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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08. 2021

너의 기억속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윤지영이 상상해 본 미래의 어느날 <언젠가 너와 나>

 슬픈 건 좋지만 신파는 싫고

 우울한 건 괜찮지만 청승떠는 건 싫다.


    그런 나의 까다로운 감정선에 합격하는 드라마나 노래가 잘 없긴 하다. 슬픈 영화를 봐도 조금만 억지로 관객들 눈물을 짜내려 하면 내 표정은 짜게 식어가고, 이별 후 발라드 같은 걸 들을 때 혼자 술 먹고 있다는 가사나 네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둥의 가사가 나오면 당장 꺼버린다.

이건 이별의 슬픔이 아니라 알콜 중독자 스토커의 자기합리화잖아.
그렇게 못 살겠으면 다시 만나달라고 빌던지.흥

    한때 소몰이 창법이 유행했을 때는 참으로 들을 노래가 없었다. 지금도 발라드는 좋아하지 않아서 사귀던 남자친구가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하면 진짜 난감했다. 뭔가 감동을 받아 눈물이라도 흘리면서 적극적인 리액션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너밖에 없다는 발라드를 불러대면 내 감성이 반응하질 않는 것이다. 꽤 노래를 잘 하는 친구였음에도 전혀 감동받지 못한 내가 최선을 다해 박수를 치고 "자기야, 노래 정말 잘한다!" 등의 입바른 소리를 해봤자 영혼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그런 사람을 많이 만났었네...


    밤에 노래를 불러주거나 기타연주를 해주거나 내 앞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남자들. 제발 그런 이벤트를 하기 전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좀 물어봤으면 좋겠다. 나는 내 남자친구가 노래를 불러 준다면 우울한 발라드 보다 다 깨부시는 데스메탈이 좋을 것 같다. 날 위해 무대에서 기타를 부셔줘, 자기야.


    실제로 그런 남자를 만난 적은 없지만 난 락밴드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밴드들에 대해서도 차차 글을 올리겠지만 기타 치는 남자는 너무 섹시하다. 셔츠의 팔을 걷고 잔뜩 핏줄을 세운 채로 기타 줄을 튕겨주면 좋겠다. 카리스마 넘치는 밴드의 기타리스트나 보컬들이 지금 내 마음 속 아이돌인 셈이다.


    이상한 소리는 각설하고, 어쨌든 내 감성은 질질 짜는 이별 신파가 아니다. 조금 담백하고 산뜻한 멜랑꼴리를 좋아한다. 헤어져도 이대로 못 보낸다고 질척 대는 것보단 다 사랑하지 못했다는 아련한 속삭임 정도가 좋다. 그래서 이런 류의 가사를 들으면 마음이 아주 편해진다.


내 마음을 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우리 사랑한 기억은 오래 남길 수 있게 예쁘게 사랑하자.

만약 헤어져야 할 때가 오더라도 서로 너무 아프게 하지 말고 조금 우정이라도 남았을 때 안녕을 말하자.

언젠가 다시 보자는 말은 하지 말고 각자의 삶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자.

    사랑을 해도 서로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우리는 각자의 역사가 있고 각자의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한번도 코끼리를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코끼리를 말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 열심히 말로 설명해 봤자 이해한 걸 그려보라고 하면 영 엉뚱한게 나올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섬세하고 어딘가 정신 나간 감성을 다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설명해도 다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마음을 다 말해줄 수는 없어서 그저 함께 하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 했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나와 있는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이상하게 잘해주면 잘 해줄수록 호구 취급을 받고 준 마음만큼 돌려 받지 못해 서운한 일들만 늘어 갔다.


    정성을 쏟을 수록 그들이 나를 함부로 대한다는 걸 알았을 때 참 마음이 씁쓸했다. 그래도 나중에 '나와 보낸 시간이 행복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마음을 다 퍼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사랑의 밑바닥을 봤을 때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었다.


    한번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 대체 왜 나에게 자꾸 연락을 하느냐고 물었었다.

네가 날 안아주는 품이 포근했었어.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는 나를 항상 포근하게 안아준 여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내 품은 참 포근했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아주 잠깐 울컥했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너를 아꼈는지 그래도 마지막에는 알았구나.'


다시 돌이킬 수 있는 관계는 아니었기에 더는 연락하지 말자고 했지만, 그의 기억에 내가 포근한 품을 가진 사람으로 기억된 것만은 좋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CiTbFgyxyHY 

<언젠가 너와 나> -윤지영 feat.카더가든


언젠가 너와 나 중에

누굴 선택해야한다면

나는 너를 고르고 멀리 떠날래

그런 나를 이해해줄까

딱히 도망가는 건 아닌데

그냥 그런 나라고 기억해도 돼

사랑했던 건 다시 못보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야

내 마음을 모두 다 말해 줄 순 없나 봐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줄게


언젠가 너와 나 중에

누가 멈춰서야 한다면

나는 잡은 손을 놓고선 숨을래

그런 내가 미워보일까

미안한 맘이 없진 않은데

그냥 그런 나라고 기억해도 돼

사랑했던 건 다시 못보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야

내 마음을 모두 다 말해 줄 순 없나 봐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줄게

사랑했던 건 다시 못보겠지만

차라리 이게 더 나을 거야

내 마음을 모두 다 말해 줄 순 없나 봐

오래 기억될 무얼 남겨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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