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구 Oct 21. 2021

“소비자보호” 강제는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한다

 제목이 좀 모순적이다. 소비자보호가 소비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니... 그렇다면 ‘소비자보호’는 소비자보호가 아니란 말이 되고 단어의 의미 자체가 혼란스럽게 된다.     

어쨌든 현실 세계에서 소비자보호라는 말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용어이고 다수 사람들은 소비자보호를 하면 소비자는 보호를 받고 소비자의 이익이 늘어 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소비자 보호를 한 결과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보호를 받은 것일까?     

 이 글은 바로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열심히 뭔가를 했는데 결과는 소비자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전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업무를 담당하며 한 일이기는 하지만 홈쇼핑, 인터넷 상거래 등의 경우 상품 수령 후 1주일 간 청약철회권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물론 소비자에게 마음 편하게 쇼핑할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는 확실히 이익이 된다. 하지만 청약 철회로 인한 재고 처리 또는 재판매로 인한 비용은 그만큼 가격에 전가되어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러니 소비자 보호라고 하지만 실은 소비자들에게 자기 부담으로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셈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법령에 예외 규정을 두어 청약철회권이 제한되는 경우도 열거하고는 있다) 물론 그렇다고 청약철회권의 보장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 판매자들이 소비자를 현혹해 엉터리 상품을 팔아 놓고는 나 몰라라 하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도 있고 충동적인 소비자들이 경솔하게 구매한 경우 실수를 시정할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공짜는 아니지만... 다만 이미 해당 상품의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이라면 조악한 상품인 것은 알지만 써서 구매할 수도 있고, 신중하게 판단해 구매한 것이라 청약철회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만일 그런 소비자보호 제도가 없었다면 적어도 상품가격이 10% 이상 싸게 팔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만일 항공티켓에 대하여도 그러한 규제를 한다면 정가의 1/2에 못미치는 저가 항공권들은 자취를 감추고 오히려 소비자들의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역시 필자가 담당자로 있을 때 조치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을 때 근저당 설정수수료나 감정 평가수수료를 무조건 소비자 부담으로 했었다. 필자는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부담을 주는 약관을 무효로 하고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도록 시정한 기억이 있다. 그 후에 보니 금융권은 시정권고를 지키는 시늉을 하면서 은행이 부담할 경우 이자율을 현저히 높게 해 사실상 소비자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 문제가 되어 다시 시정조치를 받게 되었다. 이 경우도 누가 부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싼 비용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부담하도록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은행이 부담할 경우 이자율이 높아지거나 중도 상환 수수료가 발생한다면 대출 전에 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소비자가 직접 등기할 경우 은행의 협조의무도 부과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비교 선택할 기회를 줄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규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감정평가 같은 경우는 업체를 선정한 측이 부담하도록 하는게 정당하다. 그냥 은행이 부담하도록 하는 규제만으로는 결국 그 비용만큼을 이자율이나 중도 상환수수료 등에 전가해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이익은 없게 된다. 

    

 최근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해 한참 장황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몇 천만 짜리 펀드 상품 하나 투자하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걸리게 하고, 다시 소비자가 바쁜 시간에 전화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한 것인지를 확인한다고 하자. 대략 수익률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1천만원 투자라면 1년에 30만원 내외의 수익인데 고급 인력인 금융권의 직원이 30분을 소비하는 것은 3-5만원의 비용이고 본인이 소비한 시간까지 계산하면 투자 수익의 1/3 가량이 거래비용으로 나가 버린 것이다. 그 것은 마치 어떤 식품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고 하여 식사 전에 30분쯤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컨대 소비자 선택권을 무시한 소비자보호는 전혀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는 것이다. 즉, 많은 사람들이 쉽게 그냥 당장 눈에 보이는 소비자 부담을 덜어 주거나, 권리를 늘려 주는 것을 소비자보호라 생각하고 그러면 소비자에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그런 비용이 대부분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백화점에서 매장을 쇼핑에 편리하게 설계하고,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길게 잡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도 소비자보호지만 그 비용은 소비자의 부담이다. 그러나 그런 (소비자보호) 서비스를 받고 비용을 치루든 싼 다른 곳에서 구입하든은 소비자의 선택이다. A/S에 대한 신뢰를 갖고 삼성전자 브랜드의 전자제품을 사든 혹은 비슷한 사양의 중소기업 제품을 30% 정도 싸게 사고 간혹 문제 발생시 수고를 각오하든 역시 소비자의 선택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를 주고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쓸데없이 자상한 척하면서 정부가 강제하는 소비자보호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피해를 주고 소비자보호를 구실삼아 완장차고 기생하는 집단을 키울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수 정권 두 대통령의 경제정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