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유행이 다 지나고서야 먹어 보는 부라타 치즈입니다. 사실 치즈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서 부라타 치즈가 나왔을 때도 갸우뚱했었어요. '저것도 치즈인가?' '왜들 저 치즈에 난리지?' 호기심에 무작정 부라타 치즈 한 팩을 사놓고도 깜박해서 한 팩은 상해서 버렸어요. 아쉬운 마음에 두 번째 부라타 치즈를 샀고, 산뜻하게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니 이해했습니다.
이래서 부라타... 부라타 하는구먼!
이게 크림처럼 고소하고 녹진한 치즈라 샐러드에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특히 쌉쌀한 버터 헤드 상추를 잔뜩 깔고 거기에 아삭한 양상추 조금, 빛깔 고운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와 탱글한 샤인 머스캣을 함께 먹으니 입안이 풍성하더라고요. 아, 이렇게 맛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죠! 더운 여름날 입맛과 함께 요리에 대한 열정도 잃었는데 이 샐러드를 먹으니 조금 기운이 나는 것 같았어요. 날씨가 추워질 때까지는 시간이 많으니 여러분도 어서 드셔 보세요~
이 요리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건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토마토 마리네이드를 한번 해 놓으면 샐러드로, 간식으로 사용할 곳이 많으니 여름 내내 빼놓지 않고 만들어 둡니다. 새콤한 방울토마토에 열십자 칼집을 내어 뜨거운 물에 잠깐 데쳐주세요. 차가운 물에 담가서 껍질을 벗겨줍니다. 속살이 보이는 방울토마토 1kg에 양파 반개 정도 잘게 다져서 넣어주세요. 적양파가 달콤해서 더 좋지만 흰 양파도 괜찮습니다. 양파의 매운맛이 강하면 찬물에 살짝 씻어 주셔도 좋아요. 거기에 발사믹 식초, 설탕 조금, 꿀, 약간의 소금 후추를 넣습니다. 신맛, 단맛, 짠맛, 매콤한 향을 더하는 거죠. 여기에 말린 바질, 로즈메리, 레몬즙, 올리브유를 더하면 풍미가 살아납니다. 원래 레시피는 바질만 넣지만 저는 로즈메리를 좋아해서 같이 넣었어요. 이렇게 냉장고에 두시면 토마토에서 물이 나와서 드레싱 소스가 되기도 하고 샐러드에 넣기 좋습니다.
토마토 마리네이드는 이대로 올리브 치아바타나 구운 바게트 빵에 올리브유와 함께 먹어도 맛있어요. 빵의 맛을 더욱 살려주는 간단 토마토 샐러드가 됩니다. 작은 방울처럼 생긴 모차렐라 보코치니와 생 바질을 더해서 샐러드를 만들어도 맛있어요. 여기저기 활용이 높으니 토마토 마리네이드 꼭 만들어 보세요.
샐러드 채소는 취향껏 준비하시면 됩니다. 저는 버터 헤드 상추와 양상추를 사용했지만 쌉싸름한 루꼴라도 좋을 것 같아요.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탈탈 제거해주세요. 샐러드의 맛은 채소의 물기를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채소의 물기가 많으면 드레싱의 맛이 흐려지기 때문이에요.
그릇에 샐러드 채소를 담고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소스를 흠뻑 끼얹어 주세요. 여기에 통통한 부라타 치즈 얹고 샤인 머스캣 포도 몇 알 반으로 잘라서 얹어 줍니다. 치즈 위에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 조금 뿌려주면 산뜻한 부라타 치즈 샐러드 완성입니다.
토마토와 포도를 같이 먹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토마토는 채소 중에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꽤나 짭짤한 맛이 나고 포도는 당도가 높으니 단짠의 채소 과일 조합이죠. 여기에 부드러운 크림 같은 부라타 치즈가 합쳐지니 입안에서 조화로울 수밖에 없죠! 시원한 채소 샐러드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될 것 같아서 따뜻한 레몬 홍차를 곁들였습니다. 날이 아무리 더워도 매일 찬 것만 먹으면 배앓이를 하니까요.
부라타 치즈의 유명세야 제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이렇게 산뜻하고 맛있는 샐러드 한번 드셔 보시길 추천합니다. 음식에도 계절이 있는데, 특히 샐러드는 여름이 어울리는 것 같아요. 날이 추워지면 묵직한 스튜, 찌개, 뜨끈한 전골 같은 게 눈에 들어오잖아요? 추운 날에는 날씨에 맞는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운 날에는 또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먹어야죠. 부라타 치즈 한 팩 사셔서 한 번은 샐러드, 한 번은 토마토 파스타에 곁들여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