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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08. 2021

도도하고 사랑스럽지만 조금 멍청하고 귀여운

선우정아와 아이유가 부르는 <고양이>

    예전에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을 보다가 고양이를 더 예뻐하는 남자 친구가 고민이라는 내용이 나왔다. 패널들 중에 남자 친구가 고양이를 예뻐해서 질투가 난다고 하고, 여자 친구가 고양이보다 더 예뻐야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내용이 있길래 깜짝 놀랐다.


당연히 고양이가 더 예쁜 거 아닌가?
어딜 감히 인간 따위가 고양이와 귀여움으로 싸워서 이기려고 하는지?


    남자친구의 고양이에게 질투한다던 그 여자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고양이의 귀여움이란 이 세상을 이루는 알파와 오메가요,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권능이다. 어리석고 못생긴 인간들은 고양이의 귀여움을 숭배할 지어다!   
INTJ 여자의 말: "고양이가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어! 인간은 뭐... 죽든지..."

  예전에 사귀던 남자 친구는 내가 고양이랑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걸 질색하며 따로 자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다. 당연히 귓등으로도 안 들었지. 인간 남자야... 너는 죽을 때까지 내 고양이보다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착한 여자는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다. 인간은 배신하고 겉과 속이 다른데 고양이는 그런 게 없으니까. 12년째 밥 주고 챙겨주는 나도 우리 냥이를 귀찮게 하면 얄짤없이 혼구녕이 난다. 우리 고양이를 길 위에서 처음 봤을 때가 운명처럼 느껴졌다. 찾아 헤매던 사랑을 찾은 느낌. 이 삼색 냥이가 나에게 유일한 사랑이 될 것이다. 냥이와 함께 산 12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날 스쳐 갔으나 오직 우리 냥이만 남았다. 그리고 고양이는 시간이 흘러도 늘 귀엽다.


 고양이는 귀엽다.

    귀엽다는 것 만으로 세상에 태어나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동물들이다. 특히 우리 고양이가 귀여운 때는 더위에 녹은 찹쌀떡처럼 내 무릎 위에 늘어져 있으면서 살살 쓰다듬으면 앙칼지게 깨물어 버린다거나, 혼자 센티멘탈한 척 앉아 있다가 침대 기둥에 머리를 꽁 찧는다거나, 초인종 소리에 깜짝 놀라서 호다닥 숨어버리다가 괜찮아지는 것 같으면 빼꼼 머리를 내밀어 애옹 하고 운다거나... 정말 모든 순간, 모든 장소에서 쉴 틈 없이 귀엽다.


 사람은 언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을까?


    눈을 뜨자마자 고양이의 화장실과 밥과 물을 체크하는 집사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 아이가 나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 내가 죽으면 우리 냥이 밥은 누가 챙겨주나 싶어서 죽을래도 죽을 수 없다. 눈 뜨자마자 그 애를 돌보는 것은 내가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안도하게 해 준다. 이렇게 작고 귀여운 것들을 보살피는 것이 나를 살게 한다.


    난 이 애를 영원히 사랑할 거다. 앞으로 그 누구와 사랑에 빠져도 냥이 보다 사랑할 수 없겠지. 피고름을 뚝뚝 흘리던 이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에게 절뚝거리며 다가왔을 때, 그리고 나를 똑바로 보며 '야옹' 하고 울었을 때, 난 이 애가 날 살릴 거라는 걸 알았다. 천천히 소극적인 방식으로 스스로를 죽이고 있던 때에 삶의 의미를 준 존재니까.


    이 아이가 날 떠날 때를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 돌지만 모든 존재는 덧없고 사랑과 이별이 한 몸인 것처럼 생명과 죽음은 늘 같이 오니까. 사랑에 빠진 순간 알아야 했다. 이 깊은 사랑은 나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을. 함께 있는 동안 고양이의 작은 심장 소리와 고롱고롱 울리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확인한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사라질 테지만,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은 나를 눈물짓게 할 테지만, 지금은 더 사랑해야지. 지금은 이 사랑이 나를 살게 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악동뮤지션의 수현이 부른 버전도 아주 좋아함! 들어보면 좋겠지만 안 들어도 상관없고...(애옹)

    

    처음 선우정아가 라이브로 <고양이>를 부르는 영상을 봤을 때 고양이가 사람이 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여러 사람을 홀리듯이 무대를 뛰어 다니면서 관객을 조련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집사의 마음을 빼앗는 귀여운 고양이 같았다. 사랑스럽고 귀여우면서 남에게 사랑받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기 보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선우정아의 아이덴티티가 아닌가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AKSpQUPbb74

https://www.youtube.com/watch?v=zSZNE4K2vYc

고양이 -선우정아 (Feat. 아이유)


다시 생각해봐  이게 우리 최선은 아닐 거잖아

왜 애써 네 맘을 숨겨 자 나를 봐 이렇게 금방 낚이는 시선

좀 더 가까이 그렇게 말고 이렇게 포근하게

작은 내 심장 소리에 감동하게 함께 좀 더 있자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난 외로웠, 아니 심심했어

어차피 넌 늦었어 분명 후회할 걸 뒤돌아 선 순간부터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Scat]

가까이  삭막한 네 하루에 마법을 걸게

나도 그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다 난리 나던데?

너 가버린대도 괜찮아 나 좋다는 인간들이 널렸음

아쉬울 게 뭐 있어 너만 손해인 걸 뒤돌아 선 순간부터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눈 마주치면 게임 끝이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Scat]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넌 날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답이 없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 걸  

(그럼그럼 / 그럼그럼) 다시 생각해봐  다시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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