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저는 늘 또래 아이들보다 3배는 잘 먹는 아이였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아이가 입이 짧아 잘 먹질 않아서 걱정이라거나 반찬 투정을 한다거나 하는 고민은 하신 적이 없다 하세요. 아무거나 잘 먹고, 고기도 잘 먹고, 젖 떼고는 이유식도 건너뛰고 바로 어른들 밥상에 앉아 고깃국에 밥을 훌훌 말아 한 그릇 뚝딱 해치우는 아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그리 잘 먹어서 저를 임신하셨을 땐 족발, 치킨, 삼겹살 같은 게 그렇게 먹고 싶으셨대요. 통닭 튀기는 냄새가 나면 그 앞을 지나치치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셨다는데 그 뱃속 입맛이 지금까지 이어진 게 참 신기하네요. 반대로 제 동생을 임신하셨을 때는 된장찌개, 나물밥 같은 게 당겨서 항상 그것만 드셨다 해요. 그 입맛을 이어와서 제 동생은 고기보다 해산물, 시원한 짬뽕을 좋아하는 입맛으로 자랐습니다.
생각해보면 한 때 다이어트 한약을 먹을 때 빼고는 식욕을 잃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한약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한약을 먹을 때 정말로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게 없었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갈 의욕도 많이 사라지더군요. 저의 삶의 의욕에서 상당 부분을 식욕이 차지하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먹고 싶은 것이 없어 = 살아갈 의욕이 없어
제 동생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이런 것인데요. 저는 배가 고프면 뭘 만들어서 먹거나, 사 먹거나... 어쨌든 허기짐을 느끼면 뭔가를 먹기 위한 행동을 취하거든요? 그런데 제 동생은 배가 고프면 '움직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대요. 여러분,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으세요? 이렇게 자신의 배고픔이 귀찮음을 이겨낼 때까지 한참을 뒹굴대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짬뽕을 시켜 먹는다네요.
동생은 맛있는 걸 봐도 입에 침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씹어 삼키는 게 번거로워서 늘 국물 있는 음식을 선호하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해요. 그럼에도 먹는 총량이 많지 않아서 늘 마른 체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렇다 보니 제가 저녁 밥상에 반찬을 올릴 때는 항상 새콤하게 입맛을 당길 반찬 하나, 자극적이고 기름진 반찬 하나, 채소반찬 하나, 마른반찬 하나, 국이나 찌개 하나를 준비해요. 고기반찬을 올렸다면 채소 겉절이를 하나 하든지, 기름진 전을 구웠다면 산뜻한 초무침을 하나 준비하든지. 여러 가지 요리의 신맛, 짠맛, 단맛, 매운맛, 기름진 맛의 적절한 밸런스를 생각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새콤하고 산뜻하면서 겨자의 톡 쏘는 맛이 코를 찡하게 하는 겨자 냉채는 맛의 밸런스가 좋은 요리 중에 하나입니다.
오늘의 반찬은 입맛이 없을 때 상큼하고 톡 쏘는 매운맛으로 집 나간 입맛을 불러올 레몬 새우 겨자 냉채입니다.
겨자 냉채는 소스만 만들면 다른 재료는 신선한 채소와 각종 해물이나 햄, 닭가슴살 등으로 대체해서 만들 수 있어요. 저는 달콤한 사과, 빨간색을 내줄 파프리카, 오이를 채 썰어 두고 얼마 전에 담근 레몬청에서 레몬을 건져서 섞어 두었어요. 레몬이 사과가 갈변되는 걸 막아주고 새우의 비린내도 잡아주니까 일석이조입니다. 새우는 간단하게 냉동 칵테일 새우를 데쳐서 넣었어요. 닭가슴살을 삶아 찢어서 준비하거나 크래미를 잘게 찢어 냉채에 넣어도 맛있답니다.
소스는 노란색 겨자에 설탕이나 올리고당으로 단맛을 더하고, 진간장 한 스푼으로 짠맛을 더하고, 식초로 새콤한 맛을 더한 다음 다진 마늘 반 스푼을 넣어 섞어서 만들었어요. 저는 새콤한 맛을 좋아해서 식초를 많이 넣었는데 각자의 입맛에 맞게 소스의 분량을 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겨자 소스는 되도록 먹기 전에 만들어서 뿌려주는 게 좋은데 오래 보관하면 겨자의 매운맛이 날아간다고 하네요. 소스에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조금 섞어도 알갱이가 터지는 식감이 추가되니까 맛있는 냉채소스가 된답니다. 이렇게 소스 하나 마스터해두면 여러 재료에 섞어 새로운 반찬을 만들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는 것이 곧 여름이려나 싶어요. 약간 더운 듯한 늦은 봄철에 입맛을 잃는 분들이 많으니 새콤하게 무친 겨자 냉채를 반찬으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저는 한 입 먹는 순간 코끝이 찡하고눈물이 핑 돌면서정신이 번쩍 들던대요. 거기에 탱탱한 새우살과 상큼한 채소들이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맛, 향, 소리, 냄새를 맡는 신체의 감각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우리 집 식탁에 더 자주 오를 듯한 레몬 새우 겨자 냉채. 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