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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Oct 18. 2021

노무현 대통령 - 참여정부는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

 사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다만 필자가 당시 총리실에서 규제개혁팀장으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해찬 총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의 정책을 엿볼 기회를 가졌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해찬 총리나 노무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규제보다 시장의 경쟁을 신뢰하는 보수주의자였다. 이해찬 총리는 총리실에 규제개혁 조직이 있음에도 별도의 민관합동 규제개혁기획단을 만들어 매월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관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이 총리가 자신보다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분이라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그리고 금융보험증권 분야, 에너지산업(전기, 가스 등)분야, 건축.건설업(입찰등 포함) 분야, 방송통신 분야 등 필자가 담당했던 분야의 규제개혁방안을 장관회의에 상정하기 위해 매월 총리께 보고했는데, 그 내용은 대부분 필자의 평소 생각대로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소비자 선택과 기업들 간의 경쟁에 맡기자는 내용이었지만 중간에 장차관(국무조정실장, 차장)이 다른 생각을 가진 경우조차 총리의 최종 판단은 필자와 같은 경우가 많았다. 다만 교육이나 부동산 분야는 이해찬 총리와 약간 생각이 다르긴 했지만 교육 분야는 필자 담당이 아니었고 부동산 부분도 필자의 담당 업무는 1가구 다주택 규제 등 세제 분야가 아니라 주로 건설, 건축 행정규제와 관련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견은 거의 없었다. 다만 교육, 주거 분야에서도 시장기능을 활용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이 총리는 그런 분야는 시장에 맡길 수 없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뢰하는 이해찬 총리가 교육, 주거 분야를 제외하고는 필자와 같은 극단적 시장주의자와 같은 생각이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참여정부의 기본 정책 방향은 현재의 문재인 정부나 이재명 후보의 생각과는 전혀 철학적으로 달랐다는 것을 말해 준다.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도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독재자들과 완전히 반대편에 섰지만,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현실적이어서 오늘날 좌파들과는 다른 자유주의적 보수에 가까웠다고 보여진다. 일부에서 노무현 정권이 좌회전 신호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말은 그런 점을 반영한 것이다.

 막대한 부실채권 발생으로 시장 수요에 타격을 준 신용카드 사태 대책에서도 퍼주기를 통한 안정화 대책에는 선을 그었고,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진보진영의 반대에 불구하고 추진했으며 신자유주의로 오해 받을 규제개혁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단지 교육 분야는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본인의 왜곡된 경험, 주거 분야는 김수현 실장 같은 주변 참모들의 고집으로 인해 실패를 한 것으로 보여진다.(김 실장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을 확대해야 된다는 필자 의견에 대해 그럴 수록 부자들이 한 곳에 모여살게 되어 더욱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주장하는 정도로 독특한 경제학 이론(?)을 갖고 있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경제성장률로 본다면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은 객관성을 잃은 것이다. 참여정부 첫해에 국민의 정부 기간 중 발생한 신용카드 불량채권 위기로 인해 2%대의 낮은 성장율을 보인 것을 제외하고, 참여정부는 연평균 4.7%(첫해를 포함하년 4.3%)의 경제성장을 했고 이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참여정부 정책 가운데 아직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는 야심 찬 지역균형발전정책이다. 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추구한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서울 강남지역을 국가 중심으로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강북지역의 기능과 각종 인프라를 사장시켜 수도권 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점, 그리고 대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비합리적 규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목표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참여정부는 진보진영의 기대와 달리 좌파적 경제정책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양 진영으로부터 경제정책에 실패한 것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통계적 수치들은 그러한 비난이 부당한 것임을 말해 준다. 다만 주택 부동산과 교육, 지역균형발전 분야에서는 독선과 고집으로 시장이나 소비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대못을 박아댔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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