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응원하기' 기능에 대한 고찰
얼마 전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동시에 브런치에서는 에세이 분야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었어요. 구독하기와 응원하기. 둘 다 수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두 단어 차이가 앞으로 네이버와 브런치 콘텐츠의 방향성을 크게 바꿀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브런치 작가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잡지를 구독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어렸을 때 과학잡지나 건축, 예술 잡지를 구독해 본 적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독 경제가 활성화되어 어떤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에 달마다 결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OTT서비스가 있겠네요. 저는 웨이브,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을 전부 '구독해지'할 생각입니다. 더 이상 흥미롭거나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구독하기'는 철저히 콘텐츠에 지불하는 값입니다. 저는 넷플릭스를 만든 사람이 궁금하지 않아요. 웨이브 운영진이 궁금하지 않고,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지불 의사는 오로지 흥미로운 콘텐츠와 나의 관심사로 결정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이 콘텐츠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나에게 흥미로운 콘텐츠인지'만 판단할 겁니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콘텐츠는 정보전달과 흥미 유발 콘텐츠라는 것이 분명해졌군요. 네이버 콘텐츠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콘텐츠의 '소비자'가 될 겁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의 인기 채널 목록입니다. 미국 주식, 경제와 사회 이슈, 교육, 코인, 반도체 투자, 경제, 유통물류 비즈니스, 에세이, 투자 리포트 등의 채널이 있습니다. 상위 10개 중 8개 채널이 경제, 투자 관련 주제를 다루고 있고 이 채널들은 구독료도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상위노출 10개 채널 모두 첫 달 무료 구독 쿠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춰 구독자를 많이 확보하려는 전략인 것 같은데 후에 크리에이터 간의 출혈경쟁이 생길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반면 브런치의 응원하기는 콘텐츠 뒤에 있는 작가를 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고 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창작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기능이죠. 응원은 호응해서 도와준다는 뜻입니다. 운동 경기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이나 가까운 친구의 기운을 북돋아 줄 때 쓰는 단어죠. 브런치에서 작가를 응원하는 기능을 도입하는 순간부터 작가들이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향성이 달라질 겁니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취약함을 이겨내는' 스토리텔링이 많아질 것이고, 구독자들과 좀 더 친근한 소통을 시도하게 되겠죠. 그렇기에 '성장기'에 가까운 콘텐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브런치 콘텐츠를 구독하는 사람은 작가의 '서포터'가 되는 겁니다.
황효진 : 커리어 분야
송혜교 : 라이프 분야
이건해 : 리빙 분야
호사 : 라이프 분야
정문정 : 인문, 교양 분야
토리텔러 : 경제 분야
스테르담 : 글쓰기 분야
원도 : 영화 분야
지난 수요일의 '오늘의 연재' 보드입니다. 보기만 해도 네이버와 결이 다르다는 게 느껴지죠?
브런치 작가 선정과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그리고 에디터가 큐레이션 하는 오늘의 연재까지. 브런치는 에디터의 개입이 많은 플랫폼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고르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고, 여전히 선정 기준, 추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작가들은 주제선정부터 글의 길이, 형식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직관적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콘텐츠가 브런치 에디터의 마음에 들어서 소개된 건지, 정말 독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르니까요.
다른 플랫폼에서는 어떤 단어를 쓸까요? 포스타입에서는 '후원하기' 기능이 있습니다. 이건 메이저 작가가 되지 못한, 아마추어 작가들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후원'하는 기능입니다. 조금 서투르거나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작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따라서 콘텐츠에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는 그들의 '후견인'이 되는 거죠
텀블벅, 와디즈 등의 플랫폼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합니다. 최종적으로 완성될 작품 계획서를 보고 그 작품의 제작비용을 십시일반 모아주는 것이죠. 펀딩에서는 '제품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제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창작자는 엄연히 제품을 생산하는 '1인 기업'으로써의 책임감을 가져야 하겠죠?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전만 보고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제품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투자자'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멤버십 제도는 '팬덤'을 형성하는 것에 초점이 있습니다. 유투버가 좋아서 단순히 구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의 멤버가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겁니다. 유튜브에서는 멤버쉽 등급에 따른 독점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유투버와 좀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합니다. 아이돌과 팬덤, 구루(guru)와 제자들의 관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의 콘텐츠 수익화 시스템에 대해 훑어보고 두 플랫폼이 추구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을 고민해 봤습니다. 전부 저의 뇌피셜이긴 합니다만...... 운 좋게 들어맞으면 저는 브런치의 예언자가 되는 거고 아니면 조용히 묻혀 가겠죠. (예언자가 되면 이 글에 성지 순례하러 오시겠죠?ㅎㅎ)
사실 저는 카카오 '음'이란 음성SNS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응원하기' 기능이 있었지만 크게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의 '응원하기'기능에도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거기다 '에세이 분야 스토리텔러'라고 라벨이 붙어 버렸더니 앞으로 에세이만 써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느껴집니다. 기획하던 연재가 여러 개 있었는데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운영하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각 플랫폼의 성격에 맞는 콘텐츠와 생산적인 시간 관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과 팁을 공유하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브런치 플랫폼이야 늘 제멋대로 정책을 바꾸지만 우리들은 그저 자신의 길을 갈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