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먹을 게 하나도 없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닭가슴살을 구매할 예정이시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랭킹닭컴의 닭가슴살 소시지 사태를 보면, 여러분이 구매하시는 닭가슴살 제품이 더 살을 찌울 수가 있거든요.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랭킹닭컴으로 판매된 웅스빌 닭가슴살 소시지와 베스틱 닭가슴살 소시지의 제품 표시 영양성분이 실제 영양성분과 달랐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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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버 '너구리다고'가 두 제품의 맛이 일반 소시지와 비슷한데 단백질 함량이 너무 높은 것에 의구심을 갖고 영양성분 검사를 의뢰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두 제품의 검사결과는 공통적으로 탄수화물과 지방은 높게, 단백질은 낮게 측정되었습니다. 웅스빌 소시지 제품은 닭가슴살을 사용해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음식이라고 광고를 했습니다. 베스틱 제품도 체중감량이나 다이어트에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했죠. 많은 소비자들이 맛도 좋은데 영양성분도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일반 소시지보다 못한 제품을 비싼 값에 사 먹은 꼴입니다.
베스틱 소시지의 실제 영양성분은 탄수화물은 제품에 표시된 함량의 790%, 당류는 374%, 지방은 339%가 높게 나왔습니다. 소비자에게 알려준 정보보다 실제 제품에는 탄수화물은 7배, 당류는 3배, 지방은 3배가 넘는 양을 넣었다는 뜻입니다. 웅스빌 소시지 또한 탄수화물은 4배, 지방은 5배 넘는 양을 넣었고 칼로리 또한 표시된 175Kcal가 아닌 335Kcal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단백질은 표시된 성분보다 더 적게 넣었습니다. 이래놓고 고단백, 저지방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광고할 수 있는 건가요?
이런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제도의 허점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가공육 제품의 생산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제품 기획
2. 레시피 확정
3. 시제품 제작
4. 검사 의뢰 : 제조사가 검사를 의뢰하고, 식약처가 규정한 '한국식품과학연구원'과 같은 시험검사기관에서 제조사가 제공하는 시료를 검사 (실제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과 다를 수 있음)
5. 검사결과 통지 : 영양성분 결과가 예상한 오차범위 안이라면 제품 판매 가능
6. 포장 디자인과 발주
7. 제품 생산
8. 유통
검사 의뢰 단계에서 제조사가 검사를 의뢰하고 제공하는 샘플을 검사기관에서 영양성분 검사를 하는 식으로 이뤄집니다. 이 샘플이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과 같은 상품인지 재확인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검사기관에 의뢰하는 샘플에는 단백질을 많이 넣고 실제 판매하는 제품에는 지방을 많이 넣어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거죠. 그러니 제조사의 양심에 맡겨놓은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지난 글에서 저는 여러분께 영양성분과 원산지, 원재료를 잘 살펴서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소비자가 아무리 영양성분을 보고 따져 먹는다고 해도, 그건 영양성분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영양성분을 제멋대로 써서 허위 과장 광고를 하는 업체가 1000만 개씩 제품을 판매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업체는 이 기만행위로 200억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금 랭킹닭컴에서는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였습니다. 식약처에서 조사한 결과 위반사실이 확인되었고 행정처분도 받는다고 합니다만,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몇백만 원의 벌금에 그칠 거라고 합니다. 지금은 브랜드명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 겁니다. 그리고 업자는 다른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고 다른 제품을 론칭해 같은 수법으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랭킹닭컴은 다이어트, 헬스, 건강에 관련된 간편식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주식회사 푸드나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랭킹닭컴에서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는 총 26개로 맛있닭, 잇메이트, 신선애, 러브잇, 베스틱, 리얼원, 더프레시, 치품닭, 맛있찬, 맛있소, 프레쉬홈, 네이처엠, 랭킹수산, 잇츠나우, 눈꽃달콤, 알쉐프 등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플랫폼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제조사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영양성분을 조작했다면, 베스틱 한 제품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브랜드는 다르지만 제조사는 동일할 경우 영양성분이 허위로 기재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랭킹닭컴뿐만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다이어트 제품에 대해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살이 찌기는 싫은 우리의 욕망을 먹고 다이어트 시장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2013년에 약 7조 원의 규모로 추산되던 한국 다이어트 시장은 2018년에는 10조 원에 육박하도록 성장했습니다. 저지방, 단백질, 다이어트, 건강 등의 단어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들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죠. 사기꾼들이 제품 이름만 바꿔대며 돈을 쓸어 담는 동안 행정처분은 지나치게 가벼워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는 가공육 섭취를 줄이는 것입니다. 닭가슴살 소시지보다는 닭가슴살 원육 형태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생닭을 요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두 번째로는 식품의 영양성분과 제조과정에 대한 지식을 배워야 합니다. 닭가슴살 소시지라고 해도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는 지방이,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내기 위해서는 당류가 필요합니다. '다이어트 식품인데 너무 맛있다?' 이런 제품이 있다면 한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식품 규제를 어겼을 때는 제조사와 판매사가 좀 더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부처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아...이건 희망이 없을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