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환하게 웃고 나면 콧볼에서 입가를 따라 내려오는 근육에 가느다란 선이 남는 것을 발견한 거죠. 우리가 흔히 팔자주름이라고 부르는 그 부위가 신경 쓰여 영양크림도 바르고 바셀린도 바르면서 '나도 이제 늙는구나...'이런 앓는 소리를 하곤 했어요. 그러면 꼭 엄마는 도끼눈을 뜨고 '요게 엄마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혼을 내시는 거죠. 그런 엄마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더 앓는 소리를 한 것도 있지만요.
하지만 사실 진짜 몸이 예전 같지 않아요. 팔자주름 이후 또 절실하게 노화를 느끼는 것이 소화력입니다. 이제는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거나 가공식품을 조금 연달아 먹었다 싶으면 곧장 뱃속이 더부룩하고 아랫배가 빵빵해져요. 가스가 찼나 싶어서 배를 꾹꾹 눌러봐도 영 효과가 없어 소화제를 먹게 만들죠. 그러니 먹는 것에 이래저래 신경 쓸 게 많습니다.
엄마의 오랜 친구는 그렇게 소화제를 찾는 저에게 늙으면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게 많으니 지금 먹어두라고 당부하셨어요. 더 나이 들면 이가 시원찮아 딱딱한 것도 못 먹고, 고혈압이라 짠 음식 못 먹고, 고지혈증 약 먹어서 기름진 고기 못 먹고, 당뇨가 생겨서 달콤한 빵도 못 먹는다 하시네요. 나이가 40살 넘어가면 어디 하나는 반드시 고장 나게 되어 있으니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남자도 많이 만나고, 놀기도 많이 놀고...
도대체 늙음은 우리의 몸에 무슨 저주를 내리기에, 지금 해야 할 목록이 저렇게 많은 걸까요. 공부도 때가 있고, 연애도 때가 있듯이, 먹는 일에도 때가 있다는 그 말에 괜스레 마음이 조급해져요. '아직 세상에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이 더 있을까?' 남자와 공부에 대해서는 좀... 모른 척하고 싶네요.
그래도 제 소화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달은 이상 가끔은 내 몸을 아껴줄 음식을 먹어야 해요. 맵고 자극적이고 기름지고 번거로운 것 말고, 간단하고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생각날 때. 그럴 때 준비하는 것이 이 들기름 표고버섯 솥밥입니다.
제일 먼저 쌀을 한 컵 씻어 물에 불려주세요. 쌀알이 물기를 머금는 사이 표고버섯 3개를 젖은 면포로 닦아서 먼지를 걷어내줍니다. 물에 씻은 표고버섯은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물에 씻지 않는 게 좋아요. 표고버섯의 갓을 채 썰어 주고 밑동도 잘게 다져요. 밑동을 말려서 국물 내는 데 이용하기도 하는데, 표고버섯 밥에 잘게 썬 밑동이 들어가면 쫄깃하니 나름의 맛이 있어요.
냄비 바닥에 들기름을 한 숟갈 두르고 썰어 놓은 표고버섯을 넣어 볶아줍니다. 이때가 표고버섯의 향과 쫄깃한 식감을 살려주는 작업이니 2-3분 센 불에서 잘 볶아 주세요. 그런 다음 불려둔 쌀을 넣고 물을 부어 끓어오를 때까지 기다립니다. 바로 뚜껑을 덮으니 물이 넘치더라고요. 한소끔 끓으면 주걱으로 한번 저어주고 뚜껑을 덮은 뒤 약불로 줄여줍니다. 냄비 바닥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쌀알을 조금 맛보면 다 익었는데 어느 정도 고슬고슬하고 찰기가 없을 때 불을 끄고 뜸을 들이면 돼요. 냄비밥은 항상 쌀의 양이나 불 세기에 따른 변수가 많아서 시간을 딱 정해 놓기가 어려운 점이 있어요. 처음에 들기름으로 볶았으니 시간이 좀 지나서 바닥이 눌어도 맛있는 누룽지가 되고 냄비 바닥에서도 잘 긁혀 나온답니다.
예전에 고기나 간장을 같이 넣어서 솥밥을 해 보기도 했는데 제 입맛에는 들기름만 넣어 향을 살린 이 스타일이 제일 맛있었어요. 여기에 양념간장을 올려서 김에 싸 먹으면 진짜 소고기 살치살 못지않게 고소하고 쫄깃한 표고버섯 밥이 됩니다. 맛있다고 양껏 먹다가 배가 부르니 후...또 소화가 안되는 것 같네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더니...
청양 고추 양념장에 비벼 곱창김에 싸 먹는게 맛있어요.
양념장 레시피
■약고추장
참기름에 다진 마늘과 소고기 간 것을 볶다가 고추장 세 스푼 듬뿍 넣어서 약불에 볶아줍니다. 취향에 따라 조청이나 물엿을 조금 넣고 통깨를 뿌려 완성. 나물 비빔밥에도 잘 어울리고 계란 프라이 하나 부쳐서 흰밥에 올리고 약고추장과 참기름 둘러 쓱싹 비벼 먹어도 맛있어요.
■청양고추 양념장
쳥양고추 7개 씨를 빼고 다져주시고 홍고추, 양파 1/4개와 대파 흰대도 한줄기 준비해서 잘게 다집니다. 여기에 액젓 3스푼, 진간장 3스푼, 매실청 2스푼, 식초 1스푼, 참기름 2스푼, 통깨 1스푼 갈아서 넣은 다음 다진 마늘을 한 스푼 반 정도 넣어 섞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