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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l 06. 2021

비가 와도 내가 옆에 있을게.

모트가 부르는 다정한노래 <비가와도>

    며칠 전부터 장마가 올 거라더니 하늘에서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다. 하늘에서 누가 바가지로 들이붓는 모양새인데, 에어컨 제습 기능이라도 키면 실내 습도가 80%에 육박한다. 오 마이 갓. 


    내 곱슬머리는 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고슬고슬하다. 유난히 비를 싫어하는 이유는 이 머리 때문인데 날씨와 습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머리가 감당이 안될 때가 많다. 특히 장마철이나 비 오는 날이 쥐약인데 한 친구는 비 맞은 내 머리를 보고 "아인슈타인 같다."라고 짧은 감상평을 남겨줬다. "천재 과학자의 머리라니 고마워" 비록 지능은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의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위안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머리가 많이 길어서 다른 스타일이지만... 그때는 딱 아인슈타인이었다 ㅎㅎ


     비 내리는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무거운 공기와 음습한 기운이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들어서 비 오는 날을 싫어한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살 때도 가장 힘들었던 것이 흐리고 추운 날씨 때문이었다. 왜 백인들이 햇빛이 좋은 날에 비키니 입고 잔디밭에 드러눕는지 뼈저리게 공감했다. 물론 뼛속까지 유교걸이라 비키니를 입고 드러누울 용기는 없었지만 햇빛이 나면 어떻게든 밖에 있으려고 했다. 


    하얀 이불 커버를 세탁해서 마당에 널어놓고 한참 산책을 즐기고 오면 보송하게 마른 이불을 걷어갈 때가 참 좋았다. 건조기도 좋지만 제일 좋은 건 햇살에 마른빨래의 바삭바삭한 질감과 은은한 냄새가 좋다. 난 이걸 햇살 냄새라고 표현하는데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태양빛에 말린 빨래 특유의 냄새가 있는 것 같다. 아파트에 살고부터는 빨랫줄을 걸어놓을 마당이 없는 게 가장 아쉬운 점이다. 


    나중에 꼭 마당이 있는 집을 사서 좋아하는 꽃과 채소를 심고, 마당에 긴 빨랫줄을 걸어 빨래를 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소박한 다짐이지만 이것만큼 동기부여를 주는 게 없다. 사는 매일이 만족스러운 것만큼 확실한 행복이 어딨겠나. 인생의 커다란 고통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이겨내는 법이다. 


    비가 오는 날에 꼭 찾아 듣는 노래가 있다. 인디 가수인 모트의 <비가 와도>라는 곡은 잔잔한 기타 선율 위에 나른한 모트의 목소리로 비가 와도 같이 있자고 노래한다. 


    듣고 있으면 다정한 친구와 비 오는 날을 함께 보내는 듯한 몽글몽글한 기분이 든다. 이런 친구랑 있으면 비 오는 날에 부침개와 막걸리 보단 향긋한 시나몬 라떼를 함께 마셔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편안한 수면 바지를 입고 나란히 앉아서 유치한 코미디 영화를 보며 뒹굴뒹굴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생각난 김에 친구들에게 연락해볼까?


   모하냥 친구들아

    "일"이라는 단답만 돌아온다. 매정한 녀석들아. 그럼 난 더 주접을 부려주지. 


칭구들 보고 시포소 톡해봐쪄 >.<

    "짤 없다."는 간결한 답에 낄낄 웃음이 난다. 서로 너무 잘 알아서 늘 예상치의 답이 돌아오고 그걸로 한바탕 웃고 간다. 친구들은 날 놀리고 나는 친구들을 놀리고, 그렇게 유치한 농담에도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관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해진다. 


    돈 많이 벌어서 마당 있는 집을 사면 날이 좋은 날에 친구들을 불러서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야겠다. 캠핑카도 하나 사서 같이 여기저기 놀러 다녀야지. 상상만 해도 열심히 살 동기부여가 팍팍되네! 나에게 힘을 주는 건 늘 가족과 친구들 같은 내 사람들의 행복이다. 아, 우리 귀여운 냥이도.


    궂은 날에도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하루를 또 알차게 보내야겠다. 그럴 때 배경음악으로 <비가 와도>를 들어보면 좋겠다. 몽글몽글 상상 속에서 친구와 "내일 나랑 어디 예쁜 데 가지 않을래?"라고 물어본다. 


네가 싫어하는 비가 와도 내가 우산을 들어줄게.

우산밖에 내놓은 몸의 반쪽이 젖어도 너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좋으니까.

우리 내일 어디 예쁜 데 가서 맛있는 케이크도 먹고 따뜻한 라테도 마시자.

비 그치면 날씨가 맑잖아. 

가까운 공원에 산책도 하면서 같이 수다 떨자. 

요즘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네가 가고 싶은 그 길로 계속 가. 

이제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될 거야. 

걱정 말고 가던 길 계속 가도 돼. 

내가 옆에 있을게. 


☆ 저와 글로 소통하는 독자분들도 저의 친구니까, 오늘은 이 글과 음악으로 하루 기운 내면 좋겠어요. 비가 올 때마다 문득 생각이 나면 더 좋겠네요! 비가 와도 우리 보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냅시다 >.<


https://www.youtube.com/watch?v=k8QQTjUPCGk


<비가 와도> -모트

네가 싫어하는 비가 내려와 

널 금세 젖어들게 해도 

내 왼쪽 어깬 우산 밖에 내놓을게 

걱정 말고 걸어가던 길 계속 가도 돼 


비가 많이 내려오니까 조금 이따 가 

널 데려다 줄 시간은 충분히 있어 

내일 나랑 어디 예쁜 데 가지 않을래 

비가 그치면 바람도 선선할 거야 


비가 많이 내려오니까 조금 이따 가 

널 데려다 줄 시간은 충분히 있어 

내일 나랑 어디 예쁜 데 가지 않을래 

비가 그치면 바람도 선선할 거야 


네가 싫어하는 비가 내려와 

널 금세 젖어들게 해도 

내 왼쪽 어깬 우산 밖에 내놓을게 

걱정 말고 걸어가던 길 계속 가도 돼 


걱정 말고 걸어가던 길 계속 가도 돼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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