하거나 합리적 노동자 이민 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인데 이미 급속하게 진행 중이어서 인구가 줄어도 오히려 일자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외 국방에서의 사병 인력 걱정이나 적정 교육 서비스를 위한 학생 수 등의 고민도 뒤떨어진 전략 전술이나 교육 서비스 제공 방법은 그대로 둔 채 출산을 조절하겠다는 생각은 황당하고 비효율적이다. 지방인구 감소로 지방자치단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지자체를 통폐합하거나 자기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해결할 일이다. 

각 가정이 과거처럼 아이를 자신의 노후 보장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좀 이기적이긴 하지만 출산 가능 세대들 가운데 일부는 육아에 투입하는 시간과 비용을 우려해 출산을 꺼리고 혼자 사는 것이 외롭다 보니 반려견이 아이의 대체재가 되는 것은 씁쓸하지만 부분적으로 현실이다.

과거 우리 사회의 남아 선호도 따지고 보면 주로 아들이 부모 노후를 책임지는 사회에서 정확한 계산 결과는 아닐지라도 아들을 많이 두는 것이 노후를 여유롭게 하는 비결이라고 생각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저출산 자체가 나쁜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으며, 만일 각 가정 혹은 개인이 출산이나 적정 자녀 수 선택에 실패하고 있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적정 출산수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추기 위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황당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과거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운동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닌 것처럼 출산율을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즉, 문제는 출산율이 아니라 현재 각 가정이 출산이나 자녀 수의 선택에서 실패하는 요인이 있느냐는 것이다. 만일 경제적 어려움이 원인이라면 관련 복지를 강화하는 것은 저출산대책에 앞서 기본 복지로서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출산을 원하는데 가로막는 요인들을 찾아내 제거해 주는 일이 우선이다. 예컨대 미혼모나 미혼부, 혼외자의 경우와 같이 사회적 차별로 인한 문제들 예컨대 박근혜 정권에서 혼외자 문제로 인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야 했던 사건 등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역사적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생아였고, 스티브쟙스, 오프라윈프리 등도 미혼모 자식 또는 사생아였으며 OECD 국가의 혼외자 비율이 평균 40%를 넘는 점은 우리 사회가 혼외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함을 보여준다. 

인식의 변화가 어렵다면 미혼모 지원 방식이라도 대폭 변경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혼 출산 시 별도 숙소를 지원하는데 본인이 꺼릴 수도 있으므로 선택에 따라 바우처나 현금 지원이 나을 수도 있고, 결혼한 가구에 한정하는 각종 지원을 미혼모, 미혼부에게도 동일하게 지원하도록 입법으로 일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우리의 저출산 원인은 부부 출산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 미혼 가구가 늘어나서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혼이나 미혼 출산을 막는 요인을 살펴야 할 것이고, 남성의 결혼 장애 요인 1위가 “집”이라니 결혼 후 주택 구입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미혼에게도 혜택을 주고, 결혼 후 자녀를 낳으면 혜택을 늘려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요컨대 적정 출산율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려는 정책을 펴기보다 출산을 막는 비합리적 요인을 찾아 제거하고, 결과로 나타난 출산율이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변화에 대한 대책으로 다른 다양한 대책들 – 교육, 국방, 산업, 연금, 이민 정책 - 과 함께 출산 관련 정책도 검토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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