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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n 17. 2021

순두부 계란 만두국

마음이 아플 때 먹는 국

    속이 아플 때가 있어요. 위장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걸 수도 있겠죠. 아니면 그냥 오늘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있고요. 예전에 우울증을 겪고 마음이 많이 아팠던 후부터는 이유야 어쨌든 저의 감정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우울할 때 왜 우울할까 고민하지 않고 슬플 때 왜 나는 자꾸 슬플까 고민하지 않아요. 감정이야 왔다가 가기도 하고 그 감정을 느끼는 내가 잘 못된 것도 아니니까요.


    대신 나를 아껴주는 방법으로 몸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줘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거나 보디 오일에 좋아하는 에센셜 오일을 섞어서 온 몸을 마사지해요. 그렇게 내 몸을 만져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힐링이 되더라고요. 또 내 몸이 부담스럽지 않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습니다.


    원래는 이럴 때 먹는 음식이 우동이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항상 몸이 으슬으슬하고 기운이 없을 때 우동을 먹었어요. 보들보들한 면발과 따끈한 국물이 긴장된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이런 탄수화물 가득한 면, 빵, 떡을 먹을 때는 묘하게 죄책감이 들어요. 한때 다이어트를 할 때 탄수화물을 완전히 끊었던 경험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때 탄수화물 끊으면서 살은 많이 빠졌지만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는....(다이어트는 적당히!)


    고민을 하다가 순두부를 넣고 따뜻한 국을 끓이려고 해요. 이것도 다이어트할 때 먹었던 음식인데 연한 육수를 끓이다가 애호박이나 배추, 양배추, 버섯 같은 채소들을 넣고 두부를 조금 떠 넣어서 심심한 국을 만들어요. 이 국은 소금간이 강하지 않아서 밥을 말지 않고도 국물과 같이 떠먹어요. 저는 생채소를 넣은 샐러드를 먹으면 배가 차고 소화가 안돼서 이렇게 익힌 채소를 따뜻한 국물과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기본적인 육수는 다시마표고버섯을 우린 물을 이용했고 채소는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너무 탄수화물이 많은 고구마 감자만 빼면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순두부 채소 국을 끓이려고 냉장고를 탈탈 털어봤는데도 넣을게 아무것도 없네? 휴... 그럼 순두부계란을 넣고 끓여야 되겠습니다. 단백질과 단백질이 듬뿍 들어가서 한 그릇 먹으면 뱃속도 든든할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멸치 육수 코인을 넣고 끓였어요. 번거롭지 않게 맛있는 육수를 만들 수 있어서 적은 양의 국을 끓일 때는 자주 써요. 그리고 국간장멸치액젓을 조금씩 넣어서 간을 맞춰주세요. 순두부 하나를 잘라서 반만 국에 넣고 끓여 주세요.


'냉동실에 만두가 있는데 넣을까 말까. 그래도 조금은 탄수화물을 먹는게 좋을것 같은데. 인간의 만족감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잖아...'


    치열한 내적고민을 하다가 냉동만두 3개만 넣기로 했습니다. 탄수화물 없는 식사는 너무 허전해요. 이제 순두부 만두국이 된 김에 향을 더하려고 대파를 어슷 썰어서 넣고 계란도 한 개 풀어서 하늘하늘한 계란 치마처럼 국에 펼쳐서 끓여주세요. 여기에 다진 마늘 조금후추를 살짝 뿌려줍니다. 간이 강하지 않아서 그냥 국만 후룩후룩 떠먹었어요.


    제가 우울증 극복을 하면서 느낀 건데 마음이 담기는 우리의 몸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감정이 많이 달라져요. 건강한 몸 건강한 마음이, 따뜻한 몸에 따뜻한 마음이 담기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늘 잊고 있는 것은 삶은 생각이 아니라 철저히 몸으로 살아간다는 거죠. 머릿속으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늘 몸으로 부딪혀봐야 하는 거예요. 궁금한 게 있다면 가서 확인하고, 새로운 게 있다면 내 눈으로 보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세상으로 나아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몸을 타고 우리의 영혼이 세상을 여행하는 중이라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몸을 아끼고 돌보는 것이겠죠. 내 몸을 아끼고 돌보는 일은 건강하고 깨끗한 음식을 나에게 먹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다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거예요. 본인이 예민하고 까다롭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거나 자신을 싫어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사람에게는 깨끗한 음식을 먹고 선량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한 것뿐이니까요. 우리의 영혼은 자유롭고 한계가 없지만 우리의 몸은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에, 영혼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좌우지간 내 몸이 건강하고 봐야 하는 겁니다.


    주눅 들어서 혼자 갇혀 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소통하기로 시작한 것이 스스로 대단하다고 위안해봅니다. 우리는 때로 자기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이미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몰아치고 자신의 부족하고 못난 부분만 들여다보죠. 가끔은 온전하게 나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드랍고 따뜻하게 나 자신을 안아주듯이 순두부 계란 만두국을 드셔 보세요. 속이 든든해야 잘 살아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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