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에 푸드 에세이를 쓰는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여러 일로 정신이 없었는데 하나씩 짚어보자면 10월 중순쯤 제가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프리랜서 작가로 자리잡기 전까지 고정된 수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주 25시간 근무인 스타벅스 바리스타에 지원하게 되었죠. 입사할 때쯤 스타벅스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항의해 트럭시위를 하던 주라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라 직접 경험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근무 시작한 지 1달째가 되었고 그동안 내부 품질 기한, 부재료 레시피와 음료 레시피 시험을 쳤습니다. 스타벅스에는 다양한 매뉴얼과 레시피가 많아 그걸 공부하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더라고요.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한편으로 브런치 공모전을 위해 「제3의 여자」를 브런치 북으로 발간했어요. 입사하고 정신없던 중에 공모전 마감이 다가와서 마무리가 조금 아쉬운 채 끝나버렸습니다. 오랫동안 구상했던 글들인데 조금 더 다듬고 조금 더 신경 썼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공모전 글을 쓰면서 동시에 까미와 꼬미의 입양처를 알아보며 '아기 냥이 집사 구하기 Project'를 연재했었죠. 브런치에서는 그렇게 활동하면서 네이버에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대한 글을 쓰면서 네이버 애드포스트 등록에 성공했습니다. 한 달간 1일 방문자 100명을 넘기는 등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했거든요.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 스타벅스 근무일지도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글로 적어보니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다 싶네요. 그래서 며칠 동안은 너무 지쳐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건지도 몰랐어요. 푹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스마트폰을 바꾸고 브런치의 결산 리포트도 받았습니다. 결산 리포트를 보니 2021년은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 새삼 감격했어요. 오늘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21일, 지금까지 284편의 글을 발행하고, 총 33만 8천 뷰의 누적 조회수를 달성한 날입니다. 구독자님들도 224분이나 되었네요. 오늘은 그동안 수고한 나 자신을 위해 축하 음식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추운 겨울에 딱 어울리는 굴 샤부샤부예요!
샤부샤부는 아무래도 혼자서 먹을만한 음식은 아니에요. 가족들이 여럿 둘러앉아 먹는 음식이긴 하지만 오늘은 동생과 둘이 간소하게 만들어 먹기로 했어요. 채소는 속 노란 배춧잎과 대파, 시금치, 미나리를 준비했어요. 김장철인 요즘 배추와 대파는 한창 단맛이 올라올 때죠. 해산물 샤부샤부를 먹을 때 미나리가 있으면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한 봉지 사 왔어요. 여기에 신선한 굴만 있으면 맑은 국물의 굴 샤부샤부를 만들 수 있어요. 재료들은 모두 깨끗하게 씻고, 채소는 적당하게 잘라 준비해주세요. 육수는 가쓰오부시를 한 줌 넣고 우려낸 물에 참치액, 국간장만 넣고 만들었어요. 여기에 청양고추 하나를 넣어주면 약간의 칼칼함이 더해져서 좋더라고요.
김이 풀풀 올라오는 전골냄비에 배추와 대파부터 한가득 넣고 끓여줍니다. 채소가 익을 때쯤 탱탱한 생굴을 넣고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굴은 오래 익히지 않아도 돼서 샤부샤부로 먹기에 딱 좋은 것 같아요. 다 익은 굴은 익기 전보다 탄력이 있기 때문에 다 익으면 바로 건져서 유자 폰즈 소스에 찍어먹어요. 대파는 꽤 오래 익혀야 속까지 노골노골하니 부드럽게 익어요. 배추는 샤부샤부 국물에 단맛을 더해주니 푹 끓여주세요.
달큼하게 익은 대파도 너무 맛있고 탱글 하니 익은 굴을 폰즈 소스에 찍어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비린내 없이 산뜻하게 간을 잡아줘요. 제 동생은 폰즈도 맛있지만 초장에 찍어먹는 것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굴이 얼마나 고소했는지 무슨 양념장에 찍어 먹어도 다 맛있었어요. 따끈한 배추, 시금치, 미나리 등의 야채를 잔뜩 먹으니 제대로 몸보신한 것처럼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원래 샤부샤부는 마지막에 칼국수나 죽으로 마무리하는 게 정석이지만, 오늘은 갓 지은 밥을 김 위에 올리고 엄마가 만들어 주신 굴무침을 올려서 먹었습니다. 굴 샤부샤부에 굴 무침에 제대로 굴 파티를 했다 싶지만 내일 김장을 하면서 굴 넣은 겉절이를 잔뜩 먹을 예정입니다. 올 겨울은 제철 굴을 마음껏 먹으려고 작정을 했어요. 이렇게 굴무침과 흰쌀밥과 바삭한 김의 조합에 진국으로 우러난 굴 샤부샤부 국물을 떠먹으니 온몸에 좋은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어요. 건강한 음식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2021년이 끝나기까지 아직 한 달이 남았어요. 올 해 수고한 자신을 위한 근사한 한상 차림을 준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다가올 2022년을 살아갈 미래의 나에게 투자해보자고요.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건강 투자입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할 수 있도록 이 겨울, 굴 샤부샤부가 최고의 선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