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조각 Jun 22. 2021

가장 방황하던 시간의 기록

우리는 항해를 시작한다, 피에타의 <Off>

    마음이 아주 외롭고 힘들때는 그 순간의 감정과 같은 주파수를 가진 노래를 찾게된다.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 있는데 주로 쏜애플의 1,2집과 이이언의 <Bulletproof >앨범과 피에타의 1집이다. 당시 독일에서 우울과 고립감에 괴로워 하고 있을 때 나는 이 노래들을 들으면서 하루에 3~4시간씩을 정처없이 걸었다. 집 근처에 호숫가가 있어서 그 곳을 자주 산책했는데, 흐리고 적막한 겨울 호수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드리우고 창백한 태양빛이 물결에 부서지는 풍경을 멍하니 보면서 '지금 나의 내면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특정 키워드나 이미지로 그때의 감정을 묘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표현할 수 있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 이럴때 참 유용하다) 우울이 극심했을 때 매일 추락하는 꿈을 꾸었고, 끊어진 부표처럼 파도 위를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도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고, 내가 서 있는 바닥이 완전히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추락, 표류, 방황 등의 키워드로 그 시절을 짧게 설명하고 싶다.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은 이것이 나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기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을 깨는 고통'처럼 지난 삶에서 만들어진 나의 자아를 완전히 깨부시고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고통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 고통이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려 하는지' 고민하면서 버텼다.


    그런 위태로운 감정과 현학적인 고민 속에서 누구에게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대신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위로 받았다. 같은 주파수를 가진 음악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나 혼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라는 위안이 되었다. 적어도 이 가사를 쓰는 사람 만큼은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뜻이니까.


    <Off>라는 노래가 포함된 앨범은 《밀항》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다른 이의 눈을 피해 몰래 배를 타고 출발하는 것은 도망치기 위해서 일까, 위험한 모험을 하기 위해서일까. 어떤 사람은 <Off>를 듣고 '해적선에서 울려퍼지게 하고 싶다.'고 댓글로 남겨두었다. 어느 방향이든 영광스럽고 남에게 과시할 만한 출항(take-off)은 아닌 것이다.

 

    사실 <off>는 가사보다 연주에 더 감명을 받는 곡이다. 난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끝없이 펼쳐진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 든다. 희미한 북극성의 별빛을 따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해쳐가고 끝내 닿은 뭍에 내려서는 하늘을 가득히 수놓은 별빛들이 쏟아져 내리는 환상을 본다.


    배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내면의 여정으로 비유하려 한다. 진아眞我(참나)를 찾기 위해서는 때로 위험과 야생에 나를 던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마음 속에 깊이 품고 우울증을 견뎠다. 이 모든 건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사건과 사람들은 나를 깨우기 위한 스승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그런 의미라도 없었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힘겨웠던 그 시간이 괴로웠어도 가치있는 시간이라고 확신한다.    


    모두 같은 환경과 시간에 살고 있지 않기에 우울증을 겪으며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줄 수가 없다. 난 그저 나의 길을 갔고 그 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으나, 이 땅의 모든 진리가 그렇듯 나에게 옳은 것은 나에게만 옳다. 그래서 우울증에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만 고민이 많아지는 것이다.


더 버티면 언젠가는 모두 괜찮다고 말하기는 경솔하다. 당신의 방황이 언제 끝날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다 의미가 을 거라 말하기엔 자신이 없다. 나도 아직 그 의미를 다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고통은 다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입을 다물고 그냥 나도 같은 고통속에서 살았다고 말해준다.


동시대의 청춘들이 부디 이 젊음이 시들기 전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나는 자유를 원한다.


간절하게 외치는 자유의 의미는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이다. 그리고 난 당신의 눈동자에 별들을 본다.


    <Off>를 포함해 밴드 피에타의 전곡은 쏜애플의 기타리스트였던 한승찬의 작품이다. 한승찬이 탈퇴한 후 쏜애플은 홍동균이라는 기타리스트를 영입해 좀 더 정돈된 사운드로 방향성이 달라졌고, 한승찬은 자신의 색을 고수하는 밴드 피에타를 결성해서 활동중이다. 특유의 울부짖는 듯한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이고 라이브를 했을 때 울리는 공간감까지 더해서 감상해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첨부한 영상은 온스테이지의 라이브 영상인데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앨범의 사운드와 현장 직캠에 사운드 사이의 느낌이라 가져왔다.  


    이곡이 취향이 아니더라도 <B-side> <Sunset> <Surrender>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라 추천. 난 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나누고 싶어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4a5yL9Bc4_o

<Off> -피에타

불꽃이 꺼지고 이전보다 더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그건 우리가 너무 커버려서일까

그래서 내가 똑같은 밤을 다르게 셌을까

그런 게 아니면 넌 설명할 수 있겠어

난 당신의 눈동자에 별들을 봐

난 추락하는 수많은 별들을 봐

난 조금 서툴러 당신이 그걸 몰랐음 좋겠어

내가 말해주면 넌 이해할 수 있겠어

난 당신의 눈동자에 별들을 봐

난 추락하는 수많은 별들을 봐

난 당신의 눈동자에 별들을 봐

저 추락하는 수많은 별들을 봐

우리 여기서 다시 만날 땐 그땐 뭔가 좀 다를 거라 생각해 



사진출처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가 나를 책처럼 읽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