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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08. 2021

브런치 작가 승인 한번에 통과한 사람

자기 자랑을 한 스푼 섞은 브런치 작가 승인에 대한 생각

브런치 작가 승인을 한 번에 통과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의 배경

    사실 브런치를 눈으로만 보다가 어느 날 '나도 작가 타이틀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 새벽에 충동적으로 작가 신청을 했다. 그때 쓴 작가 소개나 원고에 대한 계획 같은 것도 지금은 거의 생각이 안 난다. 잠 안 오는 새벽에 살짝 멍해진 머리로 쭉 써내려 갔기 때문이다. 그러고 며칠 후에 작가 승인이 되었다기에 '아 그렇구나.'하고 무심히 받아들였고 그 뒤로는 무작정 글을 연재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 대단한 야심이 있거나 거창한 계획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런 초심자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익이 생기는 것이 '초심자의 행운'이라 부르는 것이다. 글쓰기라는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자가 얼떨결에 작가 타이틀을 덜렁 받아 버린 상황. 그 뒤로 쓴 글도 뭔가 전략적인 글쓰기보다는 내가 늘 생각해 왔던 것들을 남들이 보기에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정리해서 쓴 것에 불과하다.


    이전에 글쓰기 수업을 받았냐 하면 고등학생 때 논술 수업을 들었고 30살에 도서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글쓰기 강의에 슬쩍 발을 들였다가 중도 포기했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화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나에게는 거의 수면제나 다름없어서 매일 켜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결국 수강을 포기한 것이다. 꾸준히 글을 쓴 것은 일기와 이전에 네이버 카페에 개인적인 글을 70편 정도 올린 것에 불과하다.


◆뒤늦게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다.

    그런데 막상 브런치 작가로 활동을 하다 보니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브런치 작가에 3수, 4수 했다는 글도 보이고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온라인 클래스까지 등장했다는 걸 보고서야 내가 얻은 이 타이틀이 꽤 귀한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탈락한 사람들 중에는 꽤 탄탄한 자신만의 브랜드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도 있었기에 얼렁뚱땅 브런치 작가가 되어버린 내가 송구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을 소개하는 몇 편의 글과 유튜브 영상을 봤다.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며 브런치 작가에 10번 도전하신 분이 정말 기뻐하면서 승인 메일을 남겨놓았는데, 난 그게 귀한 줄도 몰라서 승인 확인하고 메일을 삭제해 버렸다.


    웃기지만 브런치 작가로 글을 100편 이상 쓰고 나서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브런치 팀은 왜 나를 작가로 선정했는가?

실제 업무를 보는 분들의 선정 이유를 들어 볼 순 없지만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서 브런치 작가에 쉽게 합격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써봤다. 이 글이 브런치 작가 신청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티스푼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브런치 작가 승인 전에 생각해 볼 것

     예전에 미대 입시를 준비할 때 공모전 작품을 심사하는 미대 교수들의 사진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수천 장의 그림을 바닥에 깔아 놓고 눈으로 훑으며 손에 든 막대기로 괜찮은 그림 몇 개를 쓱 밀어 놓는 것이다. 한 그림에 머무는 시선이 1~2초 정도 될까? 그렇게 걸러낸 작품들 중에 몇 개만 교수들의 상의 끝에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것이다.


    그렇게 심사하는 교수들을 떠올리며 브런치라는 회사에서 수많은 작가 신청글을 읽는 한 회사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그에게는 작가 신청을 위한 간절한 투고 글도 매일 비슷한 회사 생활의 일부이다. 하루에도 그런 글을 수백 편씩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활자 중독이라 자처하는 사람도 회사에서 업무의 일환으로 글을 읽으면 지루하지 않을까?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작가의 독창성이다. 비슷비슷한 수백 편의 글 속에 눈에 띄는 무언가. 그것이 특유의 문체일 수도 있고 주제 선정에 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글이나 지식 전달에 대한 글보다는 자기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약간 도전적인 글이 눈에 띄기 쉬울 것이다.


    보편적인 정서라 함은 결혼, 육아, 연애, 직장생활, 퇴사 같은 주제들에서 느껴지는 정서 같은 것이다. 


'결혼 생활은 어렵고, 이별은 슬프고, 육아는 지치고, 회사는 때려 치우고 싶고, 상사나 사내 정치는 버겁다.'

 이런 정서는 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느끼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는 쉽지만 이 안에서 나만의 독창성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내가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 준비한 샘플은 이 글이다.  

 20대 초반 겪은 사이비 종교이야기   https://brunch.co.kr/@a01022928909/1


아주 구체적인 사건의 정황종교 단체에 대한 나의 감상세상의 진리에 대한 개인적인 통찰을 길게도 썼다. 저 글을 A4용지로 옮기면 4장 정도의 분량인데 저런 길고 답답한 글이 합격한 데는 결국 글의 주제와 그에 대한 내 결론이 조금 특이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브런치의 작가 신청을 하기 위해서 대중성보단 독창성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을 쓸 때 고려해 볼 것

    작가 소개나 활동계획은 취업 때 쓰는 자소서나 출판 계약서가 아니다. 그 말은 이후에 활동계획대로 글을 쓰지 않더라도 브런치 팀에서 연락이 와서 "왜 처음 계획 쓴 대로 글을 올리지 않냐?"라고 따질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활동계획과 작가 소개는 아주 편하게 1시간 정도 들여서 썼는데, 그 1시간 마저 내가 실수로 인터넷 창을 꺼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썼기 때문에 오래 걸린 것이다.


    활동계획에는 목차를 쓰게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습작 노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평소에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은 노트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목차로 구성하면 간단하다. 이후 목차대로 반드시 글을 써야 하는 건 아니니까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써도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울증을 겪은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쓰겠다는 활동계획을 세웠는데, 이때 짚고 넘어갈 것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어떤 작가를 원하느냐이다. 브런치는 플랫폼이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에게 출간 기회를 주는 곳이다. 그러니 브런치의 작가 승인은 내가 지식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서술하더라도 거기서 독자에게 전달할 통찰이나 실용적인 방법, 공감대를 부르는 메시지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일기장이 아니라 읽은 사람(독자)이 존재하는 지식 콘텐츠라는 시각에서 나의 글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추가로 브런치가 여러 플랫폼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는 고려해 보자. 단편적인 감상이나 리뷰, 노하우 제공은 이미 네이버 블로그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에 브런치가 노리는 차별화 전략, 즉 출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좋다. 출간하고 싶은 책의 구체적인 비전을 어필하는 것이 활동계획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글이 그저 내 감정 해소에서 끝나지 않고 개성 있는 언어적 심미성을 가지거나, 제3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실용적인 조언이 될 수 있다는 걸 어필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1. 나의 독창성을 가지는 글

    독창성, 개성, 특이함 등의 수식어가 조직생활에는 단점이지만 창작가에게는 큰 무기이다.


2. 독자를 고려한 콘텐츠 내용

    나를 위한 글쓰기인 동시에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라는 것을 잊지 말자.


3. 출간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작가라는 이름을 단 이상 내 책 하나는 발간하겠다는 다짐으로 출간할 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 무슨 일이든 시작하는데 너무 진을 빼면 그 뒤로 페이스 잡기가 쉽지 않다.

브런치 작가가 되려고 수십번이나 도전하셨다는데 그 뒤로 올라오는 글은 드문드문한 경우도 많다.

플랫폼에 오르는데 너무 힘들이지 말자는 의미에서 정리해 본 글인데 누군가에게 티끌만큼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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