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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ul 16. 2021

남동생이 해준 배추찜

이연복 셰프의 레시피를 참고했어요^^

    아무리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라고 해도 요즘 같은 더운 날에는 식사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아요. 최대한 빨리 후다닥 해야 된다는 마음에 30분 정도 국 끓이고 반찬 두어 가지 하고 나면 땀이 흠뻑 나죠. 여름 되면 가스불 앞에 서기 싫다는 말이 뭔지 아시죠? 저녁밥 준비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밥 먹는 것도 귀찮아져요. 아, 물론 귀찮다고 밥을 거른 적은 없습니다. (귀찮다고 했지, 안 먹는다고 한 적은 없다.)


    엊그제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알배추 한통을 사 왔어요. 깨끗하게 씻어서 쌈장이나 찍어 먹으면 불도 안 쓰고 한 끼 때울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집에 가보니 제 남동생도 똑같이 알배추를 사 왔더라고요? 아니, 남매가 텔레파시라도 통한 걸까요? 동생이 배추찜을 해보겠다고 알배추 샀다기에 옳다쿠나 싶어서 얼른 해보라고 했지요.

오늘 밥반찬은 너에게 맡길게, 동생아.


    동생도 요리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자취할 때는 그날 해먹은 요리 사진들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거든요. 노랑가오리를 통으로 쪄서 친구들을 불러 나눠먹을 정도로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답니다. 같이 살고부터 가끔씩 요리 실력을 발휘해보라고 하면 누나보다 잘할 자신 없다고 이래저래 피하더니, 이연복 셰프 영상을 보고 갑자기 바람이 들었나 봐요.


    설탕 2큰술, 굴소스 1큰술, 물 ⅓컵, 식초 ⅓컵, 소금 ½스푼, 다진 마늘을 섞어 소스를 만듭니다. 대파청양고추도 잘게 썰어 넣어주세요. 동생은 칼질이 서툴러서 그냥 듬성듬성 잘라서 넣었네요. 그래도 잘게 다져주는 게 소스와 잘 섞여서 배추와 같이 먹기 좋은 것 같습니다. 원래 레시피에는 피망양파도 다져 넣었네요. 오늘 피망과 양파는 없어서 뺐는데, 이건 없어도 괜찮을 재료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고추기름을 넣어주는데 동생이 고추기름이 없다고 라조장을 한 스푼 넣었어요. 라조장도 잘 따지고 보면 중국 향신료가 들어간 고추기름이니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고추기름 내는 게 번거로우신 분들은 라조장 한번 넣어보세요. 약간 씹히는 향신료에 독특한 풍미가 있고 중화요리 느낌을 내준답니다.


    배추는 4등분 해서 깨끗하게 씻어준 뒤에 김이 오르는 찜기에 넣어 10분 쪄줍니다. 반드시 물이 팔팔 끓을 때 넣어주세요. 배추가 다 익으면 준비해둔 소스를 끼얹고 통깨를 술술 뿌려주면 끝입니다. 간단한데 정말 맛있겠죠? 칼로 자르면 익은 배추가 뭉그러지니까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는 게 편해요. 소스에 흠뻑 적셔서 먹으면 부드럽고 촉촉해서 밥반찬으로 참 좋습니다.

    오래간만에 동생이 해준 반찬을 먹으니까 좋네요. 가끔 동생이 식사 준비를 하면 거의 라면을 끓여주곤 하던데 웬일로 배추찜이라니요. 정말 정말 맛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주었답니다. 그랬더니 요 녀석이 어깨가 으쓱한 지 "내일 한번 더 해 먹을까?" 하네요.


    계획대로... 후후. 내일 저녁 밥상도 동생에게 맡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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