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를 동경하는 여자
너 그러면 남자들이 싫어해.
여자들은 보통 너 같지 않던데?
너 그래 가지고 시집가겠니?
공부 잘하는 것보다 돈 많은 남자 만나는 게 더 낫지.
여자는 남편한테 사랑받고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이다.
어린아이는 사고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른들의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에 불과한 의견들이 어린 내 머릿속에서 사회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솔직한 나의 모습으로 살려는 욕구와 사회의 통념에 맞는 여성이 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10대에는 반발심에 더 남자들처럼 행동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만 입고, 일부러 더 씩씩하고 털털하게 살았다. 20대에는 꾸미기에 관심이 생겨서 머리도 길러보고 하이힐에 짧은 치마도 잘 입고 다녔다. 그럼에도 성격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여자답지 못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
그런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 건, 내심 나의 여성성에 대한 열등감을 느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상냥하지 못해서 무뚝뚝하고, 눈물도 잘 안 흘리고, 애교도 없고, 얌전하지 못한 것이 부족한 점이라고 느꼈다. 어쨌든 그것이 틀 밖을 벗어나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틀에 맞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을 억압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의 여성성을 받아들이고 살 수는 없을까? 사회가 인정하는 여자가 되지 않으려고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고 살고 싶진 않다. 20대의 끝무렵을 우울증으로 고생한 건,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갔다.
난 굽 높은 하이힐이나 레이스 치마에는 관심이 없지만, 독특한 귀걸이를 모으는 것만은 좋아한다. 아기자기한 베이킹 실력은 없어도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꽃은 좋아하지 않지만 허브를 키우는 건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는 개의치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남들의 시선에서 점점 더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이제는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여성성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난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전히 전사의 삶을 동경한다. 소중한 것을 지켜내고, 자신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수많은 유혹에도 자기 단련을 멈추지 않는 사람. 난 여전히 그렇게 치열한 삶의 전장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전사가 되고 싶다.
여성의 자아를 죽이지 않고 강인한 전사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이상이기에, 안젤리나 졸리가 멋있을 수밖에. 배우라는 직업, 어머니로서 삶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전쟁터에서 난민들의 구호를 위해 자신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모습은 내가 바라는 진정한 여전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