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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Jan 21. 2022

모든 사랑은 기록되어야 한다.

평생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의 기록, 영화 <노트북>

    인간에게 망각은 축복이다. 우리의 부끄러운 과거와 어제 했던 말실수, 내 부족한 모습까지 매일매일 곱씹는다면 틀림없이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오늘 아침 식사 메뉴가 가물가물한 것처럼 과거의 고통도 점점 흐려지기에 우리는 현재를 살고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잊히는 것들에는 마냥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소중한 기억, 사랑한 시간, 젊은 날의 기쁨도 잊히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 후, 나는 삶의 기쁨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차피 지워질 거라면 기록된 것이 살아남을 것이고, 이 기록들은 언젠가는 홀로 남겨질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본 후에는 나를 위한 기록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서 이 빛나는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줄거리

    2004년 개봉한 영화 <노트북>은 기록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앨리에게 첫눈에 반한 노아는 서로 불같이 사랑했다. 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후 7년 동안 소식도 모르고 지내다 우연히 다시 만나 오해를 풀고 다시 사랑하게 된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앨리에게 사랑했던 날들의 기록을 읽어주는 노아의 모습에서 진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시작에 나이 든 노아의 독백처럼, 그는 어떤 대단한 성취나 지위도 없었지만 ‘한 여자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긴 시간을 함께 보낸 것’만은 자랑스럽게 여긴다. 두 사람이 사랑한 시간이 기록된 ‘노트북’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영웅적인 젊은 날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일기장의 첫 페이지에 "이걸 읽어주면 당신에게 돌아갈게."라는 앨리의 메시지가 있다. 노아가 사랑했던 날의 기록을 읽어주면 앨리가 다시 기억을 떠올려 노아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이다.   

두 사람의 연애하던 시절, 파파라치 사진

영화의 뒷 이야기

    노아 역으로 출연한 라이언 고슬링과 앨리 역으로 출연한 레이첼 맥아담스는 촬영이 끝난 후 실제 커플이 되었다. 정작 촬영 중에는 스태프들이 눈치를 볼 정도로 말다툼을 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싸우다가 정이 든 상황이었던 것 같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정이 안들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인 키스신이 많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빗속의 키스신은 2005년 Mtv 베스트 키스상에 뽑혀 수상을 했을 정도였다. 2005년에는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 때라 시상식에서 키스신을 재연하는 것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둘은 3년간의 열애 후 이별을 선택했고 지금은 각자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커리어를 쌓고 있다. 레이첼 맥아담스는 영화 <어바웃 타임>으로, 라이언 고슬링은 <라라 랜드>로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놀라운 점은 이 위대한 사랑이야기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이다. 원작 소설가 니콜라스 스팍스의 장인과 장모의 사랑이야기이다. 사진 속 왼쪽 인물이 잭 포터이고 오른쪽은 필리스였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조금 각색되었지만 잭은 연애를 하는 동안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후에 아내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자 매일같이 일기를 읽어주었던 것이 소설의 모티프가 되었다. 


    한 남자가 평생 동안 한 여자를 사랑한 이야기는 사위를 감동하게 만들어 한 편의 소설이 되었고, 이 소설은 아름다운 영화가 되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그러니 꿈도 진실된 사랑도 함부로 불가능하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냉소적인 사람들이 이런 건 그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빈정대는 동안, 누군가는 매일매일 헌신적인 사랑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난 특별하지 않다. 그냥 상식적인 보통 사람이다. 보통의 삶을 살았고 날 기리는 기념비도 없으며 내 이름은 곧 잊힐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누구 못지않게 훌륭히 해낸 일이 있다. 난 온 마음과 영혼으로 한 여인을 사랑했고 그것만으로 나는 여한이 없다. 
-노트북 첫 장면에서 노아의 독백-

    가끔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까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당사자들만 재밌는 습작이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줄 만한 소설이 되려면 상당한 필력이 필요할 것 같다. 더군다나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3자가 관찰한 것으로 써낸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다. 


    카카오 음 mm에서 [당신의 Love Story]라는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누군가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다 보면 우리 모두 각자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무리 평범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 마법 같은 사랑이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기록되어야 한다.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은 위대한 영웅 서사의 주인공이고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니까. 



▽아래는 영화 속 명장면 중에 공감되는 대사를 캡처한 것이다. 사랑이란 나에게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지지고 볶고 싸워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뜻한다. 앨리는 노아와 함께 있을 때 울고 웃고 화내는 등 자신의 감정에 가장 솔직해질 수 있었다. 노아도 앨리에게 그 누구도 아닌 '앨리가 원하는 선택'을 하라고 말해준다. 부유한 가정에서 늘 보장된 삶을 살았던 앨리에게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모험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이 앨리가 잘생기고 부유하고 모든 조건이 완벽했던 약혼자가 아닌, 가진 것 없는 노아를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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