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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Nov 28. 2021

일요일 아침, 음악 선물

<볕이 드는 날>-홍갑(feat. 오지은)

    평화롭지 않은 날들이 며칠 이어졌다. 마음이 심란하여 여기저기 손대다 만 글들이 쌓여가고 있다. 생각이 이리저리 튀고 감정의 결도 고르지 못하다. 가만가만 내 마음을 쓰다듬으려 해도 세상이 너무 소란하다. 어쩌면 세상은 조용한데 나 혼자만 이렇게 들떠서 일렁이는지도 모르겠다.


    글에 우울이 묻어날 때가 있다. 글뿐만이 아니라 내가 그린 그림이나 얼굴 표정에서도 우울이 새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혼자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다. 나의 우울은 이렇게 예측할 수 없이 찾아와 오래 괴롭힌다. 우울증을 극복하겠다고 많은 노력을 했었다. 새벽마다 일어나서 달리기도 하고 식이요법도 하고 상담도 받고 마사지도 해보고 미술치료도 했다. 혼자서 우울증과 정신 건강에 대해 읽은 책만 세어도 100권은 넘을 것이다. 나는 건강에 대해서,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집착하는 사람이다. 죽음에 대해 집착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삶'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내 불안정한 정서가 괜찮아졌던 때는 괜찮아지려는 모든 노력을 그만두고 내가 우울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부터였다. 나는 우울한 사람이고 이 우울함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다. 나의 우울과 친구가 된 후부터는 이렇게 우울이 찾아올 때 조용히 홀로 있음을 택한다. 조용히 나는 '나의 우울'과 만나서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내 어린 시절의 슬픔에 관해서 말하기도 하고, 내 부모에 대해서 말하기도 하고, 비참하게 끝난 지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오랜 시간 날 괴롭혀온 죽음에 대한 질문을 가져오기도 한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 편의 글로 써서 세상에 보낸다. 그러면 또 당분간은 삶을 즐겁게 즐기고 가족과 친구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에 내 시간의 일부를 떼어주고 친구가 되면 우울한 자아는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삶의 어둠과 고통과 절망에 대해 알게 한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브런치의 글만 봐도 어느 날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며 신나서 레시피를 올리고, 어느 날은 좋은 음악을 들었다며 낭만적인 음악 에세이를 쓰고, 어느 날은 죽음과 슬픔에 대해 글을 쓰니까.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나를 종잡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저 이 모든 게 나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주면 좋겠다. 나는 자주 웃고 슬픔을 오래 참는 우울한 사람인 동시에 그 모든 걸 견디고 살아가려 한다. 



볕이 들었던 포근한 날을 생각하며 자연스레 써 내려간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당신들의 방안에 존재하는 작은 소리들과 섞여 따듯하고 예쁘게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홍갑

    나른한 포크송을 부르는 오지은의 목소리와 홍갑의 <볕이 드는 날>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노래이다. 한때 '홍대 마녀'라고 불리기도 했던 오지은은 이런 다정하고 편안한 목소리도 낼 수 있는 다재다능한 가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일요일 아침 느지막이 깨어 포근한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는 느낌이 든다. 옆에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가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고 온전히 평화롭고 따뜻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홍갑이 듣는 이에게 전하고 싶은 감정 그대로일 것이다. 노래와 가사로 정확하게 자신의 의도를 전할 수 있는 가수는 좋은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 오늘의 글로 전하고 싶은 위로는 서투르게 전달되는 것 같아서, 난 아직 서투른 작가일 것이다. 글을 읽은 사람들이 감정이 일렁이는 날, 아무 일도 없이 힘든 날, 마음속이 전쟁터인 날, 이 노래를 들으면서 잠시 쉬길... 그대에게 일요일 아침을 선물한다.



볕이 드는 날 (feat. 오지은) - 홍갑


이른 아침잠에서 깨어

좀 더 자야지 할 적에

옆에 누운 네 모습 보고

예쁘구나 생각했네


눈 비비고 방에서 나와  

커피 내리려 할 적에

컵 씻으러 찬 물 맞으니

그제서야 잠 깨네


바람 부나 창문을 여니

고양이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이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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