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전에 미대에 가고 싶어서 입시 미술을 준비했다가 떨어지고 그 후 오랫동안 그림을 놓고 살았어요. 그래도 항상 마음속으로는 그림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해서 예전에 쓰던 미술도구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습니다. 재료들을 버리지 못했다는 건 마음 깊숙이 미련을 놓지 못했다는 거죠.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최근 다시 열정에 불이 붙을만한 계기가 있었어요. 카카오 음에서 yum님의 디자인 싱킹 수업을 듣기도 했고, 제가 진짜 살고 싶었던 삶이 어떤지 다시 떠올랐어요. 예전에 쓴 일기에 이런 내용이 있더라고요.
혼자만의 상상에서 나는 자유로운 예술가다. 나를 마음껏 표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사람들이 나를 보러 와 주길, 나를 사랑해주길, 나를 이해해주길 기다린다.
이런 글을 쓴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2020년 4월 10일에 이런 글을 썼고 마음 깊이 늘 나를 표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는 걸 알았죠. 그 뒤로도 혼자서 글을 계속 써 내려가다가 어느 날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고, 그 뒤로 쭉 글을 쓰면서 나를 표현하는 자유와 즐거움을 느꼈어요. 글이 100편쯤 쌓일 때쯤"이제야 제대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하던 삶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래 헤매서 원하던 일을 찾았으니 차근차근 이 소중하고 작은 재능을 잘 길러보려고 해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글과 그림으로 먹고사는 법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브런치에 쓰는 글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지만 꾸준히 계속 써오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첫 글에 비해 점점 글의 내용도 풍성해지고 소재도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브런치를 중심으로 조금씩 다른 매체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게시물을 올리면서 페이스북에서도 공유가 늘고 있고요. 네이버 블로그에도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이웃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고 천천히 저의 기반을 쌓아가듯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니 차근차근 다시 배워가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브런치에서 뗀 첫걸음이 계속 이어져 189편의 글과 141명의 구독자님, 23만 뷰의 조회수에 도달하였듯이, 그림도 한 장씩 쌓여가면 언젠가는 저만의 작품과 제 이름을 건 전시회까지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늘 응원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저에게 책임감을 주시고 발전할 의욕을 주는 분들입니다. 최근 제가 그린 그림을 보여드릴게요.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선물했는데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제 미약한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듯이 제 작은 그림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느꼈습니다.
지금 그리는 그림은 만년필와 잉크, 펜으로 자연을 모티브로 그려가고 있습니다. 그리다 보면 또 조금씩 그리고 싶은 것이 늘어가고, 새로운 도구들과 가까워질 것 같아요. 예전에 쓰던 연필, 물감, 붓, 파스텔, 색연필... 하나도 버리지 않았으니 하나씩 다시 꺼내 써봐야죠. 지금은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업로드하지만 차차 스캐너를 사고 디지털 드로잉에도 도전하려고 합니다. 정보를 찾아보니 세상에는 정말 많은 기회가 있더라고요. 배울게 많아 정신이 없고, 생각이 많아 실행이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