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조각 Jun 20. 2021

꽈리고추짜장과 초당옥수수밥

노랗고 까맣고 초록초록한 오늘의 식탁

    가끔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이렇게 글을 쓸 때의 소재가 떠오르기도 하고 뭘 넣어서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을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스쳐갈 때도 있어요. 그중에 하나가 꽈리고추를 넣은 짜장인데요, 고추짜장은 일찌감치 있었지만 꽈리고추의 아삭한 맛을 살리는 레시피는 못 본것 같아요. 혹시나 해서 구글에 검색해 봤는데 꽈리고추를 넣어서 짜장라면 끓이신 분이 있더군요. 아...역시 뭐가 대단한 아이디어라고 자신하면 누가 먼저 선점했지 뭡니까? 그래도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꽈리고추 듬뿍 넣어 짜장을 만들어 볼게요!


    우선 오늘 쓸 돼지고기는 제육볶음용으로 썰어둔 뒷다리살을 300g준비했어요. 예전에 짜장을 만들때 목살을 넣었는데 조금 퍽퍽한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앞다리살을 사볼까 하고 갔다가 뒷다리살을 싸게 팔길래 한 팩 사왔어요. 뒷다리살이 담백하니까 짜장에 넣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완성하기 전에는 알 수 없죠. 이 뒷다리살에 생강가루, 후추, 간장, 감자전분, 설탕 넣고 조물조물 치대주세요. 고기에 미리 설탕을 뿌려 놓는 건 저희 어머니가 알려주셨어요. 설탕에 재워두면 고기가 부드러워 지기 때문에 제육볶음을 할 때도 설탕과 생강가루, 미림에 재워두세요. 오늘 마트 갔을 때 미림도 한병 사왔어야 하는데 또 까먹고 다른 것만 잔뜩 사왔네요. 뭐 하나 사러 마트가면 그거 빼고 다 사오는 사람입니다.


    고기가 자는 동안 춘장을 볶을 건데요. 요즘에야 볶음춘장이 나오니까 그걸 쓰시는게 간편할 것 같아요. 저는 쓰던 춘장이 남아서 기름에 살짝 볶아줘야 해요. 깊은 중식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약한 불에서 은은하게 춘장을 볶아줍니다. 이 기름은 나중에 다 쓸거니까 아깝게 생각하지 마시고 넉넉하게 부어주세요. 기름이 적으면 춘장이 타기 쉽거든요. 살살 저어주면서 볶아주면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서 빡빡했던 춘장이 기름에 풀어지면 다 볶아진 겁니다. 체에 받혀서 기름을 빼주시고 이 기름은 그릇에 모아주세요.


    춘장이 한김 식을 동안 채소를 손질합니다. 대파를 한대 준비해서 길게 세로로 한번 자르시고 듬성듬성 손가락 한 마디 사이즈로 잘라주세요. 오늘 재료는 전부 다 손가락 한마디 사이즈로 잘라줄 거예요. 양파도 1개 반정도 비슷한 사이로 잘라 놓으시고 꽈리고추도 듬성듬성 자릅니다. 매운맛이 조금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청양고추를 잘게 다졌어요. 그러면 채소는 끝이예요. 짜장에는 호박이나 양배추를 넣어도 맛있는데 오늘은 꽈리고추를 메인으로 많이 넣으려구요.


    재료는 두번 나눠서 볶을 건데요. 아까 춘장을 볶은 기름을 둘러서 우선 고기부터 갈색빛이 나게 팬에 볶아줍니다. 이렇게 따로 볶는 이유는 고기에 전분을 묻혔기 때문에 채소와 같이 볶으면 채소의 수분과 만나 떡처럼 될 수가 있거든요. 고기 먼저 구워서 그릇에 옮겨두시고 팬은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하나의 팬으로 다 조리할 거예요. 같은 팬에 춘장 기름을 두르시고 다진마늘, 다진 생강, 대파, 양파를 넣고 볶아줍니다. 양파가 살짝 노릇할 때까지 볶아야 맛있어요. 잘 볶아진 양파에다 액상 치킨스톡 ½스푼, 굴소스 한스푼, 춘장 크게 두스푼 넣고 간해 주세요. 짠 양념이 들어가면 양파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미리구워둔 고기를 넣고 볶아주세요. 준비해둔 청양고추꽈리고추는 마지막에 넣고 1분쯤 더 달달 볶아주고 불을 꺼줍니다. 이렇게 중식팬으로 볶을 때는 센불에 빠르게 볶야 하기 때문에 재료를 미리 다 준비해서 손 닿는 곳에 대기시켜 두세요.


    아참, 그리고 집에 두반장이 있다면 한큰술 정도 넣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완성한 후에 맛을 보다가 두반장을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마지막에 조금 넣었어요. 맛에 결정적인 차이를 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더 풍부한 맛을 준답니다.  


    오늘 밥은 요즘 유투브에서 핫한 초당옥수수밥을 지었어요. 이미 예전부터 알려진 거지만 올해 처음으로 초당옥수수밥을 해봤네요. 노란 옥수수 알갱이가 달달해서 매콤한 꽈리고추짜장과 궁합이 잘 맞아요. 초당옥수수밥와 꽈리고추짜장을 같이 담아준 후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렸더니 색감이 알록달록 예쁘더라구요. 초록 완두콩이나 채썬 오이계란후라이를 얹어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음식은 매운 맛에 약한 분들은 힘들거예요. 기름지고 묵직한 짜장의 맛을 꽈리고추가 아삭하게 씹히면서 개운하게 입안을 씻어주면 뒤늦게 청양고추의 매운맛이 입안에 퍼지거든요. 매운 입을 달래주는 계란국을 준비해서 같이 먹거나 오이냉국이 곁들이면 좋을 것 같어요. 그래도 담백한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아삭한 꽈리고추, 달콤한 양파가 잘 어울려서 물을 벌컥벌컥 마시면서도 끝까지 다 먹었어요. 초당옥수수밥이 달콤해서 이 매운맛을 견디게 도와줍니다.


    과정은 번거로워 보여도 팬 하나로 조리해서 설거지 거리가 많지 않았어요. 그리고 꽈리고추의 아삭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맛있게 드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여름에 특별한 별미를 찾으신다 초당옥수수밥과 꽈리고추짜장을 만들어 보세요. 늘 멸치볶음에 넣어 먹던 꽈리고추의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추잡채와 꽃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