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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afe 9 Room

영도 로스터리 바 모모스 커피

혼자서 부산 카페 투어, 세 번째

by 구름조각

공장과 부두 사이에 뜬금없는 카페가 있어요. 영도에 위치한 모모스 로스터리 앤 커피바입니다. 로스터리는 커피콩을 볶으면서 연기나 냄새 이슈가 있어 주택가보단 교외에 위치할 때가 많아요. 그렇다고 해도 아예 공장 부지에 로스터리를 낼 생각을 한 것이 신기하네요. 카페라기 보단 규모가 상당한 커피 공장 같은 곳입니다.

출처 : 부산일보

이곳에는 2명의 바리스타 챔피언이 있어요. 한 명은 2019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 다른 한 명은 2021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추경하 바리스타입니다. 전주연 바리스타가 우승한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은 15분 동안 3개의 제조음료를 만들고 심사위원에게 영어로 설명해야 합니다. 추경하 바리스타가 우승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은 커피의 맛을 감별해 내는 대회입니다. 총 8개 세트의 24개의 컵에 담긴 커피를 맛보고 세트별로 맛이 다른 커피를 찾아내야 하죠.


저는 전주연 바리스타의 시연 영상을 보고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에 매료되었습니다. 당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죠. 제 마음의 불을 지핀 '멋진 언니'가 있는 공간이 궁금해서 영도에 위치한 모모스 커피를 다녀왔습니다.

영도의 로스터리 바, 모모스 커피

주소 부산 영도구 봉래나루로 160 모모스커피

홈페이지 모모스커피-Specialty for All (momos.co.kr)

인스타그램 모모스커피 | 특별함을 모두에게(@momos_coffee)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본점은 온천장, 로스터리가 영도에 있어요


커피에 집중한 상품과 메뉴들

커피에 관련된 상품을 많이 진열해 놓았어요. 생두, 드립백, 캡슐커피, 원두, 캔 콜드브루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디저트류는 사탕과 간단한 구움 과자들이 있어요. 메뉴판을 보면 커피에 집중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저는 시그니처 블렌드인 프루티봉봉을 아메리카노로 마셨어요.

프루티 봉봉

바리스타의 실력을 알아보려면 커피의 컵노트를 정확하게 구현하는지 보면 됩니다. 로스팅된 원두에는 베르가못, 재스민, 캐러멜, 시러피 라는 설명이 있는데, 이 설명을 컵노트라고 합니다.

베르가못은 상큼한 향

재스민은 중국 식당에서 식전에 주는 꽃차를 생각하시면 되고

캐러멜로 달콤한 향을 연상해 보세요.

플로럴하고 새콤한 산미가 도드라지는 달달한 티(tea) 같은 커피가 연상되죠? 그 맛 그대로입니다.


평소 고소하고 쌉쌀한 커피를 선호하셨던 분들에게는 확실히 낯선 맛입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커피라는 것은 나무열매의 씨앗을 볶은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과일 같은 단맛이나 신맛이 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스페셜티 커피의 신맛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커피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강배전 원두라서 그렇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커피나무열매의 씨앗을 볶아 만든 커피는 과일의 향과 맛을 품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서 에어팟으로 설명을 들으면서 커피를 마셨더니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커피를 통해 새로운 미각적 경험으로 하기 위해서는 바리스타의 친절한 설명이 필요해요. 모든 고객에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면 이런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법이니까요.

공간적 특성

여기는 손님을 위한 편안한 카페라기보단 모모스 커피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쇼룸(show toom)같은 공간입니다. 전체적으로 현대 미술관에 온 듯한 인상을 주고 도슨트 프로그램과 음성 안내 같은 것들이 미술관을 연상하게 합니다.

로스팅공간과 카페 공간이 대형 유리로 나뉘어 있어 로스팅 기계나 생두 분류 기계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저는 책으로만 보던 사일로(생두를 보관하는 통)와 거대한 로스팅 기계를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생두를 분류하고 로스팅해서 포장하는 장소까지 유리창 너머로 보실 수 있어요.

자리가 편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OSB합판으로 만든 의자와 낮은 테이블이 무심하게 툭툭 놓아져 있어요. 요즘 카페들이 대부분 딱딱한 의자와 낮은 테이블을 두는 것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고객들이 오래 앉아 있지 못하게 인테리어를 한다는 것이 좀 슬프기도 하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X2ONd_076u0


바리스타를 위한 바(Bar)

특이한 점은 완전히 개방된 바 형태라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모습을 뒤에서도 볼 수 있어요. 바가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고 각자의 위치에서 음료를 완성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인터뷰를 보니 '바리스타가 설 수 있는 무대 같은 바(Bar)'라는 설명이 인상 깊어요. 참고로 에스프레소 머신도 엄청 비싼 거라고 하던걸요?

다만 실제로 일하는 바리스타들에게는 좀 더 긴장된 공간인 것 같습니다. 사방이 오픈되어 있으면 심리적으로 긴장도가 높아질 것 같아서 괜한 걱정이 들었어요. 다행히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이 밝아 보입니다. 원두에 대한 설명도 잘해주시고 눈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방긋 웃어 주시네요. 고객과 바리스타와의 교감이 카페 브랜드에 대한 인상이 되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라 일반적인 카페를 생각하면 불편한 부분이 많을 겁니다.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좌석은 불편하고 달콤한 디저트도 몇 종 없고 심지어 남자 화장실은 건물 외부에 간이 화장실만 있어요. 그럼에도 커피에 관심이 있고 모모스커피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흥미로운 공간이 될 겁니다. 주차가 불편해서 되도록 대중교통을 사용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카카오맵으로 카페투어 리스트를 정리했어요. 여행 가실 때 참고하세요~

https://map.kakao.com/?target=other&folderid=9736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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