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밥
저번 추석에 큰집에 갔다가 순대를 얻어왔어요. 2kg짜리 두 팩을 받아서 그냥 쪄서도 먹고 순대국밥으로도 먹고, 순대볶음도 해보려고요. 오늘은 쉽게 만들 수 있는 순대국밥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마트에 가서 사골 육수를 사려다가 비비고 설렁탕을 4팩에 만원 행사중이어서 저렴하게 가져왔어요. 부추도 한 묶음 집어와서 부추 듬뿍 넣은 순대국밥을 끓여 보려고 합니다. 저는 부추가 많은 국밥이 맛있더라구요.
근데...사 놓고 보니 아차 싶었더 게 순대국밥에는 돼지고기가 좀 들어가잖아요? 근데 설렁탕은 소고기양지로 만든 거라 조합이 맞지 않더라구요. 왜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설렁탕에 순대 넣고 맛있게 끓여보려고 합니다. 대충 뽀얀 국물에 고기랑 순대가 떠있으면 순대국밥이잖아요?
1. 순대를 5분 정도 쪄서 식힌 다음 두툼하게 썰어준다.
2. 설렁탕 국물을 끓이다 순대를 넣어준다.
3. 부추를 한줌, 후추, 들깨가루를 넣어준다. (취향에 따라 다대기양념장 추가)
※ 다대기 양념: 고춧가루 2스푼, 새우젓 반스푼, 후추, 다진 파, 다진 마늘, 액젓 반스푼 넣어서 잘 섞어준다.
겉보기에는 그럴싸한데 이 설렁탕에 기본간이 짭짤해서 다대기 양념장은 거의 넣지도 못했어요. 고기 육수팩에 수육 좀 넣고 순대를 넣어 끓였으면 맛이나 모양새가 더 좋을 것 같아요. 밥한 술 말아서 후루룩 먹으니 속이 뜨끈해져서 좋긴 해요. 국물에 밥 말아서 먹는게 나트륨을 많이 섭취해서 좋지 않다고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 뱃속을 채워주는 느낌이 좋아요.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치킨 스프에 빵 조각을 뜯어넣고 먹는 음식이라고 비유하면 될까요?
순대볶음
순대국밥을 끓이고도 순대가 한참 남아서 순대볶음도 해봤어요. 양배추, 양파, 당근, 대파, 고추 같이 기본 채소들 넣고 양념장 만들어서 볶으면 금방이더라구요. 순대 볶음을 할 때도 순대를 미리 살짝 쪄서 한입 크기로 잘랐어요. 순대볶음은 빨갛게 만드는 레시피도 있고 고춧가루 없이 백순대볶음으로 만드는 레시피도 있더라구요. 사실 순대볶음을 만들어 먹은 적도 없고 백순대 볶음은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되서 선뜻 도전하기 힘들더라구요. 유투브에서 자주 보는 마카롱 여사님의 순대볶음 입문용 레시피를 참고해서 양념장을 만들었습니다.
양념장 : 고춧가루 3T 고추장 1/2 T 진간장 3T 마늘 2T 설탕 2T 청주 1T 생강 가루 약간 후추 가루 약간 생수 약간 들기름 3T(저는 들기름대신 참기름 2스푼을 넣었어요.)
1. 양배추, 양파, 당근, 대파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기름을 두른 팬에 볶아준다.
2. 채소가 거의 다 익었을 때 순대와 양념장을 넣고 볶아준다.
3. 깻잎, 고추를 넣어 숨이 죽도록 뒤적여주고 들깨가루를 듬뿍 뿌려준다.
순대 볶음의 참 맛은 들깨가루와 깻잎이 만드는 것 같아요.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장이 순대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고소하고 향긋한 향이 없으면 조금 밋밋할 수 밖에 없죠.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는 순대타운이 있다는데 여기서 파는 백순대 볶음을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그래도 집에서 가까운 곳에 병천 순대를 파는데 여기서 먹는 순대만큼 맛있는 집은 못봤어요. 돼지 소창으로 만드는 통통한 순대와 뜨끈하고 뽀얀 사골 국물이 나오는 순대국밥이 참 맛있죠. 순대는 차마 집에서 해 먹을 엄두가 안 나니 사서 먹는게 현명한 선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