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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Jul 27. 2021

일본 집단주의에 대한 오해

일본은 집단주의로 성공한 나라가 아니고 단결을 잘하지도 않는다

이글은 일본이 개최하는 2번째 올림픽에 즈음하여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과 오해를 짚어 보기 위한 것이고 그 첫번째 글입니다.


 필자는 80년대 말 일본이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칠 무렵 일본 유학을 했고 다시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에 빠진 90년대 말에 일본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합해서 5년 정도가 되는 일본에서의 생활과 유학의 경험은 우리가 일본에 대하여 가진 상식의 많은 부분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우리 같은 60대의 사람들은 학창 시절 “일본은 단결을 잘해 성공했다. 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이 강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은 국가와 기업이 하나의 회사처럼 협력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일본에서 배워야 한다.” 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듯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체험한 일본은 단결을 잘하기보다 매우 개인주의적인 사회였습니다. 학문적으로 관찰한 것은 아니지만 직장이나 학교에서 단체로 저녁 회식을 하는 ‘콤빠’라는 행사에서도 우리처럼 술을 억지로 권하는 일도 없거니와 각자 부담하는 경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는 술값을 빼주기까지 합니다. 교수님이 학생들과 식사를 같이 할 때도 특별한 제의가 없다면 각자 부담으로 생각하면 되고, 함께 모여 식사할 때도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어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며 고르지도 않고 불고기 같은 메뉴도 1인분씩 각자 서비스 하는게 보통입니다. 적어도 한국 사회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편입니다.     

 좁은 대지 위에 연필처럼 지어진 동경 시내의 빌딩을 보면서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건축 면적의 반을 차지할 텐데 왜 서로 땅을 매매하거나 합쳐서 건물을 하나로 건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일본인들은 별로 의아하게 생각하지도 않는걸 보면 서로 쉽게 협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필자가 동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으니 조금은 전문 지식을 가진 일본 경제에 대해 보더라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완성차 메이커와 종합 가전 메이커를 가진 나라이고, 100년 이상된 기업 수가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리고 골목 상권의 작은 식당들까지도 메뉴나 맛들이 색다른 것들을 느낄 수 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모습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정작 IT분야 등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는 그다지 성공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일본 경제의 성공 원인을 집단주의에서 찾는 것은 무리이며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로 보는 것이 정답에 가까을 것입니다. 

 더구나 일본인들이 집단주의적 열정으로 싸운 2차 세계대전은 자신들을 포함 주변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을 뿐 아니라 아직도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사실 일본의 집단주의에 관한 인식은 일본인 스스로 만든 이미지이기도 하고, 급속하게 세계화를 진행하던 70-80년대에 깃발을 든 가이더를 따라 줄을 서서 다니는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에 의해 각인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인지 - 아마도 획일적이고 일사 분란한 통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에서 비롯되었겠지만 과거 한국에서 본받아야 할 모습으로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일본인은 집단주의적이라는 통설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1) 제가 20년 전 쯤 일본 생활을 마치면서 받은 느낌을 정리하며 그 첫째 주제로 "집단주의는 일본의 성공 요인이 아니다"라는 책을 써 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좀 늦어 버린 감이 있네요. 한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오해의 둘째 주제는 "일본이 망해야 한국이 잘될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1) 高野陽太郎 『「集団主義」という錯覚 ― 日本人論の思い違いとその由来』

新曜社 2008年6月刊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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