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외제 차로 타기는 하는데 어쩌다 너무 구두쇠처럼 산다고 할까 봐 그런 것이고 국산 고급 차들은 뭔가 사회적으로 힘 좀 있는 국회의원이나 장차관 같이 출세한 사람들이 타기에 기본적으로 출세한 사람들을 그다지 존경하지는 않는 편이라 그냥 속물들이 타는 수입차로 샀을 뿐입니다.
제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동산을 살 때도 부자들이 살 것 같은 곳이나 젊은이들이 취향을 반영해 땅값이 오를 곳은 잘 모르고, 그저 교통이 편하고 주변에 싸게 살 수 있는 마트나 학교가 가까운 곳을 찾게 됩니다.
그런 제가 명품을 좋아 한다는 된장녀를 위한 변명을 하다니 어울리지 않는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사전을 찾아보니 된장녀란 표현은 사용된지 이미 20년쯤 되는 용어이고 저 같은 사람들이 젊은 명품 지향 녀들을 비난하며 하는 말이더군요. 대체로 머리에 든 것은 없이 자신을 내세울 것이 없어 소유한 것, 치장한 것으로 자신을 나타내려는 태도를 지칭하며 비웃는 말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지 출처: 이미지투데이
저도 어릴 적 명품 지향을 비웃은 적이 많습니다. 아니 비슷한 가방을 뭐하러 브랜드 로고하나 붙이기 위해 10배 100배를 주고 사지? 물론 오랜 동안 소비자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품질을 유지하면서 고급스런 마케팅과 스토리 텔링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에 환상을 심어준 성과이기도 하고, 소비자들은 단지 기능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으로부터 어떤 느낌을 얻고 그것을 기능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마치 우리가 연애할 때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금전적 이익을 주어서가 아니라 함께 느끼는 설렘과 감동으로 만나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역설적으로 우리 소비자들이 명품을 선호를 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도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좋은 신호이기도 하니, 명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한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 내지 못한 우리 기업과 시장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한때 세계 최대 의류, 신발 등 제조 수출국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에 제대로 된 명품 브랜드가 별로 없다는 것은 좀 창피한 일이기도 합니다.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동대문 디자인센터(이미지 출처: 월간디자인)
사실 오세훈 시장님도 동대문에 유명 외국 건축가(자하 하디드)의 커다란 달걀 같은 작품을 세우고 만족하기보다 - 실제로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구심적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 어떻게 하면 동대문에서 명품 브랜드가 탄생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돌아가신 박원순 시장님도 삼양동에서 부채를 부치고 동대문 직공들만 위로할 것이 아니라, 국내 명문대학들이 동대문에 패션디자인 스쿨을 만들고 외국 유명 패션디자인 교육기관의 동대문 캠퍼스가 들어서 매일 매일 멋진 패션쇼들이 개최되는 명품 브랜드 탄생의 산실이 되게 했다면 멋진일이었겠죠. 명품 지향 소비자들이 있다는 건 그런 산업과 교육이 클 수 있는 잠재력의 증거입니다.
사진출처: 동아일보
샤넬백을 사기 위해 밤을 지새며 기다리는 오픈런의 행렬을 비난하며 비웃을 것이 아니라 그 열정을 동대문에서의 명품 브랜드 탄생의 에너지로 바꿔 주는 역할이 우리 기업과 사회가 할 일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명품을 비난하고 백화점의 명품 매장을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싸고 튼튼한 가성비 좋은 가방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고급스런 소비 취향에 맞춘 감성을 느끼게 하는 수백만원짜리 가방을 팔수 있다면 단지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수십배의 소득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로 됩니다.
만일 저같은 꼰대(?)들 생각처럼 우리 소비자들이 그저 가성비만 따져서 상품을 산다면 한국 시장은 금새 중국 상품으로 덮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따지고 명품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우리 산업과 경제에 축복인 셈이죠.
특히 패션 상품은 단순히 몸을 가리거나 물건을 넣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많은 것들을 표현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저처럼 그저 옷을 몸을 가리고 온도에 적응하기 위한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옷을 자신을 표현하는 분신처럼 여기고, 가방을 그저 필요한 물건들을 담아 운반하는 도구로 쓰는 사람도 있지만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드 카프만이 쓴 “여자의 가방”이란 책의 모티브처럼 가방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내기도 합니다.
제가 명품족이 되어 된장녀(?)를 따라 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명품을 즐기고 고집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습니다. 물론 명품을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괴로움이 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명품을 즐기며 상품이 주는 작은 감성의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자의 존재나 샤넬 오픈런의 열정은 적어도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외치며 세금 축내기 잔치를 벌이는 것보다는 한국 패션 산업 발전과 성장 – 우리 사회가 목매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위해 긍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