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 실은 디딤돌이다
우울은 나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우울증과 심리 상담으로 가족들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그 후에 겪은 이별로 또 좌절을 겪은 일까지. 기복이 많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뒤죽박죽 순서도 없이 일어났지만 각 사건의 기승전결로 묶어서 정리했다. 나는 추상적인 정보 처리에 능숙한 편이어서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해서 그로부터 얻은 지혜와 연결 지어 서술하는 것을 잘한다. 지금은 타고난 재주대로 나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글을 쓰고 있다.
처음에는 모든 과정을 한 권 정도로 묶을 생각이었지만 쓰다 보니 점점 디테일해져서 지금까지의 글은 우울증의 증상과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 나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서술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다음 글은 우울증을 극복하고 내 인생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내가 했던 우스꽝스럽고도 처절한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 같다. 그 시절에 나는 '이놈의 우울증 고칠 수만 있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살았다. 이런 과정들은 어디 취업용 스펙은 못 될지언정 내 인생의 주요한 변곡점이 된 시간이다. 우울증이 내 인생의 걸림돌인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성숙하는 데 꼭 필요한 디딤돌이었다.
모든 일이 지난 평화로운 지금, 우울증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예전 일기장을 들춰 보았다. 내가 우울증을 겪은 2년간의 기록은 두 권의 일기장으로만 남았는데 하나는 우울을 닮은 검은색 일기장이고, 다른 하나는 투쟁의 기록을 담은 빨간색 일기장이다. 지금은 내 심경을 대변하기라도 한 듯 예쁜 진분홍색의 일기장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는 검은색 일기장의 내용을 써왔고 다음 연재할 글에는 빨간색 일기장의 내용을 정리해서 쓸 것 같다. 내면의 우울을 깨닫고 해결책을 찾아 여정을 떠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