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자리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소개팅도 엄연히 취업 면접처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면접에는 옷도 말투도 태도 신경 쓰고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면서 소개팅은 왜 기본도 안 된 채로 나가는지 모르겠다. 직접 경험한 소개팅 자리에서의 빌런(villain)을 소개하기 전에 가볍게 밸런스 게임을 한번 해보자. 글을 읽는 분들도 두 선택지 중에 반드시 하나를 골라보길 바란다. 소개팅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1. 기본적인 위생상태
설마 소개팅 준비하는데 기본적인 위생상태를 얘기해야 할 줄은 몰랐다. 남자분들은 특히 코털 수염 정도는 깔끔하게 정돈하고 소개팅에 나와주길 바란다. 그 밖에도 빨래 쉰내, 땀냄새, 늘어난 티셔츠, 더러운 옷이나 신발은 제발 넣어달라. 첫인상을 바꾸는데 평균 4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당신의 코털, 손톱 아래 때를 뒤집는데 40시간 이상이 걸릴 것이다. 아마 그전에 다시 만날 기회는 없겠지만?
2. 자기 자신의 취향이 뭔지 알아보자
아무 취향도 취미도 없는 무색무취의 공기 같은 사람들이 있다. 좋아하는 음악도 없고, 집에서 취미로 하는 일도 없고, 특별히 인상 깊게 본 영화도 없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벽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소개팅이란 짧은 시간 동안 상대에 대해서 알아가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그런데 자기에 대해서 소개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소개팅에 나와서 시간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 만난 상대방에게 나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어필하려면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를 알아야 한다. 소개팅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신다 해도 불과 5시간 정도 함께 있는다고 가정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자아정체성을 고민하라는 말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 가수, 음악, 책, 음식 정도는 하나씩 생각하고 소개팅에 나가자. 그런 것들을 소개팅에서 나누는 대화 소재의 대부분이다.
3. 대화는 티키타카
대화는 서로 오고 가는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상대가 반응을 하고 상대의 말에 내가 반응하는 것이 대화의 기본인 것이다. 그런데 종종 소개팅에 나가면 긴장이나 어색함을 이유로 자기 얘기는 하나도 하지 않거나 자기 얘기만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내향인 유형이고 후자는 정적을 견디지 못하는 외향인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 둘이 만나면 외향인이 목이 쉬도록 이야기하고 내향인은 고개만 끄덕이다 입에 단내를 풍기며 돌아온다.
4. 리액션은 상대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화의 기술과 유사하게 리액션 또한 대화의 한 부분이다. 대체로 여자들은 남자들의 말에 적극적인 리액션을 해주는 게 좋다. 잘 웃고 눈을 마주치고 잘 들어주면 중간은 간다. 그러니 긴장된다고 너무 과하게 리액션하지 말고 어색하다고 너무 경직되지만 않으면 된다. 자연스럽게 나를 보여주고 함께 대화하는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리액션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기본적인 예의, 소개팅 자리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지 말자. 마음에 안 드는 상대라도 눈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 취급은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영혼은 잠시 몸을 떠났더라도 최소한의 리액션 정도는 해주길 바란다.
5. 참을 수 없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대화의 무게
첫 만남에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어떤 대화 소재를 선택할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너무 가벼운 대화 소재를 선택하면 피상적인 이야기만 하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날씨, 정치, 연예인 가십, 직장생활 고충 등의 소재인데, 소개팅 당사자들이 아닌 제3의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소재를 아예 꺼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이런 소재들은 대화를 시작하는 용도로 꺼내는 게 좋다. 이 소재로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레 상대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날씨를 이야기하더라도 날씨가 좋으니 나쁘니, 고기압이니 저기압이니 하는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다. 다음 주 날씨가 좋다고 이야기하면 "날씨 좋은 날에 소풍 가면 좋잖아요. 야외활동 좋아하세요?" 이렇게 상대의 취향이나 일상을 물어보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치 이야기도 마찬가지, 당신은 정당대회에 당원투표에 온 것이 아니다. 소개팅에서 정치 이야기는 가벼운 시사 상식을 보여주는 선에서 끝내길 바란다. 같은 직장인들끼리는 직장생활 어려움이나 상사 욕으로 대동 단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상대방의 이름보다 상사의 이름을 먼저 외우는 수가 있다. 그러니 직장 생활에 대한 불평불만도 소개팅 자리에선 잠시 넣어 놓자.
6. 소개팅은 회사 면접이 아니거든요..
글을 시작할 때 소개팅을 취업 면접만큼 중요한 자리라고 이야기했지만 정말로 구직 면접인 것은 아니다. 상대방에게 압박면접을 하려는 듯 질문을 쏟아내거나, 은근슬쩍 떠보거나, 능력을 시험해보는 듯한 말은 소개팅 분위기를 망치는 것을 넘어 당신을 무례한 사람으로 기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질문을 했으면 반드시 상대의 대답을 주의 깊게 그에 대한 반응을 해주고 넘어가자.
그밖에도 전 여자 친구가 바람피운 얘기 주야장천 하는 사람, 직장 생활 힘들다고 나한테 심리상담하던 사람, 소개팅 첫날 스킨십 급발진하는 사람 등등 소개팅 빌런들 시리즈가 참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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