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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Feb 18. 2023

평범한 브런치 작가의 고민

무명작가는 이런 고민을 합니다.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글을 씁니다.


    우연하게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글을 쓴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곧 다가오는 4월이면 2년째인가요. 이 긴 시간 동안 많은 글을 썼지만 공모전 당선이나 책 한 권을 내지도 못했으니 여전히 이름 없는 작가입니다. 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작가'라고 규정하지만, 이것이 사회적 타이틀이 되지는 못한 것 같아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 저를 소개할 때마다 난감하다고 느낀답니다.


"저는 작가예요."

"멋있네요. 책 제목이 뭐예요?"

"아... 아직 책을 내지는 못하고 준비 중이에요."


    이런 순간의 머쓱함과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작가이되 작가가 되지 못한 애매한 포지션의 '평범한 브런치 작가'의 고민을요.


갈피를 못 잡는 글의 주제들


    처음에는 온전히 저의 이야기를 써왔습니다. 저의 우울증 이야기, 먹고사는 이야기, 살아온 경험들이요. 제 글은 제 삶의 온전한 투영이었습니다. 저의 관심사에 따라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도 했고 연애나 관계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어요. 잠깐 오디오 플랫폼에서 방송을 할 때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살아온 발자취가 온전히 글 속에 녹아 있어요.


    너무 솔직했던 게 문제일까요? 돌아보니 제 글은 정돈되지 못하고 무성하게 자란 잡초 같아요. 요즘은 어떤 전문가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브런치 작가님을 보면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 듭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꾸준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을 보면 그 빛나는 재능이 부러워요.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독특함을 내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미적 감각이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든, 정보를 재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이든 말이죠. 그런데 저는 늘 너무 많은 것들에 관심이 있고, 흥미가 이리저리 바뀌고, 그것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는단 말이죠.  제 성향이 솔직하게 투영된 글에도 관심사와 관점이 이리저리 변하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이렇게 관심 있는 정보를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스스로 문장력이 늘어간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더 많은 책을 읽기도 하고,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요. 근본적으로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은 어떤 글을 쓰세요?"라고 물었을 때 얼버무리지 않고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은데, 저도 제가 어떤 글을 쓰는지 모르겠어요.

문학적 글쓰기 vs 정보전달성 글쓰기


    브런치라는 플랫폼 자체의 성격이 다른 블로그와 달라요. 네이버 블로그나 티스토리의 경우 정보전달성 글쓰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방문자들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고 제품의 특징이나,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고 보기 편하게 정리한 글을 선호합니다. 그에 비해 브런치는 좀 더 개인적이고 문학적인 글이 많아요. 이혼이나 섭식장애처럼 고통스러운 개인사를 솔직하게 고백한 글이 인기를 끌죠.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어도 작가의 경험이나 해석이 섞인 글이 많습니다.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는 게 어려운 이유입니다. 브런치에서 통하는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통하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통하는 글은 브런치에서 통하지 않아요. 그럼 플랫폼마다 모드 전환을 해서 브런치에서는 잘 쓴 에세이만 올리고 네이버 블로그에는 읽기 쉬운 정보글만 올리면 좋겠지만,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제가 쓴 여러 글 중에 비평이나 수필이나 단편 소설은 문학적 글쓰기에 해당하고, 레시피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은 정보전달성 글쓰기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제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기엔 개인적인 경험이 너무 많이 녹아있고 정보전달성 글에는 개인적인 의견이 너무 많이 녹아있죠.


    글은 어떻게든 작가 본인을 드러낸다지만, 노련한 작가는 글의 형식에 따라 자신을 드러낼 수도 숨길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건 목적에 따른 글쓰기 기술의 숙련도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 셈이죠.


    근본적으로는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예전에는 자기 치유적 글쓰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관점이 바뀌었어요. 구독자나 방문자, 조회수 등이 숫자로 보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거죠.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특별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글이 목표입니다.

취미에서 직업으로의 글쓰기


    얼마 전에 '문학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글쓰기 실력이나 문학적 관심을 이용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심리 상담이나 글쓰기 교육, 독서 지도를 전문적으로 할 수도 있겠죠. 저는 방송이나 블로그 글을 쓰면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콘텐츠 마케터'에 흥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제 이름을 걸고 에세이나 소설책을 출간하고 싶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글쓰기를 수단으로 창작하는 생산자가 되고 싶어요.


    어떤 일이 취미에서 직업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실력이 아닙니다. 사회적 지위로서의 작가라는 타이틀은 어떤 의미로든 '글쓰기로 돈을 번다'는 결과물로 얻어집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을 가리는 기준은 돈이에요. 실력이나 결과물의 수준도 마땅히 중요하겠지만요.


    예를 들어 요리 실력이 아주 뛰어난 주부가 있습니다. 프로페셔널 셰프와 같은 음식을 만들 수도 있지만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팔기 전까지는 셰프가 아닙니다. 만약 그 주부가 자신의 음식을 사진 찍어 블로그에 포스팅해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면 그 주부의 직업은 블로거가 될 것입니다. 레시피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수익이 나면 그의 직업은 유튜버가 될 것이고요. 결국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가 그의 직업이 되는 거죠.


    현재 브런치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수익이 되지 않지만 그것으로 도움을 받은 것도 많습니다. 생계에 대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글을 썼기에 나 자신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개인방송을 하거나 SNS로 소통하는 것에도 도움을 받았고요. 그럼에도 결국 가장 아쉬운 것은 수익입니다. 내 글이 나의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작가님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꾸준히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쓰시는 분들은 지향점이 같을 겁니다. '내 글을 인정받는 것.' 그것이 공모전 수상이든, 출간 제의든, 셀프 브랜딩이든 말이죠.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작가가 되기 위한 중간단계로서는 훌륭하지만 여기 머물러 있어선 안될 것 같아요. 지금은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요즘 하는 고민들을 글로 한편 적어 놓으니 한결 머리가 가벼워지네요. 이 맛에 글쓰기를 놓을 수가 없다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다른 브런치 작가님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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