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부산 카페 투어 두번째
'여울'은 물살이 세찬 곳을 이르는 우리말입니다. 이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서가 아니라 바다와 먼 삶을 살았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얽혀 있던 감정들이 해방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흰여울 마을을 찾았을 때는 해무(바다안개)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어요. 새롭게 만난 흰여울 마을은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한 곳입니다.
흰여울 마을의 작은 책방, 손목서가
주소: 부산 영도구 흰여울길 307 손목서가
트위터 : 손목서가 (@_eugene_mok) / 트위터 (twitter.com)
*공간이 매우 협소한 편입니다
*에스프레소 음료는 없고 핸드드립과 더치(콜드브루)음료와 칵테일 몇종이 있어요.
개성 넘치는 개인 카페들을 다녀보면 공간에서 묻어나는 주인장의 취향이 느껴져요. 특히 이곳 손목서가는 곳곳에 주인의 손길이 많이 묻어나는 장소같아요.
손때 묻은 나무 테이블
수동식 직화 로스터
구리 드리퍼
벽장을 가득 채운 책
낡고 사소한 소품들 속에는 왠지 특별한 추억이 스며있을 것 같은 공간입니다.
이곳은 시인의 어지러운 작업실 한켠에서 커피 한잔을 얻어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흰여울 마을의 계단을 오르느라 땀이 흥건했기 때문에 글뤼바인과 에이드를 섞은 바인에이드를 주문했습니다. 쌉싸름한 와인과 시원한 탄산이 청량하여 땀을 식혀줍니다. 마침 석양이 지고 있어서 햇빛이 파도에 부서진 조각들이 붉게 빛납니다. 와인의 색과 잘 어울리네요.
시인이 되고 싶다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문예창작학과를 가더니 시인은 자기 길이 아니라며 대학을 그만뒀답니다. 그 뒤로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사람의 재능이 싹트고 꽃이 피는 것에는 저마다 때가 있다고 말해줄 걸 그랬어요. 그렇게 말했다 해도 그 친구의 운명이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사랑하는 것을 잃는 것은 너무 씁쓸한 일이니까요.
제 동생도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창작을 교육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꽃이 피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좋았을 걸요. 싹이 트기도 전에 이런저런 규칙과 제한들을 배우면서 차마 꽃이 되지 못하는 재능이 많지 않나요. 이 곳에서 어쩐지 그 친구가 떠오릅니다.
꿈이든 사랑이든
간절히 원하던 것을 잃는 일은 쓰라린 법이죠.
여기는 음료를 마시기 위해 온다기 보다는 공간이 주는 매력을 즐기기 위해 올만한 카페입니다. 과거로 회귀하는 감성을 느끼면서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게 될 거예요.
저는 이곳에 앉아 오래오래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았어요. 이 순간 이 공간에는 이 노래가 흐르고 있었답니다. 노래를 타고 제가 느낀 정취가 여러분에게 전달되면 좋겠네요.
<배부른 꿈>-권나무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
작은 쪽배를 타고서도 어두운 밤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나도 작은 배를 타고
파도를 견뎌 가며 고독이 기른 눈빛으로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 가진 듯 취한 밤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 가진 듯 취한 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
작고 낡은 집에 살아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을 따라서 나도 작은 집을 짓고
겨울을 견뎌 가며 고독이 기른 눈빛으로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 가진 듯 취한 밤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 가진 듯 취한 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