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구 Sep 23. 2021

교육의 평등과 다양성
자사고.특목고 폐지 논의에 부쳐


 좌파들이 집권하면서(우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종래 교육 분야에서 행해진 지식 학습 중심 입시 경쟁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인성 발달의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논술형 필기시험을 통해 이해력이나 암기력을 테스트하는 단순 경쟁보다는 다양한 사회 경험과 활동을 통해 보여준 리더십이나 봉사 정신을 평가 요소에 넣어 그야말로 일반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입시 경쟁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교육 분야에 도입했다. (정경심과 조민은 그렇게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입시 경쟁 자체를 죄악 시하고 “일류, 이류, 삼류”라는 서열화 교육을 비판하는 태도는 좌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박정희 정권에서 출발한 것이고 일류, 이류 학교를 없애겠다고 중고등학교 입시를 폐지까지 했던 것이 박정희 정권이다.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가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하지 않았다면 대학입시도 폐지했을지 모른다. 어쨌든 박정희 대통령과 요즘 좌파 교육정책 담당자들의 생각은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중학교 무시험제도가 처음 시작된 1969년,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자신이 다닐 학교를 추첨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원문보기:https://www.hani.co.kr/arti/s

 한 걸음 나아가 좌파 교육 전문가들은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다양성을 강요하고 획일화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다양성을 이야기하면서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칼을 빼어 들었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자사고 설립 취지에 어긋나게 입시 위주 교육으로 주로 의대를 많이 갔다는 것이 폐지 이유라는데 자율적 교육에 따라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면 교육감이 “감나라 콩나라” 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학생들이 의대 많이 가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하는 교육감의 독선이 문제다. 좌파 교육감들은 유사한 생각으로 특목고나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법 위반으로 판결이 나자, 정부는 아예 시행령을 개정하여 2025년까지 자사고 등을 폐지할 계획인데 이 역시 헌법 위반으로 위헌심판이 제기 된 상태이다. 다만 이 다툼은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제도 법정주의(④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와 관련한 다툼이어서, 국회의 2/3 가까이를 장악한 좌파들이 법률 자체를 개정해 자사고 특목고를 전부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교육을 박정희 시대로 되돌리는 대업을 이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좌파들이 그토록 자사고, 특목고 폐지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교육이 비록 상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위 “학벌”을 사회적 불평등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다수 학부모들이 폐지에 찬성하고 있어 교육감 선거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하지만, 그냥 추첨으로 입학하고 획일적 교육을 강요한다고 평등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라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점수나 등급을 메기는 성적 평가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 브랜드뿐만 아니라 성적 평가로 인한 불평등도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자사고, 특목고 폐지에 찬성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폐지 주장을 펴기도 하지만 자유권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권의 하나이며,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직접 해를 주지 않는 한(혹은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저 다수가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의 원칙이다.

 차라리 좌파들 계획(?)대로 정부가 자사고, 특목고 지정하는 시행령을 없애되, 국공립이 아닌 초중고 학생 선발 자체를 학교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선발 과정이 투명, 공정했는지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기르고 학생들에게 입학 당시 약속한 교육을 이행했는지를 감시하는데 그치는 것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미래 사회의 다양한 교육수요에 대비하는 길이다.

 교육 분야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좌파들의 이상(?)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명문학교 중심 학벌이란 것이 없어지면(또 외국 명문학교로 만든 학벌은 좌파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고...) 결국 사람들은 그를 대체할 다른 네트워크들을 만들고  어쩌면 학벌보다 훨씬 더 재력과 관계가 커지게 될 것이다. 학벌을 없앤다고 해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부(富) 혹은 다른 능력을 중심으로 한 불평등이 심화될 뿐이다. 인간들에게 학력을 좌우하는 지적 능력의 차이는 그야말로 몇몇 천재들을 제외한다면 다른 능력에 비해 차이가 적은 편이고, 그런 천재들의 지적 능력이 인류를 불평등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을 휘두르는 능력이 뛰어난 북쪽의 김씨 가문 3대가 만든 불평등과 비극이 인류에게 훨씬 큰 재앙이다.

작가의 이전글 경자유전은 소중히 지켜야 할 원칙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