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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Aug 24. 2021

인플루언서의 그림자

영향력은 양날의 검이다.

    한때 배달음식점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때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온 직원이 SNS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여러번 강조를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배달업체 리뷰 작성에 대가를 주고서라도 별점 5점과 좋은 평가만 남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인에게 무료로 음식을 주고 돈도 쥐여주면서 별점 5점과 좋은 댓글을 남겨야 다른 고객들이 보고 신뢰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객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라고 물었지만 그 직원은 "그게 마케팅"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블로그 마케팅이나 인스타그램 마케팅도 마찬가지였다. 한 인스타그램 광고 업체 사장은 가짜 계정으로 좋아요 수와 방문수를 늘려서 얼마든지 인스타그램에 홍보할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그 방식이 한때 시끄러웠던 음원차트 조작과 같은 방식이지 않냐고 물었다가 "요즘은 다 그렇게 한다."는 답을 들었다. 실제로 그런 방식의 마케팅이 성공한 사장님도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어떻게든 내 가게의 음식을 먹게 해야 한다고. 일단 손님들이 찾게 만들면 그다음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좋아요 수 조작에 대한 기사


    홍보는 홍보일 뿐 중요한 건 맛이라는 말에 잠시 혹하기도 했다. 다른 가게보다 양도 많고 질 좋은 고기도 쓰는데 영 매출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달앱 리뷰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주고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 했지만 가끔씩 별점 1점이 달리면 그날 매출에 타격이 크기도 했다. '다른 업체도 다 그렇게 한다는 데 나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서비스와 상품이 있어도 홍보가 안되면 소용없지 않을까?' 며칠을 고민했다.


    결론적으로는 인스타그램 홍보나 리뷰 조작은 하지 않았다. 가게는 오래 버티지 못했지만 양심을 지켜서 망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음식점 운영에 소질이 없었고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의욕도 사라졌다. 자영업이라는 게 '잘 되면 몸이 힘들고 안되면 마음이 힘들다.' 근데 마음이 힘들면 몸도 아파지더라... 손님이 많고 장사가 잘되면 몸은 힘들지언정 마음은 행복하고 편하다. 장사가 안 되서 그만뒀을 뿐이고 내 꼬장꼬장하고 답답한 성격이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어떻게든 홍보를 했어야 했나''그래도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사이에서 갈등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재미를 느끼고 '퍼스널 브랜딩'이나 '인플루언서'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마케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걸 먼저 배우고 가게를 차렸어야 한다고 뼈저리게 후회 중이다. 그러면서도 내 타고난 천성이 일반적인 마케팅이나 인플루언서의 세계와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수많은 광고글을 볼 때 그렇다. 예쁜 여자가 들고 있는 다이어트 식품이나 그럴듯한 멘트로 포장한 책 광고들. 유튜브의 뷰티 패션 업계는 어떠한가? 뒷 광고 논란과 허위 광고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에는 그런 인플루언서들의 허위광고를 찾아내는 유투버까지 생겼다. 나름의 자정작용이라고 해야 할 테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을 광고에서 구해낼 방법은 없다.


유투버 사망 여우의 인스타그램 허위광고 고발 영상

인플루언서 추천 아직도 믿으시나요? 기사


    소비자를 보호하는 엄격한 광고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상품 자체가 아니라 파는 사람의 신용을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과 '누군가가 말하는 내용이 사실(fact)인지 보다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믿을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 중에 화려한 외모와 영상미, 그럴듯해 보이는 말투와 태도로 헛소리를 툭툭 뱉어놓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 보니 이미지도 없고 목소리도 없는 그의 글에는 품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아하게 그럴듯한 말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영상과 목소리를 지우고 글로 읽어보면 얄팍한 지식인 경우도 있었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고 안도했지만, 이미 그녀에게 넘어가 돈을 지불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댓글 창에 찬양하는 글뿐이어서 아르바이트생이라도 고용했을까 의심했지만 진짜 고객이었다.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나 라이프 스타일을 보고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의문점이 드는 부분이긴 하다. 물론 나도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있으면 그가 홍보하는 상품에 관심을 가질 때가 많고 실제로 구매하고 나서야 '생각보다 별로인데?'라고 후회할 때가 많다. 다행히 재미 삼아해 본 '호갱 레벨 측정기'결과로는 '쇼핑의 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행히도 호... 호구는 아닌 걸로...

https://tw.vonvon.me/quiz/s/19351/59725/v_21rp97tf30e3jr0kc



    마케팅의 본질은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어 실제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똑같은 가죽 가방에 샤넬의 이름표가 붙으면 몇백 배 비싸지는 현실이다. 거기에는 가방이라는 물리적이고 실용적 가치에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의 투사선망 어린 시선, 사회적 인정과 시기심이 더해진다. 샤넬 가방의 원가가 얼만지 따지는 건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군가는 그것을 마케팅이고 브랜딩이라고 말하고, 나는 그것을 환상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라고 말한다. 그러니 셀프 마케팅이나 퍼스널 브랜딩을 할 때에도 실제의 나보다 부풀려진 이미지가 생기는 것이 불편하다. 나는 그냥 나로 보여주고 싶다.


     그건 단순히 내 성향 때문이 아니고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지는 것이 인생을 망치기 때문이다. 예전에 사람이 가진 힘은 물리학의 중력과 비슷하다고 비유한 적이 있다. ☞ 「정치라는 이름의 허영」 글 보러 가기

   

 하나의 핵심인물을 둘러싼 지지자들의 모임은 마치 거대한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들처럼 움직인다. 행성(한 명의 핵심인물)과 위성(다수의 지지자들)들은 서로의 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계속 확장한다. 우주에서는 중력이 큰 거대한 행성 주변으로는 많은 위성들이 모이고, 중력이 작으면 소수의 위성들만 모인다. 어쩌다 이 행성의 수명이 다해 블랙홀로 변하기라도 하면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까지 다 잡아먹히고 마는 것이다.

 이런 우주적 원리는 인간 세계에서 힘의 균형과 유사하게 움직인다. 그 힘이란 돈에서 오는 재력, 지위에서 오는 권력, 인기에서 오는 영향력, 아름다운 외모에서 오는 매력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힘을 가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지자나 추종자들을 모아 세력을 키워 나가지만, 걸핏하면 부패해서 추종자들과 몰락하고 만다. 사이비 종교의 추종자들, 망한 아이돌 팬덤, 치명적인 부패로 얼룩진 정당들이 그렇게 끝장이 난다.

 결국에는 우상과 추종자들 사이에서 힘의 불균형이 부패의 원인이다. 그 어떤 단체도 이런 기울어진 권력 구조가 생긴다면 반드시 고인물이 생기고 그 안에서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한다.  -「정치라는 이름의 허영」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이라는 힘이 양날의 검이 된다는 걸 의식해야 한다. 날카롭게 벼려진 검날에는 늘 자신의 얼굴이 비친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더 자아성찰을 해야 하는 이유다. 더 강한 힘을 가져 주변에 자신을 통제할 사람이 없을수록 자신의 힘이 스스로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큰 영향력에는 그에 따른 대가도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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