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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15. 2021

어머니의 참외 오이지

새롭게알게 된오이의 신세계도 소개합니다~

    최근에 오이와 참외로 장아찌를 담그는 레시피를 봤어요. 지나가는 말로 참외랑 오이를 같이 먹더라고 얘기를 했는데, 어머니께서 그 말에 꽂히셨는지 이리저리 레시피를 찾아보셨나 봐요. 그렇게 참외와 오이로 담은 짠지로 시원한 냉국을 만들어 먹었는데 새콤하고 입맛 돋우는 게 정말 여름 반찬으로 딱이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이 요리가 식초, 설탕, 소금으로 담근 짠지인데 이걸 장아찌라고 해야 할지, 절임이라고 해야 할지 고민이 돼요. 그러고 보니 장아찌와 짠지, 절임... 정말 많은 이름이 있어서 조금 차이가 있지 않을까 찾아봤습니다.

짠지 : 소금물만으로 절인 것.

장아찌 : 간장, 식초, 설탕을 넣고 팔팔 끓인 물을 채소에 부어 절인 것

피클 : 식초, 설탕, 향신료를 끓여 채소에 붓고 보관하는 것


    냉장고가 개발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쉽게 무르는 채소를 절여서 보관한 후에 먹었던 거죠. 김치도 임진왜란 때 고추가 건너오기 전까지는 소금물에 절인 짠지 형태였다고 해요. 수확한 채소를 가지고 추운 겨울에 먹으려면 이런 방식이 최선이었겠죠? 그렇다 보니 예전에 먹었던 장아찌나 짠지류는 요즘 먹는 것보다 훨씬 짠맛이 강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회상하시기로는 초등학교 다닐 때 늘 보리밥에 짠지 조금만 가져와서 먹던 친구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집에서도 장아찌나 피클 등을 자주 만들어 먹어요. 무와 비트로 곱게 색을 낸 무 비트 피클도 만들어 두었고, 봄에 딴 두릅에 간장절임물을 부어서 두릅장아찌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청양고추를 사서 청양고추 장아찌도 만들었어요. 작년에 담은 것보다 고추가 조금 크고 질겨서 아쉬웠네요. 그래도 매콤하고 짭짤한 고추장아찌 없으면 한 해가 아쉬워요.


    재작년부터 저희 집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반찬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울외 장아찌, 나라즈케입니다. 나라스케는 일본식 절임류 반찬인데요. 월과, 오이, 수박 등의 채소를 사케를 만들 때 나오는 술지게미에 담가 절인 음식입니다. 짭짤하면서도 콤콤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느껴지는 짠지입니다. 물에 담가서 짠기를 조금 뺀 다음 고춧가루와 참기름, 통깨를 넣고 간단하게 무쳐서 먹으면 짭짤해서 밥도둑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담양 울외장아찌를 자주 주문해서 먹고 있습니다.


    올여름엔 새로운 절임 반찬을 해봤어요. 어머니께서 참외와 오이를 함께 넣고 식초, 소금, 올리고당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절여서 한 통 만드셨어요. 빨갛고 초록 고추도 넣어서 색감도 알록달록 예쁩니다. 이 반찬이 간단하고 좋은 이유는 간단히 물만 섞으면 바로 냉국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참기름과 고춧가루를 넣고 무침을 만들기에도 좋거든요. 그래서 여름 내내 오이와 참외 절임으로 잘 먹었습니다.


    가시 없는 백오이를 15개 준비해서 소금에 문질러 씻어주세요. 참외 6개도 깨끗하게 씻고 반 갈라서 씨앗을 파 주면 됩니다. 껍질은 굳이 깎아내실 필요 없고 오이와 참외에 천일염을 뿌려 하루 동안 절여주세요. 오이를 고르신다면 단단한 노지오이를 구하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보통 마트에서 산 백오이는 소금에 절여 물기가 빠지고 나면 조금 질긴 식감이 되는데 노지 오이는 끝까지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고 해요. 단단한 노지오이에 고추씨를 넣고 커다란 항아리에 오이지를 담으면 여름 내내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귀한 반찬이 되죠.


    하루 절인 오이와 참외에 소주 1컵식초 1컵, 올리고당 3컵을 넣어주세요. 설탕을 뿌린다면 올리고당을 줄일 수 있지만, 설탕보다 올리고당이 채소 안의 수분을 빼서 꼬들꼬들한 식감을 내준다고 합니다. 빨갛고 초록 초록한 고추를 몇 개 넣어주면 색감도 예쁘게 살아나고 나중에 냉국을 만들 때 약간의 매콤함을 더해줍니다. 냉국 만드실 때는 오이와 참외, 고추를 잘게 썰어주고 물을 부어 간을 맞춰준다음 통깨를 조금 뿌려주면 맛있습니다. 여기다 얼음 몇 개만 띄워주면 한여름의 더위를 싹 가시게 만들어주는 시원한 냉국이 되죠.

    오이로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좀 더 찾아봤어요. 레몬과 바질로 향을 돋우는 오이피클도 맛있을 것 같고 향긋한 허브 딜을 넣은 오이 피클도 맛있어요. 그런데 뼛속까지 한국인인 저는 짭짤하고 청양고추가 들어가서 개운한 오이지가 더 좋아요. 새콤하고 짭짤한 오이냉국을 먹으면 속까지 시원해서 더위가 가시는 것 같죠. 잘게 쫑쫑 썰어서 고추장 비빔국수에 곁들여 먹어도 정말 맛있습니다.


    입추가 지나니 조금 선선해졌네요. 날이 더워지고 요리에 대한 열정을 많이 잃어버렸더니, 음식 사진과 쓰다만 푸드에세이가 쌓이고 있어요. 정신 차리고 다시 하나씩 써봐야 겠어요. 오늘 소개해 드린 참외 오이지는 한창 참외와 오이가 나올 철에 올렸으면 좋았을 텐데 늦게 올려서 좀 아쉬워요. 여러분들은 더운 여름 어떤 음식을 드셨나요? 입맛 없는 여름날 입맛을 챙겨줄 여러분들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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