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에 다양한 전문가들이 소통방을 열어서 꿀팁을 전수해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세바시 PD님과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님이 방을 오셔서 강의도 하시고 질문도 받으셨어요. <알쓸신잡 2>에서 처음 보고 그 후로 쭉 좋아하는 과학자라서 알림을 음에서 직접 대화 나눌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았어요. 장동선 박사님은 요즘 유투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를 개설해서 영상을 많이 올리셨더라구요.
그 외에도 부동산 전문가, 작가, 투자상담가 등 많은 전문가들이 계시고 심지어 스님도 방을 오셔서 주역 강독을 해주시더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을 쉽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요즘 저는 그 많은 방 중에 '쿠쿡'님이란 영화 전문기자님의 방에 자주 들어가고 있어요. 본캐는 영화 전문기자여서 영화에 대한 최신 소식, 시사회 뒤풀이, 영화배우 초청 등의 주제로 방을 여시고, 부캐로는 '근본 없는 요리사'로 레시피를 알려주는 방을 여세요.
겸손하게 '근본 없는 요리사'라 하시지만 인스타그램 사진 몇 장만 봐도 요리 내공이 대단하시던데요? 가볍게 먹는다는 소바의 쯔유도 직접 만드시고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안목도 뛰어 나시더라고요. 저 나름 푸드에세이 연재한다고 콧대 높게 방에 들어갔다가 금세 겸손해졌습니다. 열심히 메모하고 많이 배우면서 미식의 세계는 넓고 한계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
첫째 날 알려주신 감자전 레시피를 듣고 오늘 저녁으로 담백한 감자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농사지을 때 한낮의 더위를 피해 먹는 새참 같은 메뉴네요. 국물이 아쉬울 것 같아서 노브랜드 곱창전골 한팩을 사 왔어요. 여기에 채소 좀 더하고 두부면을 넣어 같이 끓이면 단백질 섭취에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마트 가서 감자 한 봉지와 강판을 사 왔어요. 알이 굵은 감자를 깨끗하게 손질해서 강판에 열심히 갈아줍니다. 요리를 하면서 신기한 것이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된다는 거예요. 써는 방법에 따라 식감이 달라지고, 팬에 일찍 넣는지 나중에 넣는지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 거기에 수많은 종류의 양념까지 더한다면 하나의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죠.
요리의 경우의 수가 많아진달까요?
재료 ×손질법 ×써는 방법 ×익히는 법 ×함께 조리하는 부재료 ×조리법 ×익힘 정도 ×양념=∞(무한대)
그렇기에 정말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조리법을 배우고 식재료를 찾는 일에 발품을 아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쿠쿡님 방에서는 기자 본능으로 취재하신 귀한 레시피를 얻어갈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기회죠!
팔이 빠지게 갈아낸 감자를 채반에 받혀 건더기와 물이 분리되게 해 주세요. 그러면 감자의 수분에 녹말이 섞여서 그릇에 받아집니다. 감자 물은 ⅓만 남기시고 감자의 뽀얀 녹말과 감자 과육, 약간의 소금을 섞어서 반죽을 만듭니다.
집에 있는 스테인리스 팬은 음식이 너무 달라붙어서 부침개 같은 건 해볼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열전도가 높은 스텐 펜은 음식도 맛있게 조리되고 코팅 벗겨질 염려 없이 오래 쓸 수 있어서 계속 욕심이 나긴 했거든요? 마침 스텐 팬을 쓰는 법을 배워서 스텐 팬에 감자전을 구워 봅니다.
스텐 팬을 중불에 4분 달구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불을 끕니다. 그럼 달궈진 팬의 열로 기름도 열이 오르고 팬을 전체적으로 코팅하면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대요.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불을 켜서 중불로 놓은 상태에서 감자 반죽을 한 국자 올려줍니다. 지글지글 기름 튀는 소리가 한여름 소낙비처럼 들리네요.
아래에 깔린 건 살짝 탔네요 ㅎㅎ
청양고추 썰어 넣은 간장에 찍어먹어도 좋은데 저희 집에 어머니께서 담아놓은 고추장아찌가 있어서 이걸 잘게 썰어서 곁들이려고 합니다. 매콤하고 시큼하고 짭짤한 고추장아찌의 맛이 감자전과 잘 어울려요.
노브랜드 곱창전골에는 채소가 아쉬워서 양배추 한 줌, 대파 반개, 느타리버섯, 새송이 버섯을 넣고 풀무원 두부면과 당면을 같이 넣고 끓여요. 채소에서 물이 나오면 간이 부족할 테니 액젓이나 새우젓을 더해서 간을 맞춰주세요. 여기에 채썬 깻잎을 소복히 올려주고 들깻가루 듬뿍, 후추 탈탈 털어서 완성해주면 간단하게 맛있는 곱창전골이 완성됩니다.
음에서 열린 이 대화방에서 알음알음 들은 코코넛 밀크로 만든 팥빙수는 저희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고, 전통방식으로 담은 오이지도 내년에 도전해 봐야겠다 싶고, 쯔유로 만든 시원한 냉소바는 저희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요. 부모님의 손맛이 그리워서 만든 개성식 손만두, 지금은 음악 하시는 전직 요리사의 파스타... 풍성한 이야기와 맛있는 음식 사진에 감탄했던 시간들이었네요.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제 의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그려져요. 예전에 마당 있는 집을 사서 빨랫줄을 걸어 햇빛에 빨래 말리는 게 꿈이라고 했는데, 그 옆에 아욱을 심어서 어린 아욱 잎으로 시원한 아욱 된장국을 끓여 먹겠다는 꿈도 덧붙여야 겠어요. 그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