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조각 Jun 03. 2021

버터 치킨커리와 노오란 강황밥

코로나로 인도 여행은 못가도 미식 여행은 가능하니까!

    예전에 인도의 타지마할을 다녀온 작가가 쓴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었어요. 우리가 늘 사진으로 보는 타지마할은 하얗게 빛나는 성인데 노을이 지는 때에 가면 붉은 노을이 성을 감싸면서 연보랏빛으로 빛난다고 하네요. 상아색 성벽이 붉은 노을과 만나 신비로운 색으로 빛이 나기 때문에 타지마할은 새벽에 한번, 낮에 한번, 해 질 녘에 한번, 밤에 한번 봐야 한대요. 매번 볼 때마다 달라지는 그 아름다운 자태는 직접 인도로 여행 간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거라, 지금처럼 여행을 갈 수 없을 때는 더 부럽게 느껴져요.

마침 구글에 검색하니 적절한 사진이 있네요.

    인도든 어디든 요즘은 해외여행을 가기 힘드니까 tv로 여행 다큐를 보면서 그 지역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약간의 위안이 되긴 해요. 마트에 가면 해외 식재료나 독특한 향신료를 구하는 일도 쉬워서 마음만 먹으면 저녁 식탁에서 세계 여행을 하는 게 가능하죠. 그래서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버터 치킨 커리 페이스트로 만든 버터 치킨 커리와 노란 강황 밥으로 인도 여행을 떠나 봅시다.

저는 이마트에서 샀는데 인터넷으로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요.



    이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버터 치킨 커리 페이스트를 준비합니다. 닭다리살 정육양파, 버터, 생크림만 있으면 되니 재료도 참 간단하죠. 실제 인도에서 쓰는 수십가지 향신료를 다 준비하려면 너무 복잡한데 이렇게 페이스트로 언제든 인도 커리를 만들 수 있으니 정말 편하고 좋아요.


    닭다리살의 껍질을 아래쪽으로 프라이팬에 구워 줍니다. 껍질이 바삭해질 정도로 중불에서 구워줘야 느끼한 맛도 적어지고 닭다리살의 쫄깃한 맛도 즐길 수 있어요. 살에 소금 간을 약간 해주고 닭다리살이 익어가는 동안 양파 2개를 채 썰어 줍니다. 닭다리살을 구운 팬에 기름을 좀 닦아 내고 바로 양파를 넣어 볶아줄 거예요. 설거지 거리가 많아지면 귀찮으니까 한 팬에서 요리를 끝낼 겁니다.


    양파에도 소금 간을 조금 해주고 버터를 한 스푼 정도 넣어서 중불에 캐러멜 라이즈 시켜 주세요. 이렇게 양파의 단맛을 끌어내는 게 버터 치킨 카레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타지 않게 자주 저어가면서 양파가 갈색빛이 나도록 볶아야 합니다. 양파가 잘 볶아지면 닭다리 살을 한입 크기로 잘라서 양파와 잘 섞어주고 물을 한 컵 부은 후에 커리 페이스트를 넣어 잘 풀어 줍니다. 아, 전 몇일전에 햇마늘을 까 놓은 게 있어서 5~6알을 양파와 함께 볶아 줬어요. 편으로 썰지 않고 통으로 넣어도 볶고 끓이는 동안 다 익어서 맛있더라구요. 양파에 마늘도 조금 넣으면 한국인들의 취향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이걸로 거의 끝났어요. 커리 페이스트가 다 녹고 닭다리살과 양파가 한소끔 끓어오르면 생크림을 약간 넣어서 섞어줍니다. 생크림을 넣은 후에는 너무 센 불에 끓이면 생크림이 분리되니까 약불에 조금 농도를 맞출 정도만 끓이면 돼요. 제가 맛을 보니 생크림을 넣는 것과 넣지 않는 것의 차이가 커요, 생크림이 없다면 물의 양을 줄이고 우유를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유제품이 들어가야 커리의 풍미가 확 살아나는 것 같아요.


    커리와 함께 먹을 강황 밥도 지을 거예요. 인도 사람들이 먹는 길고 푸슬푸슬한 바스마티 라이스가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그냥 일반 쌀로 간단하게 냄비밥을 합니다. 쌀을 씻어서 생강가루 조금, 강황가루 조금 뿌려서 밥을 지으면 끝이에요. 소금을 한 꼬집 넣어 간을 더하면 밥이 더 맛있게 됩니다.


    코코넛 오일을 한 스푼 넣어줘도 풍미와 윤기가 있어서 좋지만, 코코넛 향에 대한 호불호가 있으니 이건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어요. 바스마티 라이스나 재스민 라이스처럼 쌀알이 가로로 긴 쌀이 지방 함량이 더 높아서 우리나라 쌀처럼 뭉쳐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대신 그만큼 열량이 높으니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바스마티 라이스를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구색을 맞춘다고 강황을 넣어서 밥을 했는데 강황이 면역력에 좋다고 하니 가끔 이렇게 밥을 지어먹는 것도 색다를 것 같습니다.


    밥을 적당히 푸고 커리도 듬뿍 올려서 생크림 한 스푼을 뿌려주고 토마토와 파슬리로 장식해 봤어요. 고수 잎을 올렸으면 그럴듯했을 텐데 고수를 구할 수가 없었네요. 노랗고 윤기 나게 지어진 밥이 만화영화에서 봤던 황금볶음밥 같은 비주얼인데 커리와 한 접시에 플레이팅 하니까 진짜 인도 음식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런 이국적인 저녁 밥상을 다 준비하는데 불과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반찬 따로 필요 없이 할라피뇨 하나 꺼내서 곁들이면 간단하고 이색적인 한 끼가 완성돼요.

    커리 맛은 두 말하면 입 아프게 맛있어요. 굵게 갈아서 향긋한 후추를 뿌려서 먹으니까 카레 향이 확 살아나고 밥에 슥슥 비벼 먹는 것도 정말 맛있어요. 인도 식당에서 금방 구워서 쫄깃한 난도 맛있지만 한국인에게는 늘 밥심이란 밥과 비벼 먹는 커리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나중에 정말 인도에 가서 타지마할을 제 눈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래오래 앉아서 아름다운 성이 햇빛에 물드는 것을 보고 싶어요.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었다는 타지마할처럼 영원한 사랑의 환상에 잠깐 취해서 느긋하게 아름다운 성을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왕에게 사랑받은 아름다운 왕비가 부럽지 않게 그때는 제 옆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겠죠?

매거진의 이전글 제철 한치 밥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