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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구 Oct 20. 2021

검찰개혁하려면 형사벌부터 줄여야

다음번 정부가 해야할 과제 - 두번째

솔직히 "외국의 형사벌은 어떤데?" 라고 물으면 필자가 형사법 전문가가 아니라 “글쎄?” 하고 반문할 수 밖에 없다. 다만 필자의 경험으로 검찰 권력의 과잉은 독점에서 온다기 보다 형사벌의 과잉에서 온다. 어느 국가든 국가 권력은 분담하더라도 분담한 부분은 독점하게 된다. 그리고 권력을 경쟁적으로 나눠 갖는다 해서 인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면 서로 엄하게 집행하는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국민들이 권력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력을 분립해서 인권을 보장하려고 한다면 삼권분립처럼 서로를 감시 견제하게 하거나 지방자치처럼 국민들이 거주이전의 자유를 갖는 만큼 지배받을 권력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권력을 나눠 갖는 것이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처럼 생활범죄 수사는 경찰이, 중요 경제범죄 수사는 검찰이, 공직자 수사는 공수처가 하는 식의 권력 나눠 먹기는 인권보장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검찰 권력은 약화될지 모르지만 오히려 국민입장에서는 각 분야별로 검찰보다 더 악질적 권력에 휘둘릴 수 있다. (공수처는 수사 받을 정치인들이 합의해 뽑기로 했으니 그들에겐 예외가 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주장처럼 그야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하되 경찰 수사에 대한 감시와 기소권만 검찰에 맡기는 것은 한 가지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 과잉 수사하는 것 혹은 봐주기 덮어주기 한 것을 검찰이 감시하는 기능을 할 것이고 어느 정도 인권보장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처럼 법대로 집행하면 모든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누가 수사권을 갖든 마찬가지고 아마도 검찰이 수사할 때보다 수많은 경찰이 하게 되면 더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주민등록법 위반 만으로도 3년 이하 징역이고 소소한 조세, 상거래, 환경, 건축, 소방안전 등 법규정이 있는 곳은 작은 위반도 모두 감옥에 보낼 수 있으며 임대차계약 신고의무 위반도 형사벌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언제나 수사권, 기소권을 가진 기관에게 주눅들어 지내야 한다.     

털어도 먼지 안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 혹은 털어서 먼지가 나더라고 그저 옷 세탁하면 되고 감옥에는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지 않는다면, 경찰에 힘을 주면 경찰 국가가 될 뿐이다. 아마 경찰 폐해는 검찰 폐해의 수십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경찰 수사도 받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무식한 자가 정의로울 때 일어나는 끔찍한 상황을 경험했다. 물론 친절하게 봉사하는 경찰도 많을 것이기에 이런 말하면 사람 차별한다고 욕먹겠지만, 법률 지식이 일천한 경찰이 모든 것은 상식으로 충분하다며 부자, 권력자들은 죄인이란 생각으로 정의감 외치며 수사한다면 과연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가 될까? 문재인 정부는 대체로 학문적 지식을 무시하고 재산 없는 것처럼 위장하면 훌륭하게 보는 습성이 있다 보니 아마 그런 사회가 이상형에 가깝다고 하겠지만 결국 중국의 문화혁명과 홍위병 운동의 한국판을 보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은 형사벌을 검토해서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폭력, 살인, 강도, 기타 고의적으로 타인 혹은 공공에게 피해를 주고 회복을 게을리한 범죄는 형사벌로 처벌하되 나머지 범죄들은 과태료나 손해배상으로 처리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신속성과 집행력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필자는 공무원 시절 소관 법률을 개정하며 형사벌 집행의 요건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거나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경우 기업인들을 감옥에 보내기 어렵게 했다는 이유로 계속 검찰의 공격을 받아 해임까지 당하는 등 험한 꼴을 경험했는데, 윤석열 후보 같은 분은 아직도 정의, 공정, 상식을 외치며 한국 사회 문제를 검찰권력으로 풀어 나가려는 마인드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아니 윤후보 뿐만이 아니라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정의나 공정이 강한 형벌과 검찰력 행사로 잡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보다는 위선이나 거짓없는 경쟁사회, 다수 속물적 소비자들에 의해 감시되는 사회가 오히려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애국적인 정치가나, 엄정한 검찰, 경찰이 완장차고 지배하는 사회보다 훨씬 정의롭고 공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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