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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18. 2021

고추잡채와 꽃빵

중국의 향기가 나는 한상차림

    원래 아버지는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세요. 어릴때는 가지가 물컹해서 안 먹고, 파 향기가 독해서 안 먹고, 고기에서 비린내 나는 것도 싫어서 이것저것 안 먹는게 많았다고 하세요. 제가 이 얘기를 어떻게 아느냐면 가지 먹을 때마다, 대파 먹을 때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여러번 얘기하시거든요.


    그렇게 비위가 약한분이 중국지사에서 4년동안 지내실때는 하드코어 중국요리에 혼꾸녕이 나셨다죠. 고수라는 풀을 처음 먹었을 때는 이게 먹는 음식인지 화장품 만드는 약초인지 한참 생각하셨다고 해요. 지금은 신선한 생고수는 먹지만 뜨끈한 국물에 들어간 고수는 안 드신대요. 그 뒤로 별의 별 중국 음식을 먹고 난 후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음식의 폭이 엄청 넓어지셨어요. 이제는 제법 향이 강한 음식이나 이국적인 음식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세요.


     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해외 향신료와 양념에 관심이 많아요. 그 중에 하나가 라오깐마, 라조장이라고 부르는 양념이예요. 이마트에 가서 중국 제품과 오뚜기 제품이 나란히 있어서 고민하다가 애국심으로 오뚜기 제품을 골랐어요. 가격대는 조금 더 비싼데도 왠지 더 마음이 가는건 순전히 나라 사랑의 마음입니다.


    막 대단한 애국심은 아니어도 일본 불매운동할 때는 일본 커리 페이스트를 내려놓고, 일본 브랜드 옷을 외면하는 정도의 노력은 해요. 제 기준에서는 그나마 최소한의 노력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반면에 정의감 넘치시는 어머니는 일본 브랜드뿐만 아니라 제조사가 일본인 제품명도 다 체크해서 쓰지 말라고 알려주세요.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 참 신기하면서도, 묘하게 분리수거는 게을리 하는게 모순점입니다. "분리수거부터 좀 똑바로 하면서 나라를 사랑하시죠? 이여사님!" 


    따박따박 잔소리하는 딸이 싫었는지 짜증내시는 어머니를 보면 뭔가 작은 강아지 같기도 하고 어머니를 제가 키우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래요. 이런 얘기는 어머니께는 비밀입니다만 어머니께서 짜증을 내면 좀 귀엽거든요. 예전에 아버지께서 술 드시고 기분이 좋으실 때 "아빠는 왜 엄마랑 결혼했어?" 하고 물어봤는데 아버지 말씀이 "쬐끄만 게 뽈뽈대는 게 귀엽잖아." 이러시더라구요. 으...오글거려. 손가락이 쪼그라들 것 같으니 바로 고추잡채 레시피 말씀드릴게요!


    고추잡채를 만들때는 굴소스, 간장, 라조장으로 간을 합니다. 채소는 피망고추, 양파를 채썰어 두고 죽순도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잡채용으로 한팩 사왔어요. 간장과 전분, 후추, 생강가루를 뿌려서 밑간을 해둡니다. 미림이 있다면 조금 넣어주셔도 잡내 제거에 효과가 있습니다. 부추도 있으면 넣으셔도 좋구요, 버섯은 물이 많이 나와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고추잡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채소의 물기를 깨끗하게 제거해 주는 거예요. 물기가 많으면 기름도 많이 튀고 팬의 온도가 내려가서 조리시간이 길어집니다.  


    프라이팬을 잘 달궈서 기름을 두르고 다진 생강과 다진 마늘을 살짝 볶아주세요. 여기에 돼지고기부터 넣고 후다닥 볶아줍니다. 고기가 하얗게 익으면 양파와 피망을 넣고 볶아주세요. 저는 피망 대신 파프리카를 넣었지만 원래 레시피에는 피망을 넣으니까 구하실 수 있는대로 넣으시면 됩니다. 죽순도 같이 넣고 재료가 거의 다 볶아졌을 때쯤 라조장을 2~3숟갈 넣어주세요. 향에 거부감이 있으실 수도 있으니까 처음 요리하실 때는 조금씩 넣어서 맛보시고 추가하세요. 저희는 강한 맛을 좋아해서 마지막에 한 숟갈 더 넣어줬어요. 부추를 넣으실 때는 불끄기 직전에 넣으세요.

    고추잡채의 파트너는 꽃빵입니다. 하얀 반죽이 돌돌 말린 꽃빵이 은은한 단맛이 나서 고추잡채의 맵싹한 맛과 잘 어울립니다. 저는 마트에서 꽃빵을 살 수 있었는데 꽃빵이 없으시면 밥에 올려서 고추잡채 덮밥으로 드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 없으시면 중국 술이랑 드세요. 술안주로도 꽤 좋거든요. 따끈한 꽃빵을 펼쳐서 고추잡채를 넣고 말아준 다음 한입에 드시면 됩니다. 중국식 쌈요리나 멕시코 타코처럼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오늘 밥하기 싫어서 고추잡채랑 꽃빵 준비한 거예요. 밥하면 국도 끓여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는게 귀찮을 때는 이렇게 일품요리 만들어서 먹으면 간단하거든요. 보기에도 그럴싸하니까 가끔 기분내는 저녁식사로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는 보자마자 "오늘 밥하기 싫었어?"라고 물어 보시네요. 


'아, 이래서 눈치빠른 아저씨는 싫은데...'



정확한 레시피는 구름조각의 블로그에서 확인하세요! 고추잡채와 꽃빵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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