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의 기록 Day1
조금 독한 감기인 줄로만 알았다. 월요일 저녁에 목이 조금 따끔하다 했더니 제대로 몸살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갔더니 콧물이 나지 않냐고 묻는다. 의사는 콧물 안 나면 코로나 아니라고 했다. 받아 온 약을 먹고 조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수요일 아침 일어나서부터 뭔가 몸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목이 부었고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나중에 병원에서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었다. 열이 심해서 어지러웠던 건데 정작 나는 열이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몸은 아픈데 오후엔 출근도 해야 하니 수액이라도 맞으려고 다시 병원에 갔다. 대기하고 있는데 내 앞에 어린 여학생이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있었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어지럽고 몸살처럼 근육통이 있고요."
병원 대기실 의자에 기대서 듣고 있자니 동병상련의 정이 느껴졌다. 곧이어 진료실에 들어가서 아까와 같이 말했다.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어지럽고 몸살처럼 근육통이 있고요."
의사는 코로나 검사를 해보고 독감 검사를 해보자고 말했다. 힘없이 앉아 있자니 의사는 면봉을 콧구멍 깊숙이 찔러 넣었다. 왠지 콧구멍을 넘어 눈알까지 닿을 것 같아서 아찔했다. 검사를 끝내고 대기하면서 가족들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가 한창 기승일 때도 아무도 걸리지 않았다. 내가 가족들 사이에서 1호 확진자가 될 수도 있었다.
몇 분 후 간호사는 나를 불러 검사 키트를 보여줬다. 선명한 2줄이 떴다. 양성이라고 말해줬는데, 순간 양성이 무슨 뜻인지 헷갈렸다. '양성이 무슨 뜻이지? 걸렸다는 말인가?'
"아이고 어쩌나... 양성이네요."
애석해하는 의사의 목소리를 듣고 알았다. 그렇게 가족 중 1호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고 곧 아버지께서 2호 확진자가 되었다. 남동생은 마침 취업 면접이 있어서 서울에 올라갔다. 이제 아버지와 나 단 둘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확진되자마자 가장 처음 느낀 감정은 고립감이었다. 자가격리의 뜻은 고립이다. 남들에게서 떨어져서 혼자 있으라는 의미다. 아버지와 한 집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고양이가 내 옆에 붙어 있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고립감은 물리적이기보다 심리적인 것이다. 내가 아픈 사람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다른 사람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는 고립감. 이 두 가지가 가장 먼저 마음을 무너뜨리고 만다.
마음이 연약해지니 의지할 곳을 찾는다.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하고 엄마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하고 이제는 친구로 지내는 전 남자 친구에게 연락을 해보기도 한다. 다들 저마다 바쁘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일상이 있다. 내 시계는 멈춰있고 그들의 시계는 계속 흘러간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글에 '좋아요'가 달려도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씩씩하게 살아야 하는데... 마음에 생긴 작은 틈새로 찬 바람이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