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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l 14. 2021

고소한 오징어 볶음 비결

영화관에서 먹어본 그 맛을 떠올려봐요!

    오징어 볶음 맛있죠? 저는 쫄깃한 오징어 살을 먹는 것도 좋지만 같이 볶아낸 채소와 양념을 흰쌀밥에 싹싹 비벼 먹는 것이 좋더라고요. 소면을 삶아서 고추장 양념을 듬뿍 적셔서 먹는 것도 너무 맛있어요. 이 오징어 소면은 소주를 곁들이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집집마다 오징어 볶음을 맛있게 만드는 비법이 있을 거예요. 어느 집은 오징어를 따로 구워서 채소와 섞어주기도 하고 어느 집은 오징어를 데쳐서 넣기도 하더라고요. 저희 집에서는 야채를 듬뿍 넣고 한 팬에 휘리릭 볶아내는 방법을 씁니다. 데치면 오징어의 맛있는 맛이 물에 녹아 버리고, 구워서 하면 오징어가 질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리저리 해본 결과 야채를 먼저 익히고 오징어와 양념을 넣는 순서로 오징어 볶음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단 니트릴 장갑부터 끼고 오징어 4마리 손질해주세요. 껍질을 벗길 필요는 없지만 다리 부분에 있는 빨판은 잘 긁어내 주는 게 좋습니다. 몸통의 등뼈와 오징어 입을 잘라낸 후에 길쭉길쭉하게 잘라 주세요. 오징어는 그릇에 따로 담아주고 채소를 손질합니다. 채소는 양파, 대파, 당근, 청양고추를 넣을 겁니다. 양배추가 있다면 같이 넣어주세요. 양배추의 달콤한 맛이 오징어 볶음과 잘 어울려요. 그리고 저희 집에서는 오징어 볶음에 애호박을 같이 넣어요. 부드럽고 달달하게 익은 애호박이 오징어와 잘 어울린답니다. 


    고추장 두 숟갈 듬뿍 퍼서 그릇에 담고 고운 고춧가루 한 숟갈, 굵은 고춧가루 한 숟갈, 설탕 2스푼, 간장 2스푼, 다진 마늘 크게 한 숟갈을 넣고 섞어둡니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릇에 따로 만들어 두세요. 물엿은 마지막에 간을 보고 단맛이 필요한 만큼 넣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땅콩버터를 반 숟갈 넣었어요. 식빵에 발라먹는 땅콩버터가 웬 말인가 싶겠지만, 영화관에서 버터 구이 오징어 드셔 보셨잖아요? 그 고소한 냄새를 생각하면 오징어와 땅콩버터의 궁합이 그리 낯설지는 않단 말이죠! 고소한 감칠맛을 위해 땅콩버터를 조금 넣어줘도 색다른 풍미가 있으니 한번 해보세요.


    중국식 프라이팬을 잘 달궈주고 기름을 골고루 둘러줍니다. 우선 채소부터 넣어서 강한 불에 볶아주세요. 채소에 골고루 기름을 코팅해 주는 느낌으로 팬을 휘릭 휘릭 돌려서 채소를 익혀줍니다. 채소의 숨이 죽으면 여기에 준비해둔 오징어 살과 소스를 넣고 버무려 줍니다. 소스의 소금기가 채소와 만나면서 물이 나오기 시작해요. 흥건한 국물을 좋아하지 않으시면 계속 센 불에 타지 않도록 저어가면서 볶아줘야 합니다. 간이 부족하다면 소금이나 간장을 조금 넣어주세요. 맛있는 오징어 볶음을 맛을 보고 물엿과 참기름을 살짝 넣어주세요. 물엿과 참기름을 넣으면 반질반질 윤기가 나서 더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접시에 옮겨 준 후에는 쪽파를 쫑쫑 썰어서 뿌리고, 참깨를 듬뿍 뿌려주세요. 한식 데코레이션의 핵심은 깨와 파가 아니겠어요!

    매콤하고 쫄깃한 오징어 살과 듬뿍 넣은 채소가 정말 맛있습니다. 자작한 국물을 떠서 흰쌀밥에 슥슥 비벼 먹어도 정말 좋아요. 오징어 볶음 하나만 해서 테이블에 올려두면 하나만으로도 그럴듯한 반찬이 돼요. 가족들 모두 좋아하니 다른 소소한 반찬이 필요 없죠. 


    어릴 때 외할머니께서 만들어준 오징어 볶음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냥 대충 뚝뚝 잘라 넣은 채소와 삐뚤빼뚤하게 잘린 오징어 모양에도 그 맛만은 정말 최고였어요. 깔끔하고 매콤하고 짭짤한 오징어 볶음이 진짜 밥도둑이었죠. 비법이 뭘까 궁금해서 외할머니께서 오징어볶음을 하실 때 유심히 보기도 했지만, 딱히 비법이 없는 게 비법이었어요. 외할머니의 손 자체가 맛의 핵심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저희 외할머니부터 내려오는 손맛은 어머니를 통해 저에게까지 왔습니다. 그래도 외할머니의 오징어 볶음 맛을 따라갈 수는 없었죠. 대신 저는 저만의 비법을 쌓아가고 있어요. 땅콩버터 같은 것도 넣어보고 이리저리 다른 양념도 고민해 보고요. 이렇게 대를 내려오는 역사가 어느 날 사라진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요. 다음에 외할머니를 뵈면 옆에서 영상을 찍어놓을까 싶기도 해요. 


    사실 외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어느 날부터 음식의 간이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맛있냐고 물어보실 때 아무렇지도 않게 "다 맛있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목이 메이더라고요. 나이가 많이 드신 후에는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시는 모습을 보면 외할머니와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싶어서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언젠가는 그리워도 볼 수 없는 순간이 오겠죠. 사진이나 영상이나 이런 기록을 남기는 것이 그런 그리움을 담는 일인 것 같아요. 


    오징어 볶음, 외할머니 그리고 저의 추억을 기록하면서 저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우리의 인생은 늘 돈과 명예보다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추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다정한 기억들이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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