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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Sep 10. 2021

권력을 파는 것이 부패를 막는다

 우리 국민들은 사고판다는 것, 혹은 시장에서 거래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누구나 하도록 자유를 줄 수 없어서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 할 때, 그런 권리를 시장에서 거래하기 보다는 정부의 권력으로 누구에게 허가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시장에서 거래하듯 그러한 허가를 사고팔게 하면 부자만 허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불공평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부의 결정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주게 되는 경우에도 이익을 받는 집단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게 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런 경우 부자들은 몰라도 금전적 부담을 지기 어려운 가난한 사람들은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까?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지만 이권을 가진 허가제도가 부패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란 점은 애써 외면한다. 허가과정에서 부정이나 뇌물 사건이 발생해도 제도 자체를 개혁하기 보다는 허가의 절차에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외친다. 만일 허가권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팔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는데도 그것을 구태여 팔지 않고 정부 관리들이나 훌륭한 분들의 심사에 맡겨 공정(?)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몇해 전 정부가 면세점이나 홈쇼핑,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들을 선정했는데 왜 특정 사업자만 하도록 해야 하는지 자체도 의문이지만 백보 양보해 사업자 수를 제한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하더라도 사업권을 투명하고 공개적 절차를 통해 경매로 팔았다면 수조원의 세수가 발생했을 것이다. 관리들, 교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여 누가 더 사업을 잘할지 평가해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인데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평가 받아야지 심사워원들에게 평가받을 일이 아니다.

카카오 뱅크의 대주주들은 20조원에 가까운 상장차익을 누렸다.

그렇게 되면 재벌들만 사업권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재벌이라 할지라도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많은 값을 내고 사업권을 사게 되면 손해를 보게 돼 사업유지가 힘들 것이고 결국 되팔거나 사업을 계속 유지하려면 다른 회사를 팔아 손실을 메꾸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훌륭한 사람들이 공정하게 허가하는 것보다 돈 받고 파는 것이 소비자나 국민 모두에게 이익
노태우 정부시절 지상파 방송(현 SBS) 사업권, 문민정부 시절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매각이나 지역 케이블TV 사업권과  PCS 이동통신 주파수 사용권 등도 정부가 심사해 특정인에 허가했는데 이런 것들도 모두 경매를 통해 팔았다면 수십조의 세수가 생겼을 것이고, 그 재원을 주거안정이나 사회복지에 활용했다면 복지국가는 10년 이상 앞당겨졌을 것임은 물론 대통령 아들(김현철씨)이 감옥 가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정부는 복지재정을 이야기할 때 늘 재원부족을 핑계로 대지만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는 일만 그만두더라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보금자리 주택이니 행복주택이니 하면서 그린벨트로 묶인 개발제한 구역이나 건축이 제한된 철도변 부지 등을 풀어 무주택 서민층이나 젊은 사회출발 세대를 위해 주택을 제공해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하지만 그럴 것 없이 해당 지역의 개발권을 공개적으로 팔아서 최적의 개발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다면 수십조의 세수가 생겨 수도권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고, 복잡한 입주자격을 제한으로 인해 몇 년을 무주택으로 기다리며 줄서게 하거나 보금자리 주택이나 행복주택에 입주하기 위해 직장과 멀어져 불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최근 서울 교통공사는 지하철 역명을 입찰해서 팔았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적자문제도 서울시가 가진 다양한 권한을 팔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의 명칭, 도로명(혹은 사거리 명칭) 등도 돈을 내고 광고로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옥외광고 매출이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할 때 연간 수천억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역명이나 정류장 명칭, 사거리, 도로 명칭을 인근 기업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반드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위치를 기억하는데 도움을 줄수도 있다. 다행히 필자가 수년전 했던 이야기를 요즘 서울시가 실현에 옮기고 있다. (필자가 2015년 넥스트이코노미에 기고한 글 https://www.nexteconom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39 참고)

 또한 병목지역에서 우회도로를 내거나 고속도로 출구를 만드는 일도 땅을 사는데 돈이 많이 든다면서 난색을 표하지만 땅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그 땅에 지을 수 있었던 건축면적의 1.5배 정도의 개발권을 주어서 주변 땅을 샀을 때 원래의 용적율에 더해 사용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팔수 있게 하면 전혀 돈을 들이지 않고 토지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속도로 출구도 수익자 부담으로 일정 금액을 내면 어디든 낼 수 있게 한다면 오히려 출구에서의 교통체증도 막을 수 있고 소비자들도 불필요하게 먼 곳의 출구로 나가 목적지를 돌아오는 불편을 겪지 않게 된다.
이런 개발권 판매 및 양도제도를 광범위하게 도입하면 도심 재개발이나 공원조성 등도 재원이 없어서 못하는 일들이 없어지게 된다.
80년대에는 골프장 허가가 커다란 이권이 돼 허가를 받기 위해 부정한 금전이 오갔고 더 거슬러 가면 주유소 허가나 유흥주점 허가까지 이권으로 뒷거래돼 부패의 원인이 됐다. 뿐만 아니라 허가가 소수에게 특혜로 주어지다 보니 공급이 제한됐고 불편은 모두 소비자의 몫이었다. 차라리 허가를 파는 것이 세수도 늘리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됐을 것이다. 


이 글은 필자가 2015년 유통전문지 넥스트이코노미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하여 게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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