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라멘집과 돈코츠 라멘

노브랜드 돈코츠 라멘으로 그럴싸한 한 끼 만들기

by 구름조각

예전에 제가 다니던 대학 앞에 맛있는 라멘집이 있었어요. 가게 안에 작은 테이블 3개와 바에 앉을 수 있는 자리 4개를 더하면 겨우 10명 남짓한 손님만 앉을 수 있는 작은 라멘집이었죠. 그 가게와는 좀 특별했던 인연이 있었는데 제가 가게 오픈 날 첫 손님이었거든요. 한창 바쁘게 장사 준비하시던 사장님께서 놀라서 허둥지둥 라멘을 준비해주셨던 기억이 나요. 첫손님을 위한 정성과 긴장이 가득했던 그 라멘이 정말 맛있었답니다. 그 뒤로 그 라멘집이 많이 유명해져서 웨이팅이 길어지는 바람에 자주 먹지는 못했지만 가끔 방문할 때마다 사장님과 남들보다 조금 더 긴 눈인사를 나누고 신메뉴를 맛보기도 하고 가끔 서비스음료를 받기도 했었답니다.


나만 아는 맛집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성실하고 묵묵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시던 사장님을 생각하면 입소문을 타서 유명해지는 게 낫겠지요. 마치 나만 아는 인디가수가 점점 유명해져서 TV에 나오고 팬들이 많아질 때의 느낌 같았어요. '잘 되면 좋겠는데 나만 알고 싶고..' 뭐 그런 마음? 나중엔 지점이 3개까지 생긴 걸 보고 '사장님 성공하셨구나.' 마음으로 응원하기도 했었죠.


지금은 완전히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면서 추억의 라멘집을 가 볼 수는 없겠지만 가끔 그 집 라멘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차슈목이버섯, 김, 간장 맛이 나는 반숙 계란(아지타마고), 파시치미, 숙주를 올린 든든한 라멘 한 그릇. 저는 미소된장 국물에 약간 매운맛이 나는 카라이 미소라멘을 자주 먹었어요. 또 차슈를 다져서 볶은 차슈 볶음밥에는 은은한 생강 향기에 붉은색 생강 초절임, 베니쇼가를 올려 주셨죠. 그 고슬고슬한 차슈 볶음밥이 별미였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노브랜드에서 장을 보다 인스턴트 돈코츠 라멘을 보니 그때의 라멘이 생각났어요. 라멘 맛은 전혀 같지 않겠지만, 기억을 더듬어 고명을 준비해서 라멘을 한번 끓여보려 합니다.


일단 차슈부터 만들었어요. 통삼겹을 준비하면 좋겠지만 가격이 좀 비싸서 저렴한 앞다리살을 수육용으로 900g 샀습니다. 제 레시피는 정통 차슈가 아니고 간장 수육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해요.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히 만드는 가정식 레시피인 셈이죠. 우선 돼지고기의 각 면을 프라이팬에 지져 줍니다. 이렇게 센 불에 구워주면 모양이 잘 유지되고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서 고기 감칠맛이 좋아진다고 하죠.


그동안 간장물을 끓이고 있는데요. 설탕:물:간장1:1:1로 냄비에 넣고 여기에 양파 반쪽, 대파 한뿌리를 넣어 한소끔 끓여주세요. 저는 설탕을 조금 줄이고 배 반쪽파인애플 심지를 넣었어요. 지난번에 파인애플을 통으로 사 와서 잘라먹고 질긴 심지는 이렇게 고기 요리할 때 넣으려고 냉동실에 넣어 뒀거든요. 파인애플에 연육 작용을 하는 효소가 있어서 심지를 넣고 수육을 하면 고기가 엄청 부들부들해져요. 간장물이 끓을 때 구운 고기를 풍덩 넣고 중불에 20분 정도 끓입니다. 고기 잡내가 좀 강한 것 같아서 팔각을 반 잘라서 넣었어요. 팔각을 넣으면 독특한 향이 나는데 이 향이 족발집 같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종종 있더라고요. 취향에 따라 월계수 잎이나 통후추 같은 향신료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기가 부드럽게 익으면 불을 끄고 간장 물에 담근 채로 서서히 식혀줍니다. 나중에 이 국물은 걸러서 반숙 계란을 담가서 아지타마고를 만들기도 하고, 밥을 볶을 때도 소스로 넣어줄 거랍니다. 그럼 계란과 고기는 이렇게 준비했고 목이버섯과 대파를 준비해야겠네요. 말린 목이버섯은 물에 불려 두었다가 살짝 데쳐서 썰어두고 대파도 잘게 쫑쫑 썰어주세요. 이번엔 숙주를 깜박했는데 숙주를 넣으면 맛이 더 좋을 것 같아요.


노브랜드 돈코츠 라멘은 처음 사봤는데 면이 중면 정도의 두께더라고요. 끓는 물에 2분 삶고 불을 끈 후에 가루 수프와 동봉된 기름을 넣어줍니다. 이 기름이 정제된 돼지기름인 라드와 카놀라유 혼합인데 이 기름으로 풍미를 돋우는 것 같습니다. 라멘을 끓여 그릇에 담고 그 위에 넣고 싶은 만큼 고명을 얹은 후에 을 두장 얹어주었어요. 김으로 면을 싸서 먹는 게 맛있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후추를 살짝 뿌리면 간단하게(?) 만드는 라멘 완성입니다.


그때 그 라멘집은 참 정성이 많이 드는 게 눈에 보였어요. 삶아낸 차슈를 손님에게 나갈 때마다 토치로 그을려서 불향도 내고 더운 여름이면 좁은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육수를 뽑았으니까요. 그런 정성을 그대로 집에서 따라 할 수는 없으니 간단한 인스턴트로 타협한 셈이지만, 역시 정성의 맛을 이길 수는 없네요. 그때의 라멘집 사장님께서 성공해서 지금도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니까요. 살다가 한 번은 다시 그 맛을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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